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미세한 가시 빼기
경주 배광식
(서울대 치대 교수)
어느 늦가을, 겨울이 가까우니 긴 소매옷을 입게 되었다.
손목보다 조금 더 내려오는 긴소매가 손바닥을 스칠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따가움이 느껴졌다.
소맷자락에 풀이나 나무의 가시가 박혀 있는 듯해, 소맷자락을 아무리 살펴도 가시는 보이지 않는다. 눈이 미세하지 못한 탓이려니 하고, 손가락으로 소맷자락을 더듬어보고 훑어보아도 가시의 흔적이 없다.
이튿날 다른 긴소매 옷을 바꾸어 입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시가 찌르는 느낌이 있다. 옷마다 소매에 가시가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따가운 느낌이 드는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스쳐보니 어느 방향으로 스칠 때 따가움이 느껴진다.
그제서야 가시는 옷소매에 있지 않고, 손바닥에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얼마나 미세한 가시인지 돋보기를 대고 보아도 가시는 보이지 않는다. 족집게를 가지고 대충 따가운 부위를 짐작해 잡아빼도 여전히 가시는 빠지지 않고 무엇이 스칠 때마다 따갑다.
며칠이 지나고 잊고 있다가 아 가시! 하고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스쳐보았다. 이제는 따갑지 않다. 매일 자주 손을 씻고, 인체의 이물제거작용으로 저절로 미세한 가시가 빠진 것이리라.
우리 중생에게 번뇌는 무진하게 많다. 수행을 하다보면 거칠은 번뇌는 빠져버린다. 그러나 미세한 번뇌는 있는 듯 없는 듯 남아 있다.
우리는 누가 나를 화나게 해서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똑같은 일을 겪어도 화를 안 내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꼭 누가 화를 내게 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내 안의 미세번뇌가 바깥경계에 부딪쳐서 화가 솟아나는 것이다.
손바닥에 미세가시가 박혀있지 않았다면, 옷소매 스칠 때마다 따갑지 않았을 것이다.
사형을 당하면서 칼날이 봄바람 같다는 어느 선사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이 가까운 예에서 우리는 분노는 밖에서 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세한 가시 같은 미세번뇌는 평소에는 없는 듯이 보이다가도 바깥 경계에 따라 그 흔적을 드러낸다. 미세한 번뇌를 드러나게 하는 바깥 경계가 아니라면 우리가 어찌 미세번뇌를 알아채고 닦아갈 것인가?
무심히 손을 씻고 또 씻다보면 미세가시가 빠지듯,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염하고 또 염하는 동안 미세번뇌는 사라져갈 것이다.
일구미타무별념一句彌陀無別念 불로탄지도서방不勞彈指到西方
“6조六祖”
<오직 아미타불 지니고 다른 생각 없으면 손 튕길 수고도 없이 서방 극락 가리라. >
미세망념이 모두 빠지도록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지녀서, 무량광 무량수를 누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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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도 미세 번뇌와 싸워야 하는 날들. 108배와 염불로 미세 먼지를 뽑아내면서...저녁에 부디 봄바람같이 평안하기를....
감사합니다. _()_
예민하게 잘 살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_()_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
여전히 거친 번뇌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날! 그럼에도 알아차림! 깨어있기! _()_
추번뇌 세번뇌가 모두 스러지는 날 까지! _()_
미세한 가시빼기 처럼 뭔지 못찾고 마음에 걸리는 것을 날마다 나무아미타불로 씻어 내고 있네여~쿠쿠 나무아미타불
번뇌인지 알 때는 오히려 쉽습니다. _()_
나무아미타불~언제나 모진 번뇌에서 해탈 할런지~나무아미타불~_()_
번뇌즉보리! _()_
일구미타무별념(一句彌陀無別念)불로탄지도서방(不勞彈指到西方)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