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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산다...'
이말은 종종 역설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만,
말 그대로의 의미만 놓고 본다면
필자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소박한 삶의 목표를 말하는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거에 친한 친구가 결혼할 때 부조금봉투에 썼던 기억이 납니다.
'잘 먹고 잘 살아라'라고 말입니다...^^
잘 먹는다는것은 말 그대로 잘 먹는다는 의미일것이며,
잘 산다는것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의미일것입니다.
먹을것이 부족했던 시절을 겪었던 민족인지라 잘 먹는다는것이 좀 더 강조되었겠지요...
그런데, 잘 먹는것도 중요하지만
잘 먹으면 잘 먹을수록 더 중요해지는것은 '잘 싸는것'입니다.
잘 먹었으니까 잘 살기 위해서는 일단은 잘 싸는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웰빙(well-being)이라고 하며 먹는것이 관심을 가지는 만큼
싸는것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더 잘 살 수 있을것인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듭니다.
잘 먹는만큼 잘 싸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거기에 심각한 문제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처절하게(!!!) 느낄 수 있을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몇몇 분은 지금도 그 처절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_-;)
그래서 '잘 먹고 잘 산다'라는 말이 대장항문외과를 하는 의사들에게는 '잘 먹고 잘 싼다'로 들린답니다...^^;
싸는것이야 앞으로 싸는것도 있고 뒤로 싸는것도 있습니다만
일단 본 글에서는 뒤로 싸는 항문(anu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앞으로 싸는 비뇨생식기계(urogenital system)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항문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적 기전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항문의 질환중에서 비교적 흔한 질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항문(anus)은 절대 단순한 기관이 아닙니다.
때와 장소에 맞추어서 대변(feces)과 방귀(flatus)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분화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실, 항문의 해부학적 구조나 생리적 기전에 관한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절대 '간단히'는 안됩니다...ㅠㅠ
따라서 '쉽게' 설명하는것도 한계가 있습니다...ㅠㅠ
그냥 '학문'에 힘을 써서 '학문'을 넓히는 심정으로
'항문'에 대해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장난 한번 해봤습니다...^^;)
본 글은 국내 외과 수련의 텍스트로 사용되는
Sabiston Texstbook of Surgery(16th edition)와 대장항문학(2판, 일조각)의 내용을 주로 했으며,
기타 항문질환에 관한 여러가지 자료를 참조했습니다.
보통 항문의 질환은 말하기 부끄럽고 보이기 창피하기 때문에
혼자 끙끙 앓으면서 그냥 덮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항문 질환 뿐 아니라 사타구니 근처의 질환이 다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만,
유독 항문 질환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한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진단도 되지않은 상태에서
여기저기에서 줏어들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들로 자가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간단한 치료로도 완치될 수 있는 병을 키워서 고생하게 됩니다...ㅠㅠ
최소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에는
얼굴에 철판 한두개는 깐 심정으로 조금은 뻔뻔스러운것이 좋습니다.
그럼, 항문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적인 기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항문은 소화관(alimentary canal)의 가장 끝부분으로
4cm 정도의 짧은 항문관(anal canal)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직장에서 항문관으로 넘어가는 부위를 항문직장륜(anorectal r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느 특정한 구조물을 가르키는 용어는 아니고,
그 부위를 둘러싸는 중요한 근육고리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이 근육고리는 주로 치골직장근(puborectalis muscle)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항문직장륜 부위에서 장이 앞쪽으로 굴곡을 하게 되어
항문직장각(anorectal angle)을 형성시킵니다.
이 항문직장각은 아래 그림에서 처럼 배변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만약 이 고리가 절단되면 배변실금(fecal incontinence)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문직장 농양(anorectal abscess)이나 치루(fistula in ano) 등을 수술할 때
외과의사들이 특히 신경쓰는 부분입니다.
항문직장륜에서 항문직장각이 형성되는 모식도
평상시에는 항문직장각이 더 예각이 되어 변이 밑으로 내려오는것을 차단하지만(좌)
배변시에는 항문직장각이 더 둔각이 되어 직장과 항문관이 거의 일직선상에 있게되고
외항문괄약근이 열리면서 배변이 가능하게 된다(우).
항문관의 내부는 직장에서 연결되는 점막으로 덮여있는데,
직장이 항문관으로 되면서 갑자기 내강이 좁아지기 때문에 내부의 점막이 접히면서
약 12~14개의 모르가니주(columns of Morgagni)라는 주름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부위에서 점막의 상피세포는 그 모양이 변하게 됩니다.
상부는 직장에서 계속되는 기둥모양의 원주상피세포(columnar epithelial cell)로 덮여있던 것이
이행대(transitional zone)을 거치며 점차 편평해지다가
하부로 가면 편평상피세포(squamous epithelial cell)로 바뀌게 됩니다.
점막의 색깔도 상부는 더 밝은 분홍빛인 반면,
하부는 더 진한 자주빛을 띄게되어 그 경계부위를 구분할 수 있는데,
모르가니주 하부에 나타나는 이 빗살 모양의 경계부위를 치상선(dentate line)이라고 합니다.
사실, 항문관은 외과적으로 지칭하는 부위와 해부학적으로 지칭하는 부위가 다릅니다.
외과적으로는 아무래도 외과의사들에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항문직장륜부터
항문점막과 피부와의 경계부위인 항문연(anal verge)까지를 항문관이라고 부르는 반면,
해부학적으로는 구조와 조직학적으로 직장과 구분되는 치상선부터 항문연까지를 항문관이라고 부릅니다.
즉, 외과적 항문관(surgical anal canal)이 해부학적 항문관(anatomical anal canal)보다
더 먼저 시작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구분은 외과의사들에게나 중요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부학적 항문관과 외과적 항문관의 구분
모르가니주 하부의 끝에는
항문선(anal gland)의 개구부인 항문선와(anal crypt)가 약 4~10개 가량 있습니다.
만약, 이 항문선이 막히면 분비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염증이 심해져서 고름이 잡히게 되는데
이를 항문직장 농양(anorectal abscess)이라고 합니다.
항문관을 둘러싸고있는 근육계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안쪽의 내장근(visceral muscle)으로 이루어진 관을
바깥쪽의 체성근(somatic muscle)으로 이루어진 관이 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내장근이란 말 그래도 내장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을 말하는데,
조직학적으로는 평활근(smooth muscle)이라고 하고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이며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e system, ANS)의 지배를 받습니다.
항문이 찢어지는 질환인 치열(fissure in ano)과 관련있는
내항문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 muscle)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체성근이란 '골격근'이라고도 하는데,
조직학적으로는 횡문근(striated muscle)이라고 하고,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근육과 같이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voluntary muscle)이며
체성신경계(somatic nerve system)의 지배를 받습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항문을 조일 때 작용하는 근육들이며
외항문괄약근(external anal sphincter muscle), 치골직장근(puborectalis muscle)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항문관을 구성하는 근육계의 모식도
A는 체성근으로 이루어진 관만 나타낸것이고,
B는 체성근으로 이루어진 관에 내장근으로 이루어진 관을 삽입한 모습을 나타낸것이다.
(출처; Sabiston Texstbook of Surgery, 16th edition)
항문 주변에는 매우 풍부한 혈관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맥혈관들이 그물처럼 분포되어있는 정맥총(venous plexus)인
외치핵총(external hemorrhoidal plexus)과 내치핵총(internal hemorrhoidal plexus)은
흔히 치질이라고 말하는 치핵(hemorrhoid)을 일으키는 혈관입니다.
항문 주변의 풍부한 혈관 분포 때문에
치핵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항문질환에서 출혈이 많은 이유가 되기는 합니다만,
반면에 항문 손상이 어지간만 하면 쉽게 치유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항문 주변의 정맥 분포 및 내,외치핵총의 모식도
항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뭐니뭐니해도
배변 조절(regulation of defication)과 배변 자제(maintenance of continence, 배변 억제의 유지)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은 항문 하나만의 역할은 아니고
앞서 언급되었던 항문직장각(anorectal angle)이나
항문 및 직장의 다양한 감각 및 반사기전(sensory and reflex mechanism),
항문의 괄약근(sphincter muscle) 및 골반의 근육의 상호작용(coordinated muscular activity),
대변 자체의 양이나 굳기(stool volume and consistency)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조절되는것입니다.
이러한 조절에 문제가 발생한 질환을 대변실금(fecal incontinence)이라고 합니다.
대변실금(Fecal Incontinence)
대변실금(fecal incontinence, 변실금)은 배변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똥을 잘 못가리는것'을 말하며,
병명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원인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입니다.
고형질의 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진성실금(true incontinence)과
방귀(flatus)나 액체상 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도실금(minor incontinence)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진성실금은 항문 주위에 감각이상이 있어서 변이 나오는것을 느끼지 못하거나,
골반의 근육이나 항문괄약근에 손상을 받아 변을 참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서는 분만시 손상으로 대변실금이 나타날 수 있으며,
항문 수술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도실금은 점액실금의 형태로 자주 나타나는데,
직장이나 항문에 융모상 선종(villous adenoma)이 있거나
치핵(hemorrhoid), 직장탈(rectal prolapse), 직장내 염증 등이 있는 환자에게서
속발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대변실금의 빈도는 의외로 많습니다.
설사를 주소로 찾아온 여성환자의 51%에서 대변실금 증세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소변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요실금(urinary incontinence)과는 또 다르게,
대변실금이 있는 환자는 심각한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스스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변실금은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쉬쉬하고 넘어가지 말고 의사의 진찰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먼저 대변실금을 일으키는 원인을 밝혀내어
만약 원인 질환이 있다면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것이 치료의 첫번째 순서입니다.
변의 굳기를 증가시키고 장내 통과 속도를 늦추게 하는 지사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거나
간헐적으로 관장(enema)을 시행함으로
심하지 않은 대변실금 증세는 쉽게 호전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골반근육의 운동이나 바이오피드백 치료(biofeedback training) 등을 시행하여
경도의 대변실금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보존적인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 주는데,
직접 항문괄약근을 조여주는 수술인 중복 괄약근교정술(overlapping sphincteroplasty)이나,
넓어진 항문직장각을 좁혀주고 항문관의 기능적 길이를 길게해주는 수술인
후방 항문교정술(posterior anoplasty) 등을 시행해 줍니다.
최근에는 괄약근을 대치할 수 있는 여러가지 소재들이 개발되어,
괄약근의 손상이 심한 환자에게 인공괄약근 이식술(artificial sphincter implantation)을 시행하여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중복 괄약근 교정술을 시행한 환자의 경항문초음파(anal endosonography) 소견
치핵(Hemorrhoid, 치질)
항문관 내에는 혈관, 평활근, 탄력 및 결합조직을 함유한 두꺼운 점막하층(submucosa)이 있는데
이를 '쿠션(cushion)'이라고 합니다.
이 항문 '쿠션'은 항문관의 좌측 측방(3시방향), 우측 후방(7시 방향), 우측 전방(11시 방향)에 주로 위치하며,
배변시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대변실금(fecal incontinence)을 방지하는데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이 점막하 조직에 울혈이 생기고
탄력도가 떨어지면서 항문의 내층과 분리되는 덩어리(mass)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치핵(hemorrhoid, 치질)이라고 합니다.
(간혹 '치질'이라는 말은 치핵을 비롯하여
치열(fissure in ano), 치루(fistula in ano) 등의 항문질환을 모두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hemorrhoid'는 '치핵'이라는 용어로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항문 쿠션의 해부학적 위치(좌)와 그 쿠션에 발생한 치핵(우)
사실 치핵의 발생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직립생활로 인한 중력(gravity)의 영향이나
반복하여 힘을주어 변을 보거나 불규칙한 배변습관,
잦은 설사나 변비 등의 장 기능의 이상 등이 연관되는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치핵은 외치핵(external hemorrhoid)과 내치핵(internal hemorrhoid)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치핵과 외치핵
외치핵은 치상선 하방의 항문상피나 항문개구부의 피부로 덮인 부분에 나타나는 것으로,
외관상 항문 주변의 피부가 늘어진 형태로 보이는 췌피(skin tag, 피부꼬리)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너무 커서 항문 청결에 문제가 된다든지,
치열(fissure in ano)이난 항문소양증(pruritus ani) 등에 연관된 이차성 췌피의 경우에는
절제를 해주기도 합니다.
간혹 외치핵중에서 혈전성 외치핵(thrombotic external hemorrhoid)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배변시에 무리한 힘을 주다가 외치핵총(external hemorrhoidal plexus)의 정맥 하나가 파열되면서
피하조직으로 혈액이 유출되어 형성되는 것으로,
항문혈종(anal hematoma)이라고도 합니다.
혈전성 외치핵은 대부분 심한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즉시 수술적 처치를 시행해주는것이 좋습니다.
수술을 국소마취(local anesthesia) 하에서 혈종만 제거해내는 간단한 수술이므로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수술이 필요한 다른 항문질환이 복합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여 필요시에는 같이 수술해버리는것이 좋습니다.
외치핵인 췌피(좌)와 혈전성 외치핵(우)
내치핵은 항문관 및 하부 직장의 정맥총이 확장되어 발생하는것으로,
확장된 정맥류를 점막이 덮고 있는 형태입니다.
내치핵은 치핵 덩어리의 돌출 형태에 따라 네가지로 구분합니다.
항문관 내로 돌출되기만 하고 항문관을 빠져나오지 않는 초기 내치핵을
1도 내치핵(1st degree internal hemorrhoid)이라 하고,
배변과 함께 항문 밖으로 치핵 덩어리가 빠져나왔다가
배변이 끝나면 저절로 원위치로 돌아가는 내치핵을 2도 내치핵(2nd degree internal hemorrhoid),
더 진전되어서 치핵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쉽게 빠져나오고
손으로 밀어넣어야 들어가는 경우를 3도 내치핵(3rd degree internal hemorrhoid),
그리고, 손으로 밀어넣어도 항문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심한 경우를
4도 내치핵(4th degree internal hemorrhoid)이라고 합니다.
보통 1도 내치핵의 경우에는 환자가 치핵 덩어리를 인식하지 못하며,
배변시에 출혈 때문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치핵에서 발생하는 출혈은 초기에는 변비가 있는 경우에 자주 나타나다가,
점차 잦아져서 나중에는 직장해면체에 동맥과 정맥이 서로 교통하게 되어
선홍색의 출혈까지 있을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빈혈(anemia)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2도 내치핵부터 항문에 나타난 종괴(덩어리)를 주소로 병원을 찾게 되며,
혈전(thrombosis)이 생기는 혈전성 치핵(thrombotic homorrhoid)이나
치핵 덩어리가 항문 안으로 환원되지 않는 감돈성 치핵(strangulated hemorrhoid)의 경우에는
심한 통증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사실 내치핵은 위의 경우를 제외하고 통증이 수반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며,
오히려 분비물의 유출이나 변실금이 주증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내치핵의 분류
내치핵이 커져서 항문연 바깥으로 확장되어 외치핵과 융합된 형태는
혼합치핵(mixed hemorrhoid)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일반인들이 항문밖으로 치핵 덩어리가 나타나는 것을 '숫치질'이라고 하고
항문 밖으로 치핵 덩어리가 나타나지 않으면 '암치질'이라고 하면서,
이를 '숫치질'은 외치핵으로 '암치질'은 내치핵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치핵임에도 항문밖으로 치핵 덩어리가 빠져나오는 3도 내치핵과 4도 내치핵을
'숫치질'이라고 하면서 외치핵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언급된것처럼 외치핵과 내치핵의 구분은
치핵의 발생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구분하는것이며,
항문밖으로 돌출되는 치핵 덩어리의 유무는 상관 없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의미의 '숫치질'과 '암치질'의 구분은 전혀 다른데,
'숫치질'이란 종괴(덩어리)를 형성하는 모든 종류의 '치핵'을 말하는 것이며
'암치질'이란 항문 주변에 구멍을 형성하는 '치루'를 말하는 것입니다.
내치핵은 앞서 언급된 항문 '쿠션'의 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항문 '쿠션'이 있는 좌측방(3시), 우후방(7시), 우전방(11시)에서 잘 발생합니다.
항문관 내에서 내치핵의 호발 부위
치핵의 진단은 역시 눈으로 치핵 덩어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도 내치핵과 2도 내치핵은 항문관 안에 치핵 덩어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장 수지검사(digital rectal examination)로 확인을 하기도 하고,
항문경(anoecope)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치핵 뿐 아니라 모든 항문질환에서 직장 수지검사는 특히 중요한데,
직장암(rectal cancer)을 비롯한 직장내의 다른 질환을 감별해내는데에
가장 간단하면서 확실한 검사가 바로 직장 수지검사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경험에서도,
배변시 항문 출혈(anal bleeding)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단순히 치핵이나 다른 항문 질환일것으로만 여겼었는데,
직장 수지검사를 시행해 보았더니 직장암이었던 경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앞 글 '암 이야기(3)-대장암' 편에서도 강조했습니다만,
직장 수지검사는 대장항문 질환에서 필수적인 검사임을 명심해야합니다.
창피하다고 생략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또, 의사가 변태여서 괜히 항문에 손가락 넣어보는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항문경(anoscope)
초기의 치핵인 1도 내치핵과 2도 내치핵은
항문을 청결히 하고,
배변시에 너무 힘을 주지 않으며,
변을 부드럽게 하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기르는 등의 간단한 보존요법만으로도 완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보존요법으로 특히 중요한 것은 좌욕(sitz-bath)인데,
약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약 3~5분간 항문을 담구는 방법으로
하루에 3~4회 시행하면 어지간한 내치핵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3도 내치핵 이상에서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4도 내치핵으로 감돈성 내치핵이 발생했을 때에는 수술적 처치를 서둘러야 합니다.
수술적 처치로 치핵 덩어리를 절제해내는 치핵절제술(hemorrhoidectomy)을 시행하는데,
절제 부위를 모두 봉합해 주는 방법(closed hemorrhoidectomy)과
치핵을 절제만 하고 봉합을 하지 않는 방법(opened hemorrhoidectomy),
그리고, 항문점막 부위만 봉합하고 나머지는 봉합하지 않는 방법(semi-closed hemorrhoidectomy) 등이 있습니다.
폐쇄성 치핵절제술(closed hemorrhoidectomy)의 모식도
치핵 덩어리가 작은 경우에는 수술 외에
마취 없이 간단한 기구로 시행할 수 있는 환상고무 결찰술(rubber band ligation)을 하기도 합니다.
주로 초기 치핵으로 출혈 등의 합병등이 동반되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시행합니다.
시술 후 7~10일이 지나면 고무에 의해 조여진 치핵 조직이 잘리어 떨어져 나가게 되는데,
이 시기까지 상당한 불편감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환상고무 결찰술(좌)과 부식제 주입법(우)의 모식도
수술 외에 치핵을 치료하는 보조 술식으로 부식제 주입요법이 있는데,
점막하 조직에 부식제를 주입하여 염증 반응과 섬유화를 일으켜
치핵을 일으킨 혈관이 수축하도록 함으로 치핵내 혈관이 확장되는 것을 막고,
항문 점막을 근육층에 고정시켜서 치핵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주입부위에 궤양이나 괴사가 발생할 수 있으나
대개 3~6주 후면 저절로 치유된다고 합니다.
과거 '야메'로 하는 치질 치료가 이러한 방법이었는데,
무면허 '돌팔이 의사'들이 부식제의 종류와 양, 그리고 주입 부위를 잘못하여 시술하는 바람에
항문 협착(anal stricture) 등의 심각한 부작용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 외의 치핵 치료의 보조 술식으로
치핵을 급속히 냉각시켜 응고 및 파괴 시키는 한랭치질수술,
부식제를 주입하는 부위와 동일한 부위에 적외선을 조사하여 출혈을 멈추게 하는 적외선 응고법,
레이저를 이용하여 치핵을 절제하거나 응고시키는 레이저 치료 등이 있습니다.
치열(Fissure in Ano)
외과의사들의 우스개 소리로
치핵(hemorrhoid), 치열(fissure in ano), 치루(fistula in ano)를 '항문질환 삼총사'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배변시에 통증이 가장 특징적인 질환은 치열입니다.
물론 치핵이나 치루도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항문이 찢어져서 발생한 치열이 특히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치핵은 출혈이, 그리고 치루는 분비물(discharge)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치열은 항문의 후방(6시 방향)에 발생합니다.
급성기에는 단순히 항문의 치상선 아래 부위가 찢어지는 열상으로 나타나지만,
오래 지속되면서 궤양이 형성됩니다.
궤양의 바닥은 내괄약근의 섬유가 노출되어 있고,
주변 조직에 부종과 섬유화가 일어나서
궤양의 안쪽, 즉 항문관 쪽으로는 비후된 항문유두(enlarged anal papilla)가 나타나고,
궤양의 바깥쪽으로는 전초퇴(sentinel pile, sentinel tag)가 나타납니다.
치열의 구성을 나타낸 모식도
치열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다만, 딱딱하고 굵은 변이 항문관을 통과하면서 항문점막에 직접 손상을 주어서
초기 손상이 발생하는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이 손상이 왜 항문의 후방에 잘 발생하고 어떤 경우에 만성화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여러 보고에 의하면
대다수의 치열 환자에서 휴식기 항문내압(resting anal canal pressure)이 크게 증가되어 있으며,
배변시에 내항문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 muscle)의 비정상적인 수축이 관찰되는 점으로 미루어
치열이 만성으로 진행되는 원인은 내항문괄약근의 이상 때문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치열 환자에서 내항문괄약근 절개술을 시행한 결과
휴식기 항문내압이 감소됨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치열은 배변시나 배변 직후에 발생하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특징적인 증상이며,
선홍색의 출혈이 소량으로 변에 묻어나오거나 화장지에 묻기도 합니다.
간혹 출혈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열은 이러한 병력과 항문진찰을 통해서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문직장 농양(anorectal abscess), 항문소양증(pruritus ani), 결핵(tuberculosis),
크론씨병(Crohn's disease), 매독(syphilis), 항문암(anal cancer) 등의 다른 질환과 감별해야 하는데,
이 질환들의 초기 궤양 형태가 단순 치열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급성 치열의 경우에는 보존적인 치료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보이는데,
변비를 개선시켜주는 음식이나 약물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하루 3~4차례의 온수 좌욕을 시행함으로
대부분 3~6주만에 저절로 좋아집니다.
어린이에게서도 잘 발생하는데 대부분 저절로 잘 낫습니다.
마약, 보존적인 치료에도 잘 낫지 않는 어린이의 급성 치열의 경우에는
부모가 규칙적으로 항문 확장을 시켜주어야 합니다.
일회용 장갑에 윤활제를 바르고 약 30초간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있는것으로 충분한데,
매주 2~3회씩 2~3주간 실시하면 됩니다.
오래된 만성 치열은 보존적인 치료에 효과가 없고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금방 다시 재발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술적 요법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에는 마취하에서 손가락 6~8개를 하나씩 차례로 넣어가며 항문을 넓혀주는
항문 수지확장법(anal stretch procedure)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만,
내괄약근 절개술(internal sphincterotomy)이 보편화되면서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괄약근 절개술(internal sphincterotomy)은
항문관을 빙 둘러서 띠 모양으로 싸고 있는 내항문괄약근의 일부를
항문의 측방에서 끊어주는 수술 방법으로,
측방 내괄약근 부분절개술(partial lateral internal sphincterotomy)라고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개방식과 폐쇄식이 있으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므로 환자가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개방식 측방 내괄약근 절개술의 모식도
폐쇄식 측방 내괄약근 절개술의 모식도
치열이 크고 전초퇴(sentinel pile)나 항문유두(anal papilla)가 두드러진 경우에는
이를 함께 절제해내는 치열절제술(fissurectomy)를 함께 시행하기도 합니다.
간혹 수술 후에 출혈이나, 항문주위 농양 형성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심각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수일 내에 호전됩니다.
내항문괄약근은 변 조절 기능에는 주요 역할을 하지 않으므로,
내괄약근 절개술 후에 항문 기능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것이 정상이지만,
상당수에서 배변실금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수술전부터 환자의 항문 기능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인 경우이거나
드물게 수술시 외항문괄약근(external anal sphincter)에 손상을 주었기 때문인 경우입니다.
항문직장 농양(Anorectal Abscess)과 치루(Fistula in Ano)
항문직장의 화농 형성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만,
항문선(anal gland)의 감염을 가장 흔한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이 감염으로 항문과 직장의 여러 부위에 농양이 형성된것을
항문직장 농양(anorectal abscess)이라고 하고,
이 농양이 저절로 혹은 수술에 의해 밖으로 배농되면서 누관이 형성된것을
치루(fistula in ano)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항문과 직장 주변에 고름집이 잡힌것을 항문직장 농양이라고 하고,
농양이 터진 후 직장이나 항문관 안쪽부터 항문 주변의 피부까지 길게 구멍이 뚫린것을
치루라고 한다는 말입니다.
항문직장 농양(좌)과 치루(우)
항문선이 감염되어 농양(고름집)이 생기고
이 농양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치루가 생기기 때문에,
치루는 항문관 안쪽 치상선(dentate line) 부위의 항문선와(anal crypt)에
내측 개구부(internal opening)인 1차누공(내공)이 존재하고
항문 주변의 피부에 외측 개구부(external opening)인 2차누공(외공)이 존재하게 됩니다.
치루의 1차누공(내공)과 2차누공(외공)의 모식도
항문직장 농양이 진행하여 치루가 되기는 하지만
그 분류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항문직장 농양은 농양이 위치한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합니다.
항문주위의 피부 바로 밑에 발생하는 항문주위 농양(perianal abscess),
좌골직장와에 발생하는 좌골직장 농양(ischiorectal abscess),
내항문괄약근과 외항문괄약근 사이에 형성되는 간괄약근 농양(intersphincteric abscess),
항문거근 상방으로 골반 복막 하방에 발생하는 상항문거근 농양(supralevator abscess)이 있습니다.
항문직장 농양의 분류
반면, 치루는 항문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항문괄약근과의 관계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합니다.
내항문괄약근과 외항문괄약근 사이로 누관이 형성된 경우를 괄약근간형(intersphincteric type),
외항문괄약근을 뚫고 누관이 형성된 경우를 괄약근관통형(transsphincteric type),
외항문괄약근의 상부로 누관이 형성된 경우를 괄약근상형(suprasphincteric type),
1차누공이 항문선와에 형성되지 않고 상방의 직장 근처에 형성된 경우를 괄약근외형(extrasphincteric type)으로
각각 구분합니다.
괄약근과 무관하게 항문연 근처에서 피하로만 누관이 형성된 경우를
단순형으로 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치루의 분류
항문직장 농양은 그 발생위치에 따라 증상에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주위에 통증인데,
농양의 위치가 깊이 있을 수록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고 고열 등의 전신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양의 위치가 항문연에 가까우면
항문 주위에 발적과 함께 나타나는 미만성 종창(diffuse swelling)을 관찰함으로
쉽게 항문직장 농양임을 진단할 수 있지만,
심부에 위치한 농양의 경우에는 직장수지검사나 경항문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야
진단이 가능합니다.
항문직장 농양으로 진단이 되었다면 즉시 절개배농(incision and drainage, I&D)을 시행해야 합니다.
보통 다른 부위에 농양이 형성될 때는
완전히 고름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절개배농을 합니다만,
항문직장 농양의 경우에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절개배농을 시행해야 합니다.
간혹 항생제를 사용하여 염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고,
오히려 주위로 염증만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진단 즉시 절개배농을 시행하는것이 원칙입니다.
절개배농시에 1차누공이 발견된다면 농양의 재발과 치루로의 전환을 방지하기 위해
동시에 치루절개술(fistulotomy)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농양이 형성되어 있는 시기에는
누관이 단단한 섬유질로 구성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1차누공을 발견해내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대부분 단순히 절개배농을 시행하는것으로 수술적 처치를 마무리하고,
1개월 이상 지난 후 치루가 형성되면 2차로 치루에 대한 수술을 시행해 줍니다.
다행한것은 상당수에서 절개배농만 시행했어도 치루로 진행하지 않고 완치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항문직장 농양의 절개배농술
항문직장 농양에서 절개배농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항문연에 가까운 피부를 절개하여 배농을 시키는데,
이는 추후 치루가 형성되어 치루절개술을 시행할 때에
수술창이 커지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입니다.
상항문거근 농양(supralevator abscess)에서 직장내로 배농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하므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항문직장 농양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보통 우리 몸에 농양(고름집)이 형성되어 치료할 때에 '고름을 짠다'을 표현을 많이 합니다.
필자는 이 표현이 농양을 치료하는데에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양 치료의 첫번째 원칙은 가급적 넓은 절개(wide incision)를 통하여
충분히 농(고름)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즉, 좁은 배출구를 통해서 '고름을 짜내기'만 해서는
농이 충분히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농양이 빨리 치료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농양을 치료할 때에는
농이 잘 배출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절개하되,
미용적인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절개하는것이 좋습니다.
치루는 항문직장 농양의 속발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자의 병력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항문 주위에 반복해서 농양이 형성된 적이 있거나
이에 대한 수술을 시행받은 적이 있으며,
항문 주위에 분비물이 많은 사람은 치루가 있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꼭 진찰을 받아보는것이 좋습니다.
치루의 다른 증상으로 통증이나 출혈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치루의 진단은 항문 주위에 형성된 누공(2차누공)을 눈으로 확인하고
직장수지검사나 항문경검사를 통해서 항문선와 주변에 형성된 1차누공을 확인함으로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경항문 초음파 검사도 치루를 진단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1차누공이 없어져야 항문직장 농양이나 치루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1차누공을 확인하는 일은 치루의 진단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외공(2차누공)의 위치만으로도 내공(1차누공)의 위치를 짐작하기도 하는데
이를 굳살 법칙(Goodsall rule)이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항문을 앞뒤로 나눈 가상의 선보다 앞쪽으로 항문연에 가까운쪽에 외공이 존재하면
내공은 일직선상의 항문선와에 존재하게 되고,
가상의 선보다 뒤쪽이나 항문연에서 먼 곳에 외공이 존재하면
치루관이 빙 돌게되어 내공은 항문관 내 뒤쪽 정중앙에 위치하게 된다는 법칙입니다.
모든 치루가 다 이 법칙에 따르는것은 아니고,
국내의 보고에 의하면 전방에 외공이 있는 경우는 64%만 이 법칙을 따르고
후방에 외공이 있는 경우는 92%에서 이 법칙을 따랐다고 합니다.
굳살 법칙(Goodsall rule)을 나타내는 모식도
항문연에서 가까운 전방에 2차누공이 형성된 치루는 직선 형태의 치루관을 형성하고
항문연에서 먼 곳이나 후방에 2차누공이 형성된 치루는 곡선 형태의 치루관을 형성한다.
1차누공이 잘 확인되지 않을 때에는,
치루의 외측개구부인 2차누공을 통해 탐침(probe)을 집어넣어
직장이나 항문관 내로 탐침이 빠져나오는것을 보고 1차누공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치루관이 직선으로 되어있을 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곡선으로 되어있을 때에는 무리한 힘을 가하다가
자칫 원래 형성되어있던 치루관의 벽을 뚫고 새로운 치루관을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탐침을 이용하여 1차누공을 확인하는 그림
거의 모든 치루는 수술적 처치가 유일한 치료 방법입니다.
아주 드물게 저절로 치루관에 막혀서 저절로 치료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의 치루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루관이 영구히 남아서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됩니다.
치루의 수술법은 치루의 형태에 따라서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본 원칙은 치루관이 형성된 1차병소를 제거하고
1차누공(내공)과 2차누공(외공)을 찾아서 처리해주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수술법으로 절개노출법(primary fistulotomy and lay open)으로,
치루관 전체를 절개하여 노출시킨 상태로 그대로 두어
상처가 밑에서부터 차올라서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수술이 간단하고 치루가 확실히 치료되기는 하지만
괄약근이 많이 절개되면 변 조절에 장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괄약근간형 치루(intersphincteric fistula)나 괄약근관통형 치루(transsphincteric fistula)일부에서 시행합니다.
절개노출법을 시행하는 모식도
간혹 치루관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내는 치루절제술(fistulectomy)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상처의 치유기간이 더 오래 걸리고 괄약근 손상이 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역시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치루절개술(fistulotomy)(좌)과 치루절제술(fistulectomy)(우)의 차이에 대한 모식도
치루절개술이나 치루절제술로는 괄약근의 손상이 심해질것이 예상되는 경우에
세톤(seton)법(배액선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치루관이 포함된 괄약근을 세톤(배액선)으로 동여매어
조금씩 조여주는 방법으로,
서서히 괄약근이 잘리면서 먼저 잘린 괄약근이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도록 하여
괄약근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절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세톤으로 사용하는 재료는 실크(silk)나 나일론(Nylon) 등의 비흡수성 봉합사(non-absorbable suture material),
('칼잡이의 도구(2)-실과 바늘'편 참조)
탄성 밴드(elastic band) 혹은 펜로즈 배액관(penrose drain) 등이 있으며,
구체적인 시술 방법에 따라 다른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시술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괄약근이 완전히 잘리는데에는 보통 6~8주 걸립니다만,
최근에는 1~2주만에 잘리도록 하는 방법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세톤법을 시행하는 모식도
치루관의 위치가 더 위에 있는 괄약근상형(suprasphincteric type)나
치루관이 여러개 존재하는 마제형 치루(horse-shoe shaped fistula) 등에서는 좀더 복잡한 술식을 시행합니다.
치루를 절제한 후 결손된 근육을
주위의 외항문괄약근 등 다른 근육으로 근육편(muscle flap)을 만들어 보충해주면서
내공 부위를 막는 근육충진법(근충전술)이나,
치루관을 주행에 따라 주위 조직과 함께 파낸 후에
내공 부위를 봉합하고 그 위에 직장점막으로 판(flap)을 만들어 덮어서 다시 봉합해주는
점막전진판법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술법은 절대 간단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나 의사나 부담이 되며,
치루를 항문 질환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질환으로 보는 이유가 됩니다.
간혹 결핵(tuberculosis)이나 크론씨병(Crohn's disease) 등의 합병증으로 치루가 발생하기도 하고
여성에서 분만손상 등이 원인이 되어 질(vagina)과 누공이 발생하는
항문질루(rectovaginal fistula) 등도 있습니다만,
흔한 질환이 아니고 너무 전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