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25,000일 가까이 살고 있다. 새벽에 잠을 깨 모닝커피를 마시며 가끔 스스로 묻곤 한다. ‘나는 과연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가?’하고 말이다. 지난 60여 년의 인생을 자평한다면, ‘대만족’은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 ‘자기만족’의 세월 동안 ‘자아도취’나 ‘자기도취’에 빠져 우쭐거린 건 아닌지 반추도 해본다.
보통 ‘도취(陶醉)’라 함은 ‘마음이 끌려 홀린 듯 빠지는 것’을 말한다. 아름다운 여인이나 맛 좋은 술에 빠지는 일들이다. 마치 '왕자병'이나 걸린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 황홀하게 빠지는 일은 ‘자아도취’ 또는 ‘자기도취’라 일컫는다. ‘주색잡기’에 빠져 흥청망청하는 짓과는 엄연히 다르다.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가꾸려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흠뻑 빠져들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014년 6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저세상으로 먼저 간 김자옥의 애칭은 ‘영원한 공주’였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던 그녀는 40대 초반에 ‘공주는 외로워’라는 히트곡을 남기기도 했다. <거울 속에 보이는 아름다운 내 모습~ 나조차 눈을 뗄 수 없어~~ 세상에 모든 꽃들이 나보다 더 고울까..난 정말 완벽한 여자예요~~> 그야말로 ‘영원한 공주’로 살다간 그녀였다.
나름 추측해보건대 ‘공주병 말기 환자’를 자처(?)했던 김자옥은 ‘자아도취’와 ‘자기만족’ 사이에서 평생을 즐기다 가지 않았을까? 뭇 선남선녀들로부터 ‘거울 공주’에 ‘외로운 공주’라는 비아냥과 찬사를 만끽하던 '영원한 공주' 김자옥, 그녀의 중년과 말년은 그 애칭만큼 화려했다. 한 때 ‘낭만에 대하여’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 가수 최백호와 서글픈 이별 스토리를 엮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른바 '공주 신드롬'을 일으킨 김자옥의 이 '공주병'이란 ‘나르시시즘(narcissism)’으로 표현되는 ‘자기애(自己愛)’적 언행에서 나오는 ‘마음의 병’이다. 자신의 외모나 능력이 남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지나치게 믿는 자기중심적 성격에서 나오는 ‘자아도취’를 뜻한다. 그러나 ‘나르시스트’ 김자옥의 공주병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책임과 보살핌을 건강하게 표출한 ‘심약(心藥)’이었다.
청순가련미의 상징이었던 김자옥은 하늘의 별이 되기 1년 전,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출연했다. 그 당시 암으로 투병 중이었기에, 3일 촬영하고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는 이 마지막 영화에서 기억에 남을 명대사를 남겼다. ”산다는 건 하루하루 죽는다는 것이니 아끼지 말고 즐기며 살아야 해...“ '영원한 공주' 김자옥은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던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기 만족하는 삶’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있겠으나, 가끔은 ‘자아도취’에 빠져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나 자신도 자기만족과 자아도취 사이에서 방황했음을 고백한다. 물론 남이 보기에 ‘구제 불능’으로 비추어지지 않는 정도에서 오락가락했지만 말이다.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남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인 까닭이다.(*)
'영원한 공주' 김자옥, 당신의 미소를 잊지 않겠습니다.
첫댓글 오늘도
니캉내캉님의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자기만족은
각자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자아도취는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만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자아도취가
도를 넘어 구제불능이 된 사람들을
드문드문 보게 되는 데,
側隱之心을 가지게 됩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 가득 하시길 빕니다.
첫 댓글로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측은지심'을 지니신 '우웅'님은 필히
어질고 아름다운 분이시라 믿습니다.
새해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적당히 자신을 사랑하면 됩니다
자기애는 꼭 지녀야 긍정적 능동적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지요
뭐든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함이니
이는 세상이치 어디에도 적용되지요.
사랑은 다다익선이라지만,
자기애는 과유불급이지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도 사랑하면 최선이죠.
운선님도 '적당히' 자신을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건행하시길~~^^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명언은
내 자신을 사랑하라
입니다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안으면 모든일들이
억망진창 됩니다
새해엔 내 자신부터
철저히 사랑하면서
살아봅시당
나 자신을 사랑하라~~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참 좋다'님도 철저하게
자신을 사랑하시길..^^
새해에도 건행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자기만족'도 예쁘게~~
'자아도취'도 예쁘게~~
모든 아름답게 보시는
'늘 평화'님도 예쁘게~~
새해에도 더 예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