내가 즐겨보는 TV 뮤직 프로 중 하나는 <화요일은 밤이 좋아>다. 예전에는 <열린음악회>와 <가요무대> 정도였는데, 요즘은 일요일이나 월요일보다 화요일이 더 기다려진다. 토요일에는 오전에 <백 투 더 뮤직>과 저녁에 <불후의 명곡>을 보고, 일요일 저녁에는 <열린 음악회>, 월요일 밤에는 <가요무대>를 거의 빠짐없이 시청했지만, 화요일 밤이 가장 기다려진다.
바야흐로 트로트 열풍, 아니 ‘광풍(狂風)’ 아닌 ‘광풍(光風)’이 불고 있다. 몇 년 전 한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서 촉발된 이 트로트 열풍은 올겨울 한파로 국민들의 가슴을 엄습한 동장군의 기세를 꺾고 있는듯하다. 종편 채널은 물론,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을 막론하고 트로트 프로 신설과 새로운 ‘트로트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경연대회 개최에 혈안이 되어있는 듯하다.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신기록을 수립한 ‘미스 트롯’은 ‘미스터 트롯’을, ‘미스 트롯2’는 ‘미스터 트롯2’를 낳았다. 또 트롯 여왕 송가인은 트롯 공주 양지은을, 트로트 황제 임영웅은 트로트 왕자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어떤 분야든 대중적 슈퍼스타가 있어야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진리를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그야말로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의 종결판이다.
이러한 예상 밖의 결과는 ‘코로나의 역설(逆說)’로 설명될 수 있다. 보통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고 말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풍년이다’라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2년 넘게 코로나라는 역병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준 것이 바로 ‘트로트’요, ‘트로트 스타’들이었던 까닭이다. 그것이 한국 가요계의 '새로운 전설'로, 대세로 이어진 것이다.
종합편성 채널인 <TV조선>이 그 막을 올린 이 ‘트로트 전성시대’는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방송마다 경연대회를 연속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새로운 ‘트로트 스타’들도 무한 리필 중이니, 마지막 트로트 황제가 누가 될지, 새로운 트롯 여왕이 탄생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현재 ‘트로트에 울고 트롯에 웃는 시대’로 쾌속질주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트로트에 열광하는 것일까? 요즘은 ‘케이 팝(K- Pop)’에 빠져있던 젊은이들도 트롯 광풍에 휩싸였다지만, 특히 중장년층은 왜 이 ‘트로트 도가니’에 빠진 것일까? '전쟁과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은 부모세대는 그 애달픈 마음을 달래려 대중가요에 빠졌겠지만, 아마도 트롯이 중장년들의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외롭고 우울한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까닭이 아닐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의 평화 수호자' 역할을 해주니 말이다.
그 바람에 극성 팬들은 '트롯 프로' 본방 사수는 물론, 재방도 끝없이 되돌려 본다. 이 '트로트 스타'들이 콘서트라도 열게 되면, 팬클럽들이 총출동한다. 예전처럼 '오빠부대'가 아니라, '엄마부대'에서 부터 '이모부대', 그리고 '할줌마부대'와 '할저씨부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신이 좋아라하는 가수가 무대에 오르면, 응원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여기저기서 용솟음친다. 무대 위에서는 '나만의 가수'가, 무대 아래에서는 '열혈 팬'들이 따로 또 같이 경연을 펼친다.
아마 유튜브를 즐겨보는 이들은 ‘트로트 파워’를 실감할 터이다. 트로트 스타들의 영상 조회 수가 보통 1백만을 넘어 수백만, 심지어는 5천만 클릭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통해서 말이다. 한 노래에 달린 댓글들이 왜 사람들이 트로트에 열광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아래는 임영웅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노래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우리의 전통가요 '트로트'가 태생적으로 한국인의 정서와 걸맞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점이 가장 어필한듯하다.
”마음속 깊이 따뜻해지는 노래가 그리운 이 계절.. 언제나 마음에 위안이 되는 님의 노래를 들으며 또 하루를 열어갑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눈물 나게 고마워요♡♡“/”힘들고 지칠 때 님 노래 듣고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다~~“/”코로나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 그대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이런 가수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앞에 나타나 준 게 너무 감사하죠. 사랑합니다.”(*)
첫댓글 듣기편하고
따라부르기도 좋고
우리시대에 맞는
정서라서 좋치요
맞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아 떨어지는 그 애절한
'한(恨)'의 감정을 표출함이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하지요.
첫 댓글 감사합니다..^^
요샌 40대 들도 트롯 좋아 하더만
오히려 50대 중 후반 들이 팝송에 심취하는 편향을 보이고 노래도 세월따라 시대 분위기 따라 흥얼거리게 되나봅니다.
청년들은 물론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아직 팝이나 클래식 애호가들도 적지 않지만..
세월따라 유행따라 변하니 '유행가'지요.ㅎ 감사~~^^
삭제된 댓글 입니다.
덕분에 한 수 배웠습니다~~!!
저도 나훈아, 이미자에서부터
베토벤까지 다 좋아한답니다.
요즘은 트롯이 그냥 좋답니다.
늘 좋은 음악 즐감하시길..^^
트롯은 일단 멜로디가 단조롭고 쉽지요.
요즘이야 신나고 빠른 템포리듬의 노래들이 나오지만,대부분 가사에 우리의 한과 정서가 담겨있고, 나이든 노인들도 공감하는 쉬운 노랫말들이니 특히 우리 민족에게만 사랑을 받는 독특한 장르이지요. 민요도 아니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한 장르인 우리만 부르는 트롯트는 일본 엔가에서 유래되었지만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없는 창법이죠.
'사랑'과 '이별'..그리고 '세월'이란 단어가
트롯 노랫말에 등장하는 3순위라 하네요.
공감가는 가사에 절로 흥얼거리게 되죠.
좋아하시는 트롯 만끽하시길..감사~~^^
트롯이 우리 전통 멜로디와 닿아 있고
가수들도 옛날부터 트롯가수가 생명력이 가장 길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었다고 하네요...
오호~~! 트롯 가수의 영원한 생명력!!
그래서 유명 개그맨도 가수로 데뷰ㅎ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도 한몫하지요.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감사합니다..^^
트롯
솔직히 아직 열광 단계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 수록 좋아하게 되네요.
ㅎㅎ.
트롯을 '뽕짝'으로 비하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Trot'은 사교댄스 스텝에서 출발했다 하지요.
승마에서는 말이 빠른 걸음으로 뛰는 '속보'~!
'페이지'님 그 젊음이 아직 반짝반짝 빛날 때,
열광의 도가니에 한번 푸욱 빠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