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표적 민요인 농부가에
'서마지기 논빼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지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로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노랫말에서 초생달의 '생'의 발음이 변한 초승달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두 단어의 쓰이는 빈도 차이는 있지만 초승달만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어떤 변화 과정을 겪었을까요?
'초생달'은 한청문감, 광재물보, 농가월령가 등 18세기 이전 자료부터 보이고
'초승달'은 20세기 이후 등장해 함께 쓰였습니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에도 초생달이 보이는데
이 사전에는 초승달은 나오지 않지만 초승은 '초생에서 온 말'로 풀이하여 발음의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사전에서 초승달만 표준어로 인정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전까지
대부분의 국어사전은 두 단어를 동의어로 표시했고 비표준 표시는 없었습니다.
1970년대 문교부에서 어문규정 개정을 위해 마련한 표준말안(1979년)에도
'초승달, 초생달'이 복수표준어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기존 사전들을 개정하면서
의미의 차이가 없고 더 널리 쓰인 초승달만 표준어로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의 검색 결과에서도
1980년대 이후 초승달의 쓰임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됩니다.
이후 발간된 사전은 기존 사전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어
새로 간행된 사전들은 거의 초승달만을 표준어로 인정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현재의 쓰임은 분명 초승달이 우세하지만,
민요 농부가는 여전히 초생달로도 전승되며 입말과 글말에서도 비표준형인 초생달이 종종 쓰입니다.
초생달은 노랫말의 화석으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쓰임이 확대된다면 초생달도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빗소리 들리는 오늘은 음력 팔월 초닷새 초승달이 뜰 때입니다만......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아흔 넘으신 노모는 여전히 정겹게 느껴지는 초생달이라고 하십니다.
초생달 초승달 둘 다 아름다운 이름으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