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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인들의 결혼 문화 들려다 보기…
여전히 유교사상이 문화의 한 면을 차지하는 한국의 보수적 시각과 달리 이태리의 성 문화는 우리의 것과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한 예로, 결혼 문화 또한 그러한데, 며칠 전, 유학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 학생에게서 “이태리 사람들은 결혼 전 동거 생활이 보통인가요?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 하던데…”라며 물어온 적이 있었다. 사실 나 자신도 설마 그렇게 보편적일까 싶을 정도로 한국 문화에 아직 더 익숙하기는 하지만 주변 이태리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들은 결과 결혼 전 동거가 필수는 아니더라도 아주 보편적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이겠지만 이혼하기 어려운 이태리 제도에서 미리 살아보고 맞으면 결혼하겠다는 이유와, 혼전 성 관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는 이유도 작용하리라 본다. 또 경제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함께 살며 차근차근 결혼 준비를 한다는 이유도 있을 수 있겠다. 장소: 이태리의 결혼식은 크게 두 장소 중 선택해서 진행되는데 municipio(시청)나 교회에서 하는 것이다. 시청에서 할 경우 정갈한 옷을 입고 증인을 세워 간략히 진행되는 반면, 교회에서는 모든 예식을 갖추어 하는데 무엇보다 교회에서 하고자 하는 모든 예비 신랑, 신부들은 부부 예비 교리공부를 일정기간 동안 받아야 한다.
예복: 특별한 날을 기억에 남기고자, 많은 이태리 인들의 경우 결혼예복을 구입한다. 사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실용적인 면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신부의 경우 기존의 희고 긴 웨딩드레스만을 선호하기 보다는 일반 파티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아이보리빛이나 분홍빛의 길이도 조금 짧은 옷으로 준비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결혼 예복은 여러 색으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어지는 축제들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였다. 이때 흔히 사용되던 색은 빨강으로 출산을 의미한다. 사실, 순결을 나타내는 흰 웨딩드레스는 1800년대부터 입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신부의 베일은 고대 로마인들에 의해 소개되어진 것인데, 이 시대 신랑, 신부는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가족끼리의 합의에 의해 정해 지는 경우가 흔해, 결혼 당일 신랑이 신부를 보았을 때 실망 할 것을 염려하여 사용한 것이라 한다.
반지: 고대 결혼식에서는 커플들 주위로 원 모양의 선을 새겼는데 이 원은 축복의 표시였다고 한다. 오늘날은 이 원을 반지로 나타내고 있다. 고대부터 선약을 굳건히 하기위해 젊은 커플들은 fedeltà(신뢰, 믿음)의 상징으로 반지를 교환하였다. 결혼의 상징으로 금이 선택되어진 이유는 이것의 단단함이 결혼생활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다. 결혼반지를 왼손 무명지 손가락에 끼는 것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인데 이 손가락에 심장이 연결되었다고 믿고 이가 감정에 연결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왼쪽 무명지를 반지로 묶는 것은 fedeltà를 지킨다는 의미이다. 결혼반지는 전통적으로 신랑이 준비하고 결혼 당일까지 보관하지만 종종 결혼 증인들이 준비하기도 한다.
쌀 던지기: 결혼식이 끝날 즈음 신랑 신부가 문쪽으로 나와 걸으면 흔히 영화에서 많이 보듯 전통적으로 하객들은 쌀이나 confetti(아래 참조)를 던진다. 이것은 부부의 번영과 자식의 번창함을 뜻하는 것이다.
Bomboniere 와 Confetti: 우리와 다른 이들의 결혼 풍습 중의 하나가 하객들에게 bomboniere라 불리는 선물을 주는 것이다. 프랑스어 ‘bonbon(사탕과자)’에서 유래된 이것은 ‘사탕과자를 담는 용기’라는 뜻인데, 여기에 Confetti라는 얇은 명주 그물에 담은 ‘아몬드에 설탕을 입힌 사탕’을 넣어 모든 하객에게 파티에서 감사의 표시로 선물한다. 결혼식용 confetti는 흰색이어야만 하며 홀수의 5개가 담겨 지는데 이는 건강, 번창, 장수, 행복, 부(富)를 상징한다. 중세 말부터는 결혼식의 가치에 의미가 부여되어 여러 미적 방법이 동원돼 confetti외에도 크리스탈로 된 장신구 등을 함께 담는다. 참고로, confetti에 사용되는 아몬드는 시칠리아 섬의 Avola産이 전통적인데 이에 대한 재미난 그리스 신화가 하나 있다. 시칠리아 섬에 Demofone라는 청년은 Phylis라는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Demofone는 결혼식이 있긴 전까지는 돌아오리라 약속하고 아테네로 돌아가는데 시간계산을 잘못하여 3개월을 늦게 도착하게 되고, Phylis는 절망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만다. 신들은 그녀의 사랑에 감동하여 그녀를 화려한 아몬드로 변하게 하였다.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Demofone는 자살한 여인을 위해 불멸의 사랑을 증명하면서 희생물을 나무에 바치고 아몬드 나무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갑자기 꽃을 피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이 때부터 청년기와 불멸의 사랑으로 아몬드가 상징이 되었다.
결혼에 대한 미신: 근래 결혼 미신 중, ‘qualcosa di nuovo, qualcosa di vecchio’라는 것이 있다. 이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부터 시작된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something blue"가 이태리에 전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신부는 새것과 헌 것, 빌린 것과 푸른색의 뭔가를 걸쳐야 한다’. 신부의 새로운 삶에 대한 축복을 의미하는 새것으로는 신부의 예복이나 새 액세서리 등이 있을 수 있다. 헌것으로는 신부 가족의 귀중한 액세서리 등이나 할머니의 베일 등이 사용된다. 행복하게 결혼한 친구로부터 빌린 뭔가를 입는 것은 행운을 가져오기 위함으로 역시 액세서리가 무난하다. 성서에서 순결과 fedeltà를 의미하는 푸른 색의 사용은, 처음에는 푸른 예복을 입거나 리본으로 표시하다 최근에는 스타킹을 고정시켜주는 푸른색 밴드를 사용한다. 신부의 드레스는 아무리 훌륭한 디자이너라도 자신이 직접 만들어 입어서는 절대 안 되며, 결혼식 전 예복과 구두 등 모든 것을 다 함께 입어 전신거울로 바라보는 것을 금하여 장갑이라도 한쪽 빼 놓고 입어본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부인의 베일을 쓰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또한 신부는 결혼식 날 집에서 나올 때 오른발을 먼저 디뎌야 하며 식장으로 가는 도중 무지개를 보면 행운이 온다. 해가 있는 날 결혼하는 것도 좋지만 ‘Sposa bagnata, sposa fortunata’처럼 비오는 날 결혼하는 신부는 운이 좋다. 이유는, 비는 신랑 신부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신부가 새소리로 잠에서 깨거나 드레스에서 거미를 발견하면 좋은 징조이다. 부케는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신부가 부케를 등뒤로 던지면 이를 받는 미혼 여성은 1년 안에 결혼해야 한다. 신부는 신랑의 팔에 안겨 문지방을 건너야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설명이 있다. 첫 번째로 문지방 위의 사악한 혼령들로부터 신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로, 로마시대부터 신부가 처음으로 신혼 집에 들어갈 때 넘어지면 불운이 닥칠 징조로 보았다. 이 외에도 이태리의 남부쪽에서는 신부는 결혼식 즉시 올리브가지를 시어머니에게 선물하여 닥칠 화들을 피한다고 믿는다.
선물 목록: 끝으로, 한국의 부주를 대신해 이태리에는 예비 신랑 신부가 마련한 선물목록이 있는데, 이것을 어느 일정 장소에 두면 하객들은 목록을 확인한 후,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선물에 싸인을 하여 부주를 대신하기도 한다. 전쟁이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태리 역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 결혼 연령 시기는 점차 늦춰져 2004년 28.8세가 여성 평균 결혼 연령이 되었다. 이혼율도 사실혼까지 합친다면 10여년 전에 비해 59%가량 증가했다는 조사가 있다. 여러 소중한 의미들로 차근히 준비한 결혼인 만큼 헛되이 되지 않도록 반지를 볼 때 마다 그 의미를 되새겨야 소중히 꾸려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