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어느 날을 살다 온 하루
- 추억의 기차여행, 강촌을 다녀와서 ...-
마치 첫 소풍을 기다려 온 8살 꼬마처럼
몇 날 전부터 밤을 손가락으로 꼽으며 설레었으니
기차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는
몸은 집에 있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은 이미
강촌행 기차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7월 12일 아침부터 짐을 챙기고
이용규님의 제안으로
더욱 풍미가 더해진 추억의 여행에
운치를 더 하기 위해
우선 계란 한 판을 사고
계란 소금은 습자지(이용규님은 '돌가루 종이')에
준비해야 제 맛이 난다기에
문구점을 돌며 습자지를 구하려 ...
문구점 주인들이 빙그레 웃으며
그런 건 이제 없다고 한다.
하긴 그래! 옛날에는 '문방구'였지,
습자지는 문방구에서나 살 수 있었지 ... ㅎㅎ
문구점을 돌아 나오며
눈앞에 들어오는 간판이
'성은약국'이었다.
그래 저거야!
약국에 들어가 에어파스를 사면서
약사님에게 '저, 혹시 ...'
정사각형의 약 싸는 종이
열 장을 얻어 들고 나올 때는
너무나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먼저 깨를 볶고
분마개로 간 다음,
소금과 후추를 배합하여
약 싸는 종이에 약을 싸듯
계란 소금을 준비해 놓고
짐을 챙겼다.
내일 아침 일찍 삶는 것이
신선도를 최상으로 높이므로
게란 24개를 큰 용기에다
앉혀 놓았다.
준비 끝!
그래 오늘 밤만 자고 나면 ...
7월 13일 06:00,
시계가 노래를 부르며
아침은 시작되었다.
먼저 계란 앉혀 놓은 솥에 불을켜고
샤워, 간단한 식사, 진현이 ...
정신없이 청량리행 버스에 올랐다.
7시 45분,
청량리 역 시계탑 앞에는
벌써 상당수의 회원들이 모여 있었다.
김금남님, 김민영님, 김삼복님,
김종규, 김진현, 이명주,
박덕조님, 이옥선님,
이용규님 부부,이택규님,
이희령님, 장경선님,
정명희님,정해열님,
모두 미소년 소녀들^^
처음 만난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 저런 웃음 꽃 속에,
드디어 우리는 강촌행 열차에
앉아 있었고
시계 바늘은 손살 같이
70년대로 돌아 가 있었다.
기차는 20대로 돌아간
철부지들을 싣고 강촌으로
달리고 있었다.
잠시 후 추억의 먹거리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금남님이 준비한
'오징어와 땅콩', 그리고 '고구마',
김민영님의 '왕호떡',
이용규님 부부께서 준비하신
'쑥인절미'(맛있는 고물)와 '깨강정'
정명희님은 '방울토마토75개'와
손수 맹글은 '뽑기20개',
김종규+이명주부부작
'삶은계란24개',
정해열님과 김삼복님의 생수 ...
(아, 이런 오늘 점심은 먹기 틀렸네 ...)
추억의 먹거리를 먹으며
'역마다 자리바꾸기'
'Hotel California'를 듣다 보니
어느 듯 대성리에 도착,
대성리에서 '깜짝 만남'을
준비하신 김현주님과 랑데부,
이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김현주님이 활짝 웃으며
수박 세 덩이를 들고 등장,
(역시 손이 크신 분 ... ㅋㅋㅋ)
수박이 구박 받은 이야기는 ...
너무 맛있었다^^
다시 기차는 출발하고
청량리에서 출발한 지
겨우 십여 분이 지난 듯 했는데
우린 벌써
강촌역의 긴다리 앞에 서서
기념사진 한 방^^
이제 구곡 폭포로 가야하는데,
원래는 자전거로 갈려고 했으나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구곡 폭포 밑 정류장에 내려
산행 준비를 하며
수박을 맛나게
- 실은 무게를 줄기기 위해-
먹었다.
10여분 남짓 수목천지를 오르니
아홉 구비로 흐드러져 내리는
폭포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물보라에 흠뻑 젖어드니
자연도 없고
사람도 없고
시간도 정지해 버린
한 폭의 그림 속이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재촉하여
문배 마을로 향했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40여분 오르니
사면이 산수화로 둘러친
천연 병풍에 앉아 있는
문배마을이 두 팔을 벌리고
우리를 꼭 껴안아 주었다.
산골 집 식당 '한씨네'에 들어가
시원한 물로 더위를 식히고
몇 사람의 머리와 인사(?)를 나눈
낮은 문설주를 피해
토방에 모여 앉은
우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바로 신선이었다.
주문한 음식들을 기다리는 동안
김민영님의 사모님 특식인
'고구마순 김치'를 선보였다.
아삭아삭한 감칠 맛은
맛보지 못한 사람들만
서러울 뿐 ...
이어 메밀묵, 두부, 오리탕, 닭도리탕 ...
그리고
그리고
...
문배주(동동주) ...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얼마 후 문배마을로
직접 오신 윤경순님과 일행분...
신선들끼리 무슨 긴 말이 필요하랴?
문배주에 곁들인 서로의 마음을
쭉~ 들이키면 그만이지.
이어 김현주님의 지도로
이루어진 재미난 '경매',
너무나 흥겨워
'거금'을 던졌지만
너무나 즐거운 경매였다^
어느 듯 시간이 흘러
문배마을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산을 내려왔다.
다음에는 문배마을에서
하룻 밤을 보내리라 ...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남춘천으로 갈 12인승 승합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합차에 올라
춘천퇴계막국수로 이동하는
승합차 안에서
이용규님 부부의 화음에 맞춰
동요, 가곡 ...
아, 시간아 좀 천천히 ...
그러나, 벌써 ... 퇴계막국수!
명성에 걸맞게 맛난 음식이며
후한 인심에
또 한 번 마음이 뭉클 ...
막국수와 동동주 한 사발을
어찌 피할 수 있으랴?
서로의 마음이 뒤엉켜
무르녹아 있었던 그 순간,
이제는 집으로 ...
퇴계막국수 앞에서
윤경순님 일행과 김현주님이
같은 차로 이동하여야 하니
첫 이별은 이미 이루어진 셈!
10여분을 걸어 도착한 남춘천역,
우리와 같은 아쉬움을
안고 서울로 향하는
손님들이 붐비고 있었다.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끊어질 줄 모르고 이어지는
이야기꽃들 ...
그런데 대성리역에서
김현주님이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열차 승무원을 통해 전달 받은
아이스크림은
꿀보다 더 달콤한
아름다운 마음이 묻어 났다.
어느 듯 열차는
어둠이 내린 청량리역으로
들어섰고
역사 앞에서 간단한 해단식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헤어짐은 다음 만남을 위한 준비'라는
누군가의 말을 곱씹으며 ...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2005년 7월 13일
김종규
P.S.. : 이 번 추억의 기차여행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이런 멋진 여행을 기획하시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실행을 해 주신
서울수도권 지회장님 이택규님과
이택규님을 보좌해 열심히 일해 주신
정명희님의 노고에 감사와
갈채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