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최북단, 북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영광군.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 볼 것 없는 교통의 외지에 불과했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고 서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호남 서해안권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곳이다.
법성포의 영광굴비, 염산과 백수의 대규모 염전 등등 서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역.
안타깝게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여 16만명이었던 인구가 어느덧 6만명 밑으로 주저앉았지만,
서해안 시대의 중심축으로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한 곳이다.
서해안 시대의 중심축이 될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영광터미널.
신(新)과 구(舊)가 어우러지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참으로 여러 가지의 느낌을 많이 받았던 곳이다.
여러 사람들 틈새에 끼어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만들었던 특별한 장소.
그 터미널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영광은 여러모로 전북의 부안, 고창과 많이 닮아있다.
총 인구가 6만명, 중심지 인구 2만명 내외인, 심각한 인구유출을 겪고 있는 호남의 서해안권이라는 점.
차이가 있다면 중심지 빼고는 마땅한 큰 동네가 없는 부안, 고창에 비해
홍농, 법성 등 나름대로 규모있는 지역을 더 끼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읍내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는 점도 부안, 고창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부안, 고창보다도 더욱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
기존의 낡고 어수선한 읍내의 서쪽(신하리)지역에 새롭게 지구를 조성해 놓았다.
그래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굉장히 깔끔하고 시원스럽게 보이는데,
영광터미널은 시원스런 신도심과 어수선한 구도심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다.
정비는 무척 잘 되어있는 것 같으면서도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를 띄는 영광터미널.
깔끔하고 규모도 크지만, 굉장히 낡고 오래된 듯한 건물.
여러모로 복잡한 이중적인 느낌을 띄고 있다.
같은 건물에 같은 매표소를 쓰고 있음에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간판을 따로 걸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영광터미널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재래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마침 영광을 방문했던 날이 장날이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영광5일장'에서, 여러가지로 다양한 물건들을 사고 파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직 마땅한 상권이 형성되지 못한지라 재래시장의 영향력이 꽤나 센데,
그 때문인지 터미널 주변엔 예상 외로 엄청난 인파로 북적이는 것을 목격하였다.
좁고 길다란 이 시장바닥 골목이 바로 시외터미널과 시내터미널의 연결통로라면 믿을 수 있을까?
영광굴비 간판으로 도배된 사진 오른쪽 건물이 시외버스터미널이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영광터미널은 바로 이런 곳이다.
바로 옆에 큼직하고 세련된 건물들을 두고 있지만,
반대로 재래시장을 옆에 끼어 수많은 사람들의 정을 담아두는 곳이기도 하다.
단순히 재래시장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영광터미널 내부 또한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비슷한 규모의 부안, 고창과 비교했을때도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있는 셈이다.
아무리 철도가 없는 지역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터미널의 입지가 좋은 곳도 보기 드물 것이다.
영광터미널의 영광스러운 매표소.
자판기가 있지만 매표소에서 직접 표를 끊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접촉이 빈번하고, 그러면서 사람들과의 정을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가 오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매표소 분들께서도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게 친한 척(?)까지 해주시는 등,
다른 지역에선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말로 표현이 힘든 정(情)과 비스무리한 것을 듬뿍 느꼈었다.
영광군에서 가장 결정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단연코 광주다.
부안이 완벽한 전주 생활권, 고창이 약간 애매하게 놓인 중첩적 생활권이라면,
전라남도에 속하는 영광부터는 확실하게 광주로 모든 것들이 쏠린다.
위의 광주완행이라 쓰여진 것이 문장-상무-광천터미널을 연결하는 500번 시내버스다.
시내버스이지만 금호 광주직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탓에, '완행'이란 이름으로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한다.
영광을 경유하는 모든 직행버스가 법성, 홍농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법성, 홍농행 시외버스 배차간격도 무척 조밀한 편이다.
다만 염산행은 얼마 전부터 운행이 중지된 탓인지 이젠 아예 팻말조차 볼 수 없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인천, 부천행 시외버스와 동서울, 인천공항 시외버스가 있다는 점이다.
인천, 부천행이 무려 하루 6회나 운행하고 동서울 하루 2회, 인천공항 하루 2회 운행하는데,
금호가 아닌 KD(경기/대원)에서 노선을 뚫어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 2만명 내외의 영광읍내에 저런 버스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고속버스 시간표는 더더욱 놀랍다.
인구 20만명 미만의 왠만한 소도시에선 고속버스라 해봤자 서울행이 전부인데 반해,
끽해야 배후인구 6만명 남짓의 영광터미널에서는 성남과 안산, 안양가는 노선까지 뚫려있다.
게다가 강남으로 가는 노선조차도 우등, 일반, 심야우등까지 종류별로 골고루 나뉘어 있다.
지역 규모에 비해 노선망이 꽤나 발달한 편인데,
영광에서 터미널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대충 짐작케 한다.
요금은 조금 비싸지만 자랑스럽게 안산, 안양, 성남 요금표도 붙어있다.
거의 대부분 지역에 검은 글씨로 빡빡하게 채워져있지만 유일하게 허옇게 남겨진 것이 있다.
남겨졌다기 보다는 요금이 지워진, 성산리-염산 방향.
더 이상 시외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저 씁쓸한 웃음을 띄게 한다.
다양한 행선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한 영광터미널 내부.
대부분이 광주 또는 서울로 가는 승객이라는 한계점은 있지만,
무척 많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이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케 한다.
터미널 건물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시외-고속버스 건물과 시내버스 건물이 나뉘어 있을 정도이니,
영광에서 버스터미널의 입지가 굉장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광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말이 직행버스이지 홍농, 법성에서 출발해 문장과 송정리를 경유하는 완행급 버스다.
중간 경유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가장 빠르게 광주로 연결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매표소까지 줄이 이어져 통행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최근에는 한 업체가 사업에 손을 놓으면서 배차간격이 길어져,
광주행 버스의 혼잡도가 상당히 심각해졌다.
굳이 광주행 버스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다.
전주, 목포로 가는 버스도 수많은 사람들이 탑승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으며,
서울, 인천 등등 수도권행 버스 또한 수많은 승객들로 무척이나 붐빈다.
평일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해진다 할 지라도,
이 정도면 다른 터미널들이 부러워 할 정도의 상당한 수요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광터미널 바로 옆으로는 시커먼 때가 잔뜩 낀 낡디낡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저 건물들 사이로, 그리고 저 건물들 안으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명성이 자자한 영광굴비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과 소금, 농산물이 거래되는 뿌리깊은 시장이다.
바로 그런 시장 한복판에서 영업이라도 하는 듯 버스 하차장 간판이 다른 간판들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시장을 끼고 있어서 그 어떤 곳보다도 북적이고,
그만큼 사람들의 향기가 솔솔 배어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타 지역보다 더욱 다양한 버스업체가 들어오며,
타 지역보다 더욱 다양한 사람들로 넘쳐나며,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끼고 있는 곳.
영광에서의 하루는 그 무엇보다도 더욱 특별했던 것 같다.
첫댓글 군 단위 터미널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터미널이죠. 전남지역에서 몇 안되는 다양한 회사를 볼 수 있는 터미널이기도 합니다.(금호,중앙,천일,대원,태화,대한,광신) 서울에서 2시간 이상 걸리는 군 단위 터미널에서는 유일하게 서울행 고속버스가 40분 간격이 나오는 지역이 영광입니다. 다만 성남, 안산-안양, 인천공항은 목포발 노선이구요. 인천(부평이 아니라 인천-부천입니다.), 부천, 동서울은 KD가 노선을 개설하고자 하니 금호에서도 견제차원에서 같이 들어왔습니다.
무작정 금호 트랜스타를 타고 영광에 갔다 온 그 때와 비교하여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그 때가 트랜스타의 송별시승이 될 줄이야... 2003년 6월 13일에 1380호.
영광도 터미널을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될텐데 말이죠 큰일입니다 저 초등학교 다닐때 몸이 안좋아서 영광에 있는 유명한 한약방에 어머니 따라 갔을때도 터미널이 지금 상태 그대로였는데 벌써20년째라니 부안과 더불어 호남권 터미널중에서 가장 리모델링이 시급한 터미널이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