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패션이 단순함과 도시적 세련미가 대세였다면, 이번 시즌에는 클래식(고전), 보헤미안(짚시), 모던에스닉(현대적 민속)등이 공존하며 더욱 화려해지고 로맨틱해졌다.
샤넬이나 입생로랑 등이 몇 십 년전 브랜드 초창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대거 선보인 가운데 프라다나 블루마린은 레오파드 패턴과 속이 비치는 레이스 시스루룩 등 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다.
클래식은 한층 고급스러움이 강조되고 있지만, 바랜듯한 느낌의 빈티지룩과 결합해 한층 익숙하고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로 제안되고 있다.
○ ‘고전’을 입는다
20~3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과거 분위기를 재현하는 레트로(Retro, 복고풍)가 트렌드로 제안되고 있다. 한마디로 ‘클래식의 화려한 부활’이다.
파리와 밀라노, 뉴욕 등 각종 해외 컬렉션에 참가한 많은 브랜드들도 경쟁적으로 클래식룩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국내 브랜드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클래식의 부활 현상은 경제 불황 시기인 우리나라에서도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한번 구매해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아이템 소비 성향은 이번 시즌의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 보헤미안 시크룩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보헤미안 시크룩(bohemian chic look)’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롱&슬림의 실루엣이 고수되면서, 과장되지 않고 정갈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아우터와 한층 더 여성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러플과 레이스, 리본,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의 이너웨어가 조화를 이뤄 더욱 사랑스러운 무드를 연출한다.
기존의 보헤미안룩과는 달리 아우터는 심플하고 고딕적이고 단순한 형태가 유행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강조한 플라워 패턴과 러플, 리본, 레이스 등의 디테일이 강조된 이너웨어와 조화를 이룬 보헤미안 시크룩이 다양하게 시도될 전망이다.
자유로운 스타일을 더욱 강조하는 ‘러플과 시폰’은 장식효과를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로 강조되며, 특히 하늘하늘한 소매의 러플 장식 블라우스와 과장된 크기의 리본장식이 있는 블라우스 등은 미니멀한 아우터와 조화를 이루며 화려함을 강조한다.
○ 모던 에스닉
구호는 인도 및 중앙 아시아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에스닉 룩을 제안하고 있다. 민속 의상에서 영향을 받은 문양과 프린트물 등이 미술적 표현과 건축의 실루엣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매력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
이번 시즌에는 겨자색, 다홍빛의 레드, 핑크, 청록색 등이 화려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한편, 블랙에 가까운 다크 그린, 다크 블루, 다크 브라운 컬러들이 블랙을 대체하면서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더한다.
지난 봄에는 블랙이나 화이트에 화려한 액센트컬러를 매치했다면, 이번 가을에는 옐로우와 그린, 블루와 레드, 블랙과 레드 등 강렬한 색채 대비로 에스닉풍의 화려하고 과감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트렌드다.
○ 롱 재킷&가디건
카디건이나 재킷은 엉덩이를 덮는 길이로 길어졌다.
재킷은 롱&슬림이라는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더욱 다양하게 시도된다. 재킷에는 과장된 리본장식과 보석단추, 십자가 목걸이 등이 함께 연출되면서 한층 세련되고 감각적인 ‘Neo Gothic Look’을 완성시킨다.
또 페플럼(peplum: 자켓이나 블라우스에 붙은 허리만 두르게 된 짧은 천) 장식, 곡선으로 처리된 밑단, 종모양의 소매 같은 디테일이 더해진 스타일리시 재킷들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드리워지는 드레이핑 재킷은 가디건을 대신해 캐주얼 룩을 완성해주는 주요 아이템으로 눈길을 끈다.
클래식함과 실용성을 겸비한 테일러드 롱 재킷은 이번 가을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을 전망이다.
○ 롱 스커트 & 럭셔리 도티 팬츠
신체 라인을 타고 흐르는 듯한 패턴에 무릎을 넘는 치마 길이 등 전체적으로 길고 날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스타일도 나타나고 있다.
허리는 슬림하게 어깨와 엉덩이쪽은 볼륨감있게 처리해 마치 모래시계를 연상시키는 라인의 원피스, 치마의 폭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트라페즈 라인 스커트도 유행할 전망이다.
소위 ‘기저귀 룩’이라고도 불리는 밑 위가 처진 스타일의 도티(dhoti)팬츠도 올 가을겨울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여름까지는 캐주얼하고 편안한 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가을겨울에는 더욱 다양한 고급 소재들이 적용되면서 한층 럭셔리 해 질 전망이다.
○볼룸 실루엣
롱&슬림과 함께 볼룸 실루엣도 공존하고 있다.
블라우스, 원피스 및 팬츠의 볼륨감이 풍성해졌고 이들을 서로 믹스 매치하면 리듬감 있는 실루엣이 연출된다. 짧은 상의에 볼륨이 풍부하고 허리까지 높이 올라오는 바지, 길게 내려오는 재킷을 코디하는 식이다.
상의도 풍성하고 하의도 풍성하게 입어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실루엣도 주목을 받는다. 예를 들어, 형태감이 있는 재킷에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히고, 볼륨감있는 바지를 매치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두르고 휘감은 듯한 디자인도 강조된다.
○ 체크
패턴면에서는 체크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시즌의 체크는 닥스나 버버리처럼 각 브랜드 고유의 체크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뿐 아니라 D&G나 비비안 웨스트우드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의 캐주얼에서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격자 무늬 외에도 헤링본이나 하운드투스 등의 다양한 변형 체크도 인기며, 이밖에 페이즐리나 사이즈가 작아진 미니멀 플라워 프린트 등의 패턴도 보다 클래식한 느낌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다.
다소 남성적인 느낌과 여성스러운 느낌,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각진 패턴과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패턴 등, 서로 상반되는 느낌이 공존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 레이스 & 페이즐리
‘레이스’는 올 가을.겨울 시즌의 보헤미안 시크룩을 극대화하는 디테일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될 전망이다.
레오파드 패턴이나 속이 비치는 레이스 시스루룩 등 과감하면서도 섹시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이번 시즌 주목받고 있는 스타일 중 하나다.
패턴은 더욱 화려해진다. 보헤미안룩을 상징하는 빈티지 플라워, 로맨틱 페이즐리 등의 자연스러우면서 화려함까지 강조하는 패턴들이 다양하게 선보인다.
내추럴하면서도 화려한 페이즐리(올챙이 모양) 패턴 셔츠는 다양한 레이어드는 물론 롱 셔츠와 펜슬팬츠 등과 어우러져 자유로우면서도 도시적인 룩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 그레이 & 원색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컬러 중 하나는 바로 그레이다. 칙칙한 느낌의 그레이 대신, 밝기를 달리해 은빛 느낌의 밝은 그레이부터 블랙에 가까운 다크 그레이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봄 여름 시즌에 비해 한 두 단계 톤 다운된 더 깊고 진한 느낌의 원색의 영향력도 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옐로우와 퍼플의 경우는 많은 브랜드에서 시즌 컬러로 선보이고 있으며, 진한 레드와 오렌지, 카키에 가까운 짙은 그린 컬러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화이트의 모노톤도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 가벼워진 울
울과 니트 소재가 한층 가볍게 제시된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한 실크 또는 새틴소재의 활용과 함께 표면에 주름을 잡거나, 직조(원단을 짜는 방식) 방식을 달리해 표면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소재들도 활용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아우터에서 이너까지 가볍고 얇은 소재가 주목받고 있고, 레이스나 소재 표면의 비쳐보이는 효과가 있는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절제된 여성미를 제안하여 우아함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