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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군주론」은 르네상스시대(A.D. 14세기~16세기경) 이탈리아의 정치 이론가 N.마키아벨리가 지은 정치학의 고전이다. ‘군주의 통치기술’을 다룬 책으로 군주가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의지, 야심, 용기가 필요하며, 몰인정과 잔인함으로써 국민이 군주를 두려워하게 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하였으며, 때로는 종교도 이용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그래서 이러한 ‘권모술수주의’를 흔히 <마키아벨리즘>이라 부르게 되었다. 근대 정치학을 개척한 획기적인 저서이자 ‘세계의 결정판 15권’(스탠포드大) 중의 하나다.
N.마키아벨리(Machiavelli, 1469~1527)
마키아벨리와 마키아벨리즘
N.마키아벨리
서구 사회가 중세의 어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시대를 르네상스라 한다. 이는 이탈리아의 문예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이 운동을 대표하는 사람이, 「데카메론」을 지은 보카치오와,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이다.
이들은 모두 신 중심주의가 서구사회를 지배하던 ‘신성(神聖)’적 세계를 인간 중심의 ‘세속’적 세계로 변전시킨 획기적인 인물들이다.
마키아벨리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공무원 생활을 하다, 음모의 죄명으로 체포된 뒤 관직에서 물러났으며, 실의 속에서도 「군주론」, 「로마사론」등의 명저들을 남겼다.
마키아벨리즘
‘마키아벨리의 인생은 그가 죽은 뒤에 새로 시작되었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새로 시작된 인생이란 ‘마키아벨리즘’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의 사상이 상당히 왜곡되어 알려졌음을 나타낸 말이다. 즉,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식의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단편적으로만 이해한 결과이다.
“군주는 권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하여 ‘여우와 같은 지혜와 사자와 같은 힘’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신의가 두텁고 종교심도 많으며 인격도 고결해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필요는 없다.”(「군주론」)고 말했다. 즉, ‘갖춘 군주의 인격’이 없다면 ‘갖춘 듯이 보이는 군주의 인격’이라도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이지, 정치가가 음흉하고 비열한 행위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닌 것이다.
그의 「군주론」이 명저인 까닭은,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에 그야말로 리얼한 인간인식에 기초하여 정치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인간사회의 법칙성을 놀랄 만큼 힘차게 해명한 데 있다. 본래 의도가 그랬던 것이다. 단지, 인간에 대한 인식이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性惡說)’적인 입장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뜻이 군주의 입장에서, 정치적 적수로부터 방어하고 이탈리아의 굳건한 토대를 형성, 나라를 통일하고 고대 로마와 같은 ‘절대왕정’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운명의 신은 여신이다. 따라서 이것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때리거나 팰 필요가 있다. 운명은 이런 사람에겐 잘 복종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자와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의 벗이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은 생각이 얕고 난폭하며 곧잘 대담하게 그녀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여 사는 곳에서는 언제부터인지 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원숭이와 비슷하게 생긴 원시인들이 살던 때에는 육체적인 힘이 센 사람들이 최고였고, 후에 무서운 무기와 군대가 생겨나자 이런 것들을 차지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세력을 부리게 되었다. 이렇게 힘이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힘에 복종해야 했던 사람들의 관계를 권력관계라고 하는데, 이 권력관계가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현대의 정치이다. 우리가 사회과목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도 다 그러한 정치적 권력관계를 조절하는 생각들이자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타났던 여러 가지 형태의 권력관계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두 가지를 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 보자.
가끔 우리는 조선시대를 떠올리며 그때가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왕이나 왕비, 또는 왕자나 공주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고, 세종대왕이나 성종대왕과 같은 훌륭한 임금을 존경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 나라에 왕(군주)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정치를 이끌어 가는 제도를 가진 국가를 우리는 군주국가라고 부른다. 반대로 힘이 전체 국민에게 있고, 정치인들이 생활에 바쁜 국민들을 대신해서 봉급을 받으면서 정치를 하는 나라를 우리는 민주국가라고 한다.
군주국가 보다는 민주국가가 훨씬 좋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군주국가에서는 왕과 그를 따르는 몇몇 사람들만 인간답게 살 수 있지만,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이 최대한의 평등과 자유를 누리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 중에는 왕이 정치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국민은 왕에 충성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잘 아는 정몽주와 같은 충신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이었고, 서양사람 중에서는 ‘마키아벨리’라는,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이탈리아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책으로 쓰기도 했다. 지금 우리들이 판단해 보면 허무맹랑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에는 자기가 가진 힘을 잘 쓰는 왕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바램이었다. 여기서는 현대의 민주국가와 대비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라는 책을 함께 보면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에 대해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자.
마키아벨리가 살던 시대와 「군주론」
우리 민족과 민족성이 비슷한 곳을 세계지도에서 찾아본다면, 이탈리아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지도에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를 보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역사를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나라의 침략도 많이 받고, 그래서 서러움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노래를 좋아하는 비슷한 특성도 함께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음악가 중에 이탈리아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마키아벨리가 바로 그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15세기와 16세기의 이탈리아는 프랑스의 침략을 받은 쓰라린 경험을 했다. 프랑스의 침략을 받았을 때, 이탈리아 사람들은 힘을 합쳐서 싸우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서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분열된 나라를 통일할 강력한 힘을 가진 왕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바램들을 모아서 책으로 써낸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군주론」은 26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것은 또 편의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1장부터 11장까지의 열한 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은 주로 어떤 형태의 국가가 있을 수 있고, 국가의 힘을 장악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둘째 부분은 12장부터 14장까지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된 내용은 왕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군대를 만들고 유지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셋째 부분은 15장부터 마지막 장인 26장까지로 열두 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주된 내용은 새롭게 왕이 된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행동원칙이 무엇인가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군주론」은 왕이 힘을 차지한 다음에 그 힘을 계속 갖고 있기 위해 꼭 필요한 군대를 어떻게 만들어 운영하고, 또 국민들을 다스리는 데 주의해야 할 원칙들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기록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 구체적인 내용들 중 핵심적인 것들을 골라서 함께 읽으면서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주요 내용의 요약
「군주론」을 펴면, 맨 앞에 마키아벨리가 당시 이탈리아의 여러 작은 나라들 중의 하나였던 ‘피렌체’의 왕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내용의 글이 실려 있음을 알게 된다.
“옛 부터 왕의 은총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나, 왕이 받아서 특히 기뻐할 것을 가지고 찾아뵙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습니다.……(중간생략)…… 저도 저의 보잘 것 없는 충성의 증거를 드리고자 합니다.……만일 전하께서 이 보잘 것 없는 책을 받아주시고 정독하여 주신다면, 저의 열망을 그 책 속에서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소중한 것을 바치던 우리의 풍습과 비슷한 것이 이탈리아에도 있었다는 사실과 마키아벨리가 자신을 관리로 임명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으로 그는 다시 관리로 채용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가. 첫째 부분 : 국가의 형태와 군주
「군주론」의 제1장은 국가의 형태에 대한 짤막한 소개로 되어 있다. 당시까지 인류를 지배했거나, 지배하고 있는 모든 국가는 공화국이거나 군주국인데, 군주국은 또 윗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세습 군주국과, 새로운 왕이 나타나 권력을 잡는 새로운 군주국으로 나뉜다.
새로 권력을 잡는 방법은 왕 자신의 힘이거나 다른 왕의 힘을 빌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행운에 의한 것이었다. 신설 군주국과 대비되는 세습 군주국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있기 때문에 통치하기가 훨씬 쉽다. 왕이 터무니없이 못된 짓을 하지 않는 한, 그 백성들은 큰 저항 없이 왕의 명령에 순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세워진 군주국은 그 백성들이 쉽고 자연스럽게 복종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왕이 그 이전 왕족의 혈통을 단절시키되, 예전의 법률이나 조세 제도를 급격하게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 나라의 왕이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영토를 차지했을 때에는 왕이나 그 밑의 신하들 중의 하나가 그곳에 가서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왕의 새로운 영토 획득의 욕망을 아주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 능력 있는 사람의 영토 확장은 인간의 본성에 들어맞는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한번 점령한 영토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철저히 막아야 하고, 그런 여지를 마들어 주는 왕은 반드시 망한다.
이런 원칙을 잘 지킨 위대한 왕은 알렉산더이다. 알렉산더대왕은 불과 몇 년 만에 주위의 왕국들을 점령한 후에,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병으로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계자들이 그 영토를 잘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유는 알렉산더가 점령지역 군주들의 혈통을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점령한 영토에 본래 거주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누렸던 자유를 쉽게 잊지 못한다. 특히 옛 관습들은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왕이 은혜를 베풀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주민들을 완전히 말살해 버리든가, 그들 속에 함께 살면서 계속 감시하는 것이다. 이것을 새로운 왕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과 연결시켜 보면, 다음과 같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왕이 자신의 힘만으로 영토를 점령한 경우를 생각하면, 그는 비교적 쉽게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보면 확실한 힘을 가진 왕이 나타났을 때는 항상 점령당한 사람들의 저항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는 다른 사람의 힘이나 행운에 의해 왕이 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실제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나 행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영토를 다스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기 아버지의 힘과 권위를 빌려서 새롭게 왕이 된 사람은 다음과 같은 원칙들에 충실해야만,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즉,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백성이 왕을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워하게’하며, 자신에게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없애야 한다. 또 새로운 군대를 만들고 주위의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특히 왕의 권위에 도전할 능력이 있는 교황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 가야 한다.
세 번째 경우로는 악하고 잔인한 짓을 하여 왕이 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백성들은 새 왕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는데, 이 두려움이 일시적인 것으로 머물게 하고 은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면, 충분히 효과적으로 다스려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결코 영광스러운 일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부분의 마지막인 9장, 10장, 11장은 시민들이 세운 왕의 문제와 종교적 국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민들의 뜻에 의해 왕이 된 사람은 언제나 시민들과 좋은 관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좋지 않은 시기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 시민들이 아닌, 귀족들의 뜻에 의해 왕이 된 사람은 당연히 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왕은 누구인가?
충분한 군대를 가지고 있어서 공격해 오는 적에 대해 훌륭히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군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왕은 최소한 포위된 성 안에서 자기 신하들의 용기를 고취시켜서 나라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국가 중에서 조금 특이한 국가로는 종교적 관습과 권위에 의해 유지되는 종교적 국가이다. 종교적 국가를 다스리는 왕은 교회의 위대한 권위를 계속 지키고,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들 중에서 추기경이 나오지 못하도록 막기만 하면 된다.
나. 둘째 부분 : 군대의 조직과 유지
둘째 부분에서는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꼭 유념해야만 하는 군대의 문제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첫 부분에서 마키아벨리는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군대임을 다시 강조한다. 이 군대는 왕의 입장에서 볼 때,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자기 자신의 군대와 고용한 군대, 원조를 받은 군대, 그리고 혼합군대이다. 그 중에서 고용한 군대(용병)나 원조를 받은 군대(원병)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병은 단결심이 없고 충성심도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멸망 원인도 바로 이 용병에 의존한 데서 비롯된다. 보다 바람직한 왕은 자신의 군대를 가져야만 한다. 그런 군대를 가졌던 대표적인 나라는 로마와 스파르타이다. 다른 나라로부터 온 원병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힘들게 싸우고 있을 때는 원병이 어느 정도 쓸모가 있지만,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의존해서는 안 되는 군대이다. 프랑스의 루이 11세는 스위스의 군대를 고용하기 시작해서 일부는 용병이고 일부는 자기 나라 군대인 혼합병제를 채택했다. 이런 혼합병제는 완전한 용병제보다는 낫지만, 자기 군대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일단 위험이 다가오는 유사시에 믿을 수 있는 방어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면, 그 왕은 항상 불안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런 불안을 떨칠 수 있는 길은 신하나 시민, 또는 식민지인들로만 구성된 자국 군대를 갖는 길이다.
왕이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자국 군대는 항상 전쟁에 대비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또한 이들이 열심히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왕 자신도 사냥을 하면서 몸과 정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자기보다 앞에 있었던 위대한 왕들의 업적을 생각하며 좋은 것은 따라해야 한다. 특히 그 위대한 왕들이 평화로운 때 어떻게 군대를 훈련시켰는가를 잘 연구하여 자신도 그렇게 하면,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 쉽게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다. 셋째 부분 : 왕의 자질과 능력
셋째 부분에서는 왕이 자기의 신하나 백성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왕이 밑에 있는 사람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관대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려고 하다보면, 무능한 왕이 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왕이 더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군대에게 재산이나 약탈한 것들을 나눠줄 때는 왕이 관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군대가 그를 배신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 왕은 백성으로부터 두려움과 사랑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최소한 미움을 받지는 말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자기의 백성이나 신하의 재산 또는 여자를 탐하지 말아야 한다. 또 어떤 사람을 죽여야만 할 경우에는 반드시 분명한 이유와 적당한 변명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백성들이 왕에 대해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만 한다.
세 번째로, 군주가 갖추어야 하는 미덕은 신의를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나 신의를 지키려 노력하다가는 왕이 큰 곤란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상황을 보아가면서 신의를 지켜야 한다. 특히 새 왕은 운명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서 적응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위엄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여우는 이리에게 공격당할 수 있고, 사자는 인간이 만든 올가미에 빠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리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사자의 위엄과 올가미를 발견할 수 있는 여우의 지혜를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왕은 신하나 백성으로부터 존경받지는 못하더라도 경멸받지는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왕에 대해 군대는 강한 인상과 능력을 요구하고, 백성들은 온화함과 관대로움을 기대한다. 이 양쪽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최소한 경멸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특히 백성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좋은 사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에는 의회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는 귀족들과 군인들의 야심과 횡포를 막아주고, 백성들로부터는 존경을 받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도 역사에 나타났던 많은 왕들이 이 양쪽을 잘 다스려서 성공했다는 사실도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왕은 백성들에게 무기를 줄 때 잘 생각해서 무장시켜야 한다. 특히 새로운 영토를 차지했을 때, 그곳 원주민들에게는 무기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이때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왕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 위대한 사업과 싸움에서의 용맹스러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위대한 사업은 영토를 늘리는 것을 말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그것에 포함된다. 다시 말하면 영토를 늘리고 지키는 과정에서 용맹을 떨치면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왕은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왕국 안에 있는 단체들을 잘 장악해야 하고, 외국과도 적절한 동맹을 맺어서 국가를 지켜나가야 한다.
여섯째로, 왕이 유의해야 할 부분은 자기 밑의 대신들을 잘 뽑아 쓰는 일이다. 왕은 다른 사람이 행동하거나 말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단 왕이 그 판단력을 가지고 선택한 대신에 대해서는 존중해 주고 명예와 부를 주어 자신을 계속 따르게 해야 하고, 다른 것들을 욕심내지 않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선택할 때는 그 사람이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 깊이 고려해야만 한다. 또 주위에 몇몇 지혜있는 사람들을 두어 바른 말을 할 수 있게 하되, 모든 백성과 대신들이 바른 말을 하게 해서는 왕의 위엄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르네상스기를 통하여 이탈리아는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었으며, 말기에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등 외세의 침입과 세력다툼에 시달렸다. 역사가이기도 하였던 마키아벨리(Machiavelli, 1469~1527)는 이탈리아의 통합을 원하는 마음에서 「군주론」을 저술하고, 정치를 종교나 윤리로부터 분리시킬 것과 정치적 지배자는 경우에 따라 목적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세계사」교과서 P.128에서
셋째 부분의 마지막 부분인 24장과 25장 그리고 26장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조국인 이탈리아의 왕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24장에서는 이탈리아의 여러 왕들이 왜 나라를 잃었는지에 대해 살피고 있는데, 나라 잃은 이유로는 운명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왕이 무능했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오로지 당신 자신과 당신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만이 훌율하고 확실하고 오래가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24장의 결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면, 앞에서 말한 운명적인 것에는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운명의 여신을 파괴적인 강물로 비유하는 마키아벨리는, 운명은 저항력이 없을 때만 큰 힘을 발휘하고 제방이나 축대를 잘 쌓아놓으면 넘치는 강물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운명도 저항력을 쌓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운명의 신은 여자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것보다는 오히려 맹렬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좋다는 재미있는 결론을 내리면서 마키아벨리는 ‘운명은 젊은 사람들의 친구’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마지막 장인 26장의 제목은 ‘이탈리아를 야만인들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권고’인데, 결론은 강한 지도자가 나와서 이탈리아 인만으로 구성된 강한 군대를 조직하여 야만인들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해방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의 끝부분에 노랫말을 적어놓고 끝맺음을 하고 있다.
“미덕은 폭력에 대항하여 일어난다./싸우러 가자. 전투는 빨리 진행되고 있다./이탈리아 사람의 마음 속에서 /그 폭력에 대항하는 미덕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의 국가에 대한 사랑을 본다. 이탈리아의 계속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길로, 용기 있고 지혜로운 왕이 나타나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영토를 키우는 방법을 그는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생각에서 우리는 율곡 선생님의 ‘10만 군대 양병설’을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착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고 전해지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이 현대의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의 나라사랑의 정신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 준의 하나는 현대에 사는 우리의 나라사랑은 군주 개인이 아니라 군민 전체와 민족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민주주의적 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운명의 여신은 젊은이들의 친구라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고민을 던져주는 많은 것들을 친구로 생각하고 열심히 대응해가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원래 「군주론」은 메디치왕에게 바치는 서문과 26개의 장으로만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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