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반복되는 불경기도 모자라 유가는 배럴당 64달러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급락하여 달러당 천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줄 희망은 있는지 증시는 1400선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황우석 신드롬이 추락하자 사람들은 일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제 서야 겨우 마법이 풀리는 듯 어제는 여성단체에서 난자보관에 대한 진상 파악을 하고자 들고 일어났습니다. 비리는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데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성남에서 조그마한 14, 18케이 쥬얼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리도 추워 날리지 않는 썰렁한 가게 안에 켜놓지 않을 수 없는 난로의 열기만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반짝반짝 윤기 나는 보석들만 각자 맞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가려고 안간힘을 써 보지만 보석들을 구경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띄엄띄엄 들어옵니다.
한참 가게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보아하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일곱 명의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는 행동들이 제가 어릴 때 학교 다닐 때 보았던 7공주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여학생들이 가계에 들어와 있자 길을 가던 다른 여학생들이 이들을 보더니 갑자기 허리를 90도로 굽힙니다. 자기 부모한테도 저렇게 인사하는 학생들은 없을 터인데 라고 생각하니 딱해 보입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짧은 미니스커트에 머리는 어찌나 멋을 부렸는지 대충 보면 아가씨들 같습니다. “느네들 학교에서 그렇게 다녀도 단속 안하니?” “방학이라서 그러는 거예요. 학교에서도 내 놓은걸요 호호”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내 놓았다니……. 그럼 학교에서 내 놓은 아이들은 어디를 가야 지도를 받을 수 있는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언니! 어려운 것 묻지 마시고 귀나 뚫어 주세요. 귀 위쪽에 뚫어주세요.” 학생들은 저마다 귀를 뚫기 위해 몰려온 것입니다. “귀 위쪽에 뚫다가 잘 못하면 핏줄을 건드릴 줄도 모르는데 괜찮겠어요?” 저는 가능하면 위쪽은 뚫지 말라는 뜻에서 그렇게 타일렀습니다. “상관없어요. 안 아프게만 뚫어줘요!” “예, 알았어요. 안 아프게 뚫어줄게요. 잘 참으세요?” 저는 아프지 않게 살살 뚫었습니다. “아아아퍼 아아악” 잘 참을 줄 알았던 그녀가 갑자기 기겁을 하고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어어 앞이 안보여요. 어지러워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쥬얼리숍을 4년 동안이나 운영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그 학생을 가게에 딸린 방에 뉘였습니다. 그리고 찬 물수건을 올려놓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여차하면 119에 신고를 할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다행이도 그녀는 조금 있다가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괜찮니?” “예, 제가 너무 긴장했었나 봐요. 미안합니다. 언니” 일곱 명이 우르르 몰려와 사람 혼을 빼앗아 놓고 돌아간 후 저는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손님이 없습니다. 쥬얼리 숍이 장사가 제일 잘 되는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평일보다도 매출이 안됐습니다. 얼마나 불황인지 자영업자들이 아니면 체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루 종일 가게만 지키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사실이 너무 아픕니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장사가 잘 되어 사람들마다 웃음꽃이 활짝 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지나야 사람들의 지갑이 두둑해져 마음껏 아름다운 액세서리들을 살 수 있을까요?
저녁 10시가 되자 성남 대로에 사람들 대신 찬바람만 보행자 도로를 휑하니 뛰어갑니다.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하는 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벌써 몇 달째 무거운 어깨는 펴질 줄 모릅니다. 새해에는 제발 경기가 풀려서 모두 다 잘 사는 날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첫댓글 장사하면서 오지않는 고객 기다리는거 정말 힘든 일이지요 저도 해보았거든요 후후 시계줄 핀하나 갈아주고 하루를 보냈을땐 더 피곤한 하루지요 요즈음은 노동을하니 차라리 복장이 (사투리)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