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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엄청 빠르게 지납니다. 여성시대를 맡고부터는 더더욱 일주일 단위의 시간이
정신없이 날아(?)간다고 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6월 7일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한달여 지나니까, 김승현씨와도 또 여성시대를 만드는 모든 뒤안의 분들께도 낯가림이
없어지는 듯 했어요(전 낯을 가리는 편이거든요).
다른 연예인들처럼 새벽에 취침해서 오후 늦게 기상하는 버릇이 없으므로 일어나 출근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아침 생방송을 해온 사람처럼 몸에 밴듯 천연
덕스럽게 이른 아침에 적응을 잘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일찍 출근하다보니 전날의 어
지러진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줌마께 방해되는 듯 싶어, 운동을 할까하고 여의도 주변
의 여러곳을 두드리고 다녔습니다. "월 십여만원을 투자해서 아침시간을 더욱 더 효율
적으로 보내리라.." 마음먹으면서.
그렇지만 방송국 주변의 운동할 수 있는 실내공간은 다 회원제로 운영이 되고 있어서,
왠지 만만해 보이질 않았어요. 고민만하며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퍼뜩 '맞아
! 이 좋은 한강둔치와 여의도 공원이라는 멋진 새 공원이 있는데, 왜 답답한 실내에서
헉헉대며 땀 흘려야하지?' 하는데 생각이 미쳤고, 저는 아예 매일 아침 일찍 둔치나
여의도 공원에 도착해서 한 시간여 걸으면서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하고, 묵상도 하고,
이 동네 공중탕에 가서 목욕도 하고 사무실에 나오는 걸로 아침일과를 굳혔습니다. 아
주 좋더군요. 둔치쪽으로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가는데 이른 아침에 참으로 많은 분
들이 그 곳에 계셨어요.
강가로 내려와 걷기 전까지는 몰랐었지요. 그렇게나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 그곳에
있었다는 걸요.
강 건너 저편 잘 닦인 도로를 빈틈없이 메우며 흘러가는 자동차의 물결과는 상관없이
강가엔 고요가 깔려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자연학슴장에 많은 종류의 풀과 나무가 잘 자라고 있어서 저는 매일 한가지씩 이름과
생김새를 기억하며 산책합니다.
비둘기떼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거대한 교각 및 도시가스 파이프(?)따라 누워 잠
자고 있던 예쁜 깃털 세 개를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지요.
" 비둘기 깃털이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에서처럼 허공에서 날려 떨어지길래 당신
보여주려고 갖고 왔어"
전 정말로 보물처럼 그 깃털을 남편에게 건넸어요. 그랬더니 남편은 "으응~" 하더니
곧장 쓰레기통에 넣더군요. 참으로 어울리는 한쌍 아님니까?
쥐똥나무 울타리와 토끼풀밭, 그리고 억새인지 갈대인지가 모여서 밭을 이루고 있더군
요.
뛰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강아지와 놀거나 아침까지 술취해 있거나, 강변을 바
라보며 단 둘이 앉아 진한 장면을 연출하는 남녀, 벤취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발가락...
햇빛이 구름사이 빈틈으로 쫘악 내려 꽂힙니다.
축복 있으라!
아침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깨어 움직이는 새벽을 모르는 이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