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특집
여주 여강길
소통하고 싶다면 걸어라
55km의 생태탐방로, 다양한 동식물 서식
"우리부터 여강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로 여주의 시민사회, 환경단체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여강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남한강 정비사업비 마련을 위한 골재채취를 준비할 때였다. 이들은 그에 대한 반대시위를 했었고 그러던 중 여강과 주변 생태에 관한 지식 없이 반대시위는 추진력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그후 더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나타냈고 결국 사업이 중단되어 여강길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된 4대강 사업을 피해갈 수 없었다. 여강길의 변하기 전 모습을 봐야 했다.
곳곳에서 공사 진행 중, 아름다운은 그대로 간직
1코스의 시작점 영월루에 올라 여강과 첫 대면을 한다. 강 주변은 겨울이라 그런지 잠잠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분위기가 맞아 떨어져 소박함이 느껴진다. 그대로 길을 따라 강을 거스른다. 적막감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히 흐르는 강 옆으로 걷자니 강 나그네들의 사박사박 걷는 소리마저 무례할까 조심스럽다.
이호대교를 지나 강길을 따라 꺾어드니 뜨악한 풍경이 펼쳐진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강천보를 만들고 있다. 조용하던 풍경이 일시에 소란스럽게 바뀐다. 흙을 뒤집는 포크레인 소리만 가득하다. ㄱ상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꼭 그 반대 같다.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는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찜찜한 기분을 털고 부라우나루로 간다. 주변 바위들 색이 붉다. 붉은 바위, 붉바우, 부라우, 이런 식으로 이름이 변해 부라우나루가 됐다. 겹쳐 쌓인 바위들을 뛰어넘어 여강 가까이로 다가간다. 짙푸른 강물이 얼어붙은 듯 멈춰있다. 그 위를 걷고 싶을 정도로 강 풍경은 아름답다.
우만리나루에도 부라우나루처럼 커다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섰다. 나루터임을 알리는 일종의 표지기다. 눈에 잘 띄어야 하므로 수명이 길고 크게 자라는 느티나무가 제격인 것이다. 이렇게 멋드러진 표지기는 처음이어서 한참을 우러러 본다.
남한강교를 건너 3코스로 순간 이동을 한다. 다리 밑 상류쪽 길도 포크레인이 싹 뒤집어 놨다. 이전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수 없지만 거무튀튀한 흙 색깔이 본래의 모습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나마 공사가 덜 진행된 구간은 바위늪구비 습지다. 지금 걷는 길은 여름 장마철이 되면 물에 잠긴다. 그리고나서 물이 빠지면 물기를 그대로 머금은 채 이곳 생태계 균형에 꼭 필요한 영양분이 넘치는 땅이 된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 군락도 있다. 보호구역 표시로 금을 그어놓고 표지판도 붙여놨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습지를 지나 강천마을로 올라온다. 마을은 4대강 사업을 반기는 모양이다. '단양 쑥부쟁이보다 지역주민이 우선이다' 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화가 단단히 난 듯, 씌어 있는 글씨체까지 뾰족뾰족하다. 쑥부쟁이가 본다면 서운해 할 일이다.
닷둔리 해돋이 산길은 길이 좋다. 산책하는 맛이 난다. 마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여강의 물길을 눈으로 헤치며 걷는다. 길 위로 우뚝 서 있는 절벽이 수리부엉이 서식지란다. 밤이면 금슬 좋은 부엉이 부부의 대화 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고 한다. 산길이 끝나는 한적한 터에서 박 국장이 노래를 가르쳐 준다며 취재진을 부른다.
"산들바람 불고 달빛 찬란한 무릉도원 강가에 버들피리 소리 들려 올 때면 그리운 내사랑은 온다."
작곡가 전석환씨의 '버들피리' 라는 노래다. 느닷없이 부르는 노래라 불협화음을 이루지만 아름다운 노랫말이 봄을 준비하는 여강을 따라 퍼진다.
섬진강교를 건너 흥원창에 도착한다. 세금으로 거뒀던 조곡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건너편으로 붉은 빛을 띄는 자산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여강에 비치는 자연풍광이 서정적이다. 할 수 있다면 그 속으로 들어가 풍경의 하나가 되고 싶다.
탐방로를 걷는 내내 공사현장을 볼 수 있었다. 문화생태탐방로가 아니라 공사현장견학로로 바뀐 기분이다. 그러나 여강길은 끄떡없이 아름다웠다. 교유한 수면 위로 새들이 날고 강 주변엔 물억새가 바람에 흔들렸다.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고라ㅓ니도 볼 수 있었다. 이것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거라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사필귀정. 부디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미니 인터뷰
'여강길' 사무국장 박희진
박국장은 여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주 토박이'다. 습지 모니터링 관련 일을 해오다가 2006년부터 여강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사업이란 여강길 코스 개발, 기획과 안내, 그리고 보호다. 최근 4대강사업으로 인해 탐방로 중간이 끊어져 마음이 아프다는 그녀. 여강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강은 현재와 과거, 문명과 문명, 자연과 사람 등을 잇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성질의 것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끈이라고 해도 되겠죠. 여강길은 그런 강의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해 줍니다.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 줍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와서 같이 걸읍시다."
*길잡이
1코스 영월루-은모래금모래길-부라우나루터-우만리나루터-흔암리나루터-아홉사리 과거길-도리마을회관
2코스 도리마을회관-청미천-대오마을-개치나루터-법천사지-흥원창
3코스 흥원창-자산-닷둔리 해돋이산길-강천마을회관-바위늪구비-대순진리회-목아불교박물관-신륵사
서정적인 강풍경이 일품
2009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문화생태탐방로 7개 코스 중 하나다. 여행작가, 도보여행 카페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엄정한 현장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다. 3개 코스로 나뉘며 총 55km에 달한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볼거리도 많아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최근 4대강사업으로 코스 중 몇 군데가 공사 중에 있으며 길도 끊어져 있다. 그 구간을 제외하면 걷는 데 크게 문제 없다. '여강길'(031-885-9089, 016-744-3930 박희진 사무국장)에서는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 정기 걷기를 실시하고 있다.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여주 가는 버스가 매시간(06:30~21:40) 있으며 1시간30분 걸린다. 여금은 4,900원.
승용차로는 여주나들목에서 여주읍 방향으로 간다. 터미널사거리에서 여주대교 방향으로 들어오면 다리 건너기 전 제1코스 시작 전인 영월루가 나온다.
*잘 데와 먹을 데
신륵사 주변에 일성남한강콘도미니엄(031-883-1199)이 있다. 여강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168개의 객실과 대중사우나, 스카이라운지, 세미나실 등이 있다.
여주는 예로부터 소문난 명품쌀 생산지이다. 쌀밥집이 많다. 교리여주쌀밥(886-8255), 여주쌀밥집(885-9544), 둘레길 코스에 있는 강천매운탕(882-5191)도 유명하다.
*볼거리
여주5일장 청정농산물뿐만 아니라 약초, 잡화, 화훼, 의류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여주읍 하리 제일시장 일원에서 매달 5, 10, 15, 20, 25, 30일에 장이 선다. 031-885-2562 제일시장(주) 하리시장번영회.
글쓴이:윤성중기자
참조:걷기특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