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이 배신했나 후보가 배반했나 | ||||||||||||
한나라-민주당 공천탈락 후유증 본격화 조짐 무소속연대, 말 옮겨 타기 등 ‘동지가 적으로’ | ||||||||||||
| ||||||||||||
정치의 계절은 곧 배반의 계절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구도를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천을 속속 확정하면서 공천 탈락자들이 결과에 반발하는 등 배반의 조짐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군수 후보 중에서는 음성군수 공천에서 탈락한 이기동 전 충북도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태풍의 눈이다. 이 의원은 공천을 받은 이필용 전 도의원에 비해 도덕성, 당선가능성, 전문성 등 공천기준에서는 밀리는 게 없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입김에 의해 탈락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사전여론조사에서 밀렸는데 이필용 후보의 도의원 지역구는 460샘플, 내 지역구는 260샘플로 내가 이길 수 없는 조사였다. 내가 도의회 내에서 ‘친 박근혜’를 상징하는 인물이었고 세종시 원안고수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공천탈락은 예견된 결과였다. 공심위 면접과정에서도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음성군수 선거가 사상 초유의 다자구도로 진행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박수광 전 군수가 지난해 12월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함에 따라 음성군수 선거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의 상태에서 7명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소지역주의 구도까지 겹쳐 누구도 압도적인 득표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다. 다자구도 음성군수 선거 ‘결과 주목’ 음성군수 선거는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기동 전 의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에 복당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선택을 따르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답했다. 음성군과 함께 반란이 예상됐던 곳은 청원군이지만 현재로서는 찻잔 속에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청원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는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이다. 김 전 의장에게 밀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인물은 홍익표 대청이엔씨 회장이다. 홍 회장은 “오성균 당협위원장이 김 전 의장을 끝내 놓지 못했다. 김 전 의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던 날 기초의회 예비후보들을 이끌고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사실상 출정식을 진행했을 정도로 이미 내천이 끝난 상황이었다. 지난달 28일 중앙당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적합도에서 이겼고, 인지도에서만 김 전 의장이 이긴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뒤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해 김 전 의장을 후보로 낙점했는데, 여론조사 실시에 대한 후보자 간 협의도 없었고 당협위원장이 일언반구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그러나 한나라당을 떠나 출사표를 던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홍 회장은 “당협위원장이 나쁜 짓을 했을 때 ‘마이웨이(My way)’를 했어야 하는데 공천심사 과정에 다 참여한 마당에 이제는 명분이 약하고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지역구(충북도의회 8선거구)를 비례대표 강태원 의원에게 내준 권광택 의원은 13일 현재 무소속 출마를 전제로 주변의견을 듣고 있다. 권 의원은 “당연히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특정인의 입김에 의해 밀렸다. 주민이 뽑아줘서 4년 동안 일했는데 물러나는 것도 주민의 뜻을 들어야 한다. 도와준 분들의 의견을 고려해 15일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충북도의회 4선거구에서 현역 물갈이의 대상이 된 최광옥 의원은 이미 3선을 하고 거쳐 온 청주시의회로 돌아가 도내 최초 여성 지방의회 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당의 상황을 배려할 필요가 있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앞만 보고 가는 성격이라 빨리 마음을 굳혔다. 돌이켜보면 주민들과 밀접히 접촉하는 기초가 더 보람이 있었다. 능력을 발휘할 자신이 있고 시의회 4선에 성공해 여성 최초의 의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충주 탈락자, 무소속연대 가시화 심흥섭 충북도의회 의원 등 충주지역 한나라당 공천탈락자 6명은 13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공천은 누구라도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의 공천반발이 항의에 그치는 수준을 넘어 이른바 무소속 연대를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의회 후보 탈락자에 시의회 후보 탈락자들까지 가세한 무소속 연대의 기준점은 도의회 공천에서 탈락한 심흥섭 도의원과 류호담 충주시의회 의장이다. 심흥섭 의원은 3선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공천에서 배제되자 13일 탈당계를 냈다. 류호담 의장은 공천탈락설이 제기되던 5일 일찌감치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왔다. 이밖에도 도의회 공천에서 밀려난 김원석, 김학철, 윤동노 예비후보와 시의회 공천에서 낙천한 심재익, 황병주 현역 시의원도 무소속 연대에 자세할 기세다. 이들은 12일 충주시의회 의장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연대에 가세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A씨는 “선거는 혼자 치르는 게 아니라 최소한 지인들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 그래서 출마여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다만 워낙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낙천됐기 때문에 무소속연대가 규모를 갖게 될 경우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어찌 됐든 3선에 부의장까지 지낸 심흥섭 도의원을 필두로 류호담 현 시의회 의장, 4선 시의원으로 의장까지 역임한 황병주 의원 등 중진들이 대거 포진한 충주지역 한나라당 공천탈락자들의 행보는 지방선거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선 민주당 단체입당 카드? 다만 A씨는 무소속연대가 집단으로 민주당 행을 택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세가 강한 충주지역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무소속연대에 대한 단체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A씨는 “나를 포함해 일부 인사는 당적변경에 대해 혐오감이 크다. 무소속연대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도 관심사지만 민주당 입당이 구체화될 경우 단체행동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제천지역의 반발도 충주 못지않다. 제천시의원 공천을 신청했다가 최근 사퇴한 박관희 예비후보는 “공천심사에서 최고점수를 받았지만 어느날 당직자들이 찾아와 ‘현직 시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박 후보는 “회유가 계속돼 고심 끝에 탈당하고 예비후보를 사퇴했다”며 “한나라당의 공천심사 기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초의원 선거 공천을 신청했던 현직 제천시의원 유영화, 김봉수, 조덕희 예비후보도 한나라당 1차 공천결과에 반발해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또 충북도의회 제천2 선거구 공천에서 탈락한 김문천 전 충북도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하는 등 공천을 둘러 싼 한나라당 제천지역 공천 내홍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 국민경선으로 이탈자 ‘발목’
그러나 공천에서 이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2006년은 2007년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상황이어서 사실상 박 전 대표 자신의 선거운동과 궤를 같이했고 친박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2012년 대선과 거리가 있고 무엇보다도 이명박 대통령과도 세종시 문제로 불편한 관계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공교롭게도 친박성향의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것도 박 전 대표의 지원사격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충북의 경우 친박인 송광호 최고위원의 지지를 받은 민경환 전 충북도의원이 제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했고 음성군수 공천에서도 친박 이기동 의원이 친이 이필용 의원에게 밀렸다. 결국 친박 중에 살아남은 정치인은 김병국 청원군수 후보와 김법기, 정윤숙 도의원 정도다. 정우택 지사도 세종시 수정을 반대했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지켜볼 때 2005년 한나라당 입당 시에만 찬박임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친박이지만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은 어찌 됐든 한나라당적의 박 전 대표의 충북행이 달가울 리 없다. 이기동 무소속 음성군수 후보는 “설사 박 전 대표가 충북에 내려오더라도 선별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친박 후보가 탈락한 지역은 알아서 지원유세를 피할 거라는 얘기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