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전의 세계 [대승경전]
1. 화엄경(華嚴經)
< 화엄경>은 부처님이 성도한 깨달음의 내용을 그대로 표명하고 있는 경전이다.
대승경전 중에서도 교학적. 사상적으로 불교의 핵심을 가장 깊게 담고 있다.
< 대방광불화엄경>의 약칭으로 각 장이 독립된 경전으로 되어 있던 것을 4세기경에 집대성했다.
한역에는 6본이 있으나 지금은 3본만 전해 오고 있다.
<60 화엄> <80화엄> <40화엄>이 그것이다.
<60 화엄>은 418-420년에 중국 동진의 불타발타라 (佛陀跋陀羅)가 <80화엄>은 695-699년에 당나라가 실차난타(實叉難陀)가, <40화엄>은795-798년에 당나라 반야(般若)가 각각 번역했다.
이 중 <40화엄>은 <60화엄>과 <80화엄>속에 있는 마지막 장인<입법계품>에 해당한다.
따라서 <60화엄>과 <80화엄>이 한역의 완본이라 할 수 있다.
<60 화엄>은 7처 8회 34장, <80화엄>은 7처 9회 3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處) 와 회(會)란 경을 설한 장소와 모임의 횟수를 뜻한다.
<60 화엄>에 따르면 제1적멸도량회는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의 주위에서 많은 보살들이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고 있다.
이때 부처님은 이 경의 교주인 비로자나불과 한몸이 되어 있다.
제2 보강법당회에서는 부처님이 사자좌에 앉아 있고 문수보살이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를 설한다. 또 10보살이 10종의 깊은 법을 설한다. 제3 도리천회. 제4 야마천궁회. 제5 도솔천궁회. 제6 타화자재천궁회는 설법의 장소가 천상으로 각각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를 뜻하는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에 대해 설해지고 있다.
제7회는 다시 지상의 보광법당회로 지금까지의 설법을 요약하고 있다.
제8서 다림회(기원정사)는 <입법계품>으로 선재동자가 보살에서 외도에 이르기까지 53인의 선지식을 찾아 구도하는 과정을 묘사하여 정진이 곧 불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선지식 중에는 보살만이 아니라 비구(니). 소년. 소녀. 의사. 장자. 바라문. 창녀 등 가지가지의 직업과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다.
이는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보리심의 유무가 문제라는 대승불교의 수도(修道)의 이상(理想)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하겠다.
< 법화경>의 천태사상과 함께 대승교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2. 금강경(金剛經)
<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의 약칭으로 금강과 같이 견고하여 능히 일체를 끊어 없애는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공(空)사상을 근본으로 하는 반야부 계통의 경전 가운데 <반야심경> 다음으로 널리 읽히는 경이다.
특히 선종에서는 5조 홍인대사 이래로 중시되어 온 소의 경전으로서, 불교경전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경이다.
중심 사상은 역시 공사상이다. 철저한 공사상에 의해 번뇌와 분별하는 마음을 끊음으로써 반야의 지혜를 얻어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상을 천명하면서도 공(空)자가 한 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이 경이 대승불교의 최초기에 성립된 것으로서 아직 공이라는 술어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경에서는 대승과 소승이라는 의식도 분명하지 않아 두 관념도 아직 성립되기 이전의 경전으로 보여진다.
경전의 구성을 살펴보면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공의 이치를 가장 잘 터득하고 있었다는 수보리존자(須菩提尊者)와 부처님이 문답식의 대화를 전개해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법회인유분 제1에서 시작하여 응화비진분 제32로 끝나고 있다.
그 사상의 골자는 철저한 공사상에 입각한 윤리적 실천에 두고 있다.
특히 이 경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문구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이다.
6 조 혜능(慧能)이 어느 날 <금강경>을 읽다가 바로 이 대목에서 홀연히 깨달았다고 할 만큼 특색 있는 표현이며, 핵심적인 문구로서 선종에서 매우 중요시 여기는 어구이다.
'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켜라.'라고 해석되는데, 달리 표현하면 '일체의 것에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활용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공하기 때문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집착하지 않은 마음의 상태로 마음을 쓰라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평등즉차별' '차별즉평등'이라는 중도의 진리를 가장 선명하게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역에는 6종이 있으나 구마라집이 번역한 <금강반야바라밀경>(1권)이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다.
3. 반야심경(般若心經)
< 대반야경> 6백 권의 사상을 한자 260자로 가장 짧게 요약하여 그 진수만을 담고 있는 경전이라 하면 <반야심경>을 떠올린다.
<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준말로 핵심은 역시 공(空)사상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공임을 철저하게 터득함으로써 반야(지혜)를 얻어, 결국에는 정각(正覺)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법회 의식에서 독송되고 있으며, 반야부 경전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경전을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을 통해서 반야의 인격을 보였으며, 불생불멸을 통해서 반야의 실상을 천명했고, 보살과 부처님을 통해서 반야의 공덕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반야바라밀에 대한 신앙과 발원으로 경의 종반부를 이루고 있다. 산스크리트 원전은 대본과 소본 2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양본의 내용은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다만 대본에는 소본에 없는 서론부분과 결말부분이 들어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독송되고 있는 경은 당나라 현장(玄裝)이 번역한 것으로 소본에 해당된다.
현존하는 한역본은 구마라집의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402∼413년 번역)과 현장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649년 번역) 등 7본이 있다. 이 밖에도 티벳역. 몽고역.프랑스역.영역 등이 있는데, 특히 1884년 막스 뮬러(Max Muller)와 일본의 난조우(南條文雄) 박사가 일본 장곡사 소장의 대본과 법륭사 소장의 소본을 교정. 영역한 것은 19세기 불교학계의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 원제:The Ancient Palmleaves containing the Prajna- Pramita-hridaya
-sutra and the Ushinsha- vigayadharani) 주석서는 중국에서만도 당나라 규기(窺基)의 <반야바라밀다심경유찬>(2권)과 법장(法藏)의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1권) 등 77부에 이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원효(元曉)의 <반야심경소>와 원측(圓測)의 <반야심경소>와 원측(園測)의 <반야바라밀다심경찬>(1권)이 있는데, 원효의 것은 현존하지 않는다.
특히 원측의 것은 현장의 한역본에 대한 최초의 주석 서로서 내용이 뛰어나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4. 수능엄경(首楞嚴經)
< 수릉엄경>은 선가(禪家)의 요체를 강조하면서도 밀교 사상이 더해진 전체 10권의 경전이다.
온전한 명칭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인데 줄여서 <대불정수능엄경> <수능엄경> <능엄경> 등으로 불리운다.
이러한 경문의 뜻을 간추리면, '무한하게 크고 두루한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되고자 보살들이 닦는 완전 무결한 수행법을 말씀하신 경'이란 뜻이다.
부처님의 제자인 아난존자가 마등가라는 여인의 꾐에 빠져 그녀의 딸에 의해 청정한 계를 깨뜨리게 될 즈음, 부처님께서 능엄주의 신통력으로 구해 준다.
아난존자는 불법을 많이 들어서 알기는 하지만 선정(참선)을 닦아 도의 힘을 기르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여겨 깊이 후회하고, 부처님께 참선하는 법을 청하게 됨으로부터 이 경이 설해지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능엄주에 의해 악마의 장애를 물리치고 참선에 전념해 여래의 진실한 지혜를 얻게 함으로써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이 경의 목적이다.
내용이 참선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예로부터 우리 나라 불교계에서도 매우 존중되어 온 경전이다.
이리하여 전문 강원의 교과목 중 <금강경> <원각경> <대승기신론> 과 함께 사교과(四敎科)의 한 과목으로 학습되어 왔다.
인도의 유명한 절인 나란타사에 숨겨져 있어 당나라 이전까지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다가 당나라 4대 중종 때인 705년경 중인도의 반자밀제(般刺密帝)에 의해 전래되어 그에 의해 한역됐다.
비록 밀교사상이 가미되긴 했지만 선정이 역설되고 있기 때문에 밀교 쪽보다는 선가에서 환영을 받아 중국 이래의 주석가들은 대부분 선승들이다.
주석서로는 중국 송나라 인악(仁岳)의 <능엄경집해>(10권), 계환(戒環)의 <능엄경요해>(20권), 함휘(咸輝)의 <능엄경의해>(30권)가 있고, 우리나라 에서는 고려 보환(普幻)의 <능엄경신료>(2권) 및 <수능엄경환해산보기>(2권), 조선 유일(有一)의 <능엄경사기>(1권)와 의첨(義沾)의 <능엄경사기>(1권)가 있다.
이 중 보환의 <수능엄경환해산보기>는 송나라 계환의 <능엄경요해>에서 잘못된 곳을 고쳐 첨삭한 것이다.
5. 원각경(圓覺經)
< 원각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 보현. 보안. 금강장. 미륵 청정혜. 위덕자재. 변음. 정제업장. 보각. 원각. 현선수 등 12보살들과의 문답을 통해 대원각의 묘리와 그 관행을 설한 경전이다.
전체 1권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2보살들과의 문답을 각각 1장으로 했기 때문에 12장으로 되었다.
제1 문수보살 장에서는 누구나 본래부터 갖고 있는 원각에 환원하기만 하면 생사가 곧 열반이요, 윤회가 곧 해탈이 됨을 가르치고 있다.
제2 보현보살장부터 제11 원각보살장까지는 원각을 닦고 증득함에 필요한 사고와 실천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끝으로 제12 현선수보살장에서는 이 경의 이름과 신수봉행의 방법 그리고 수지하는 공덕과 이익 등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원래 명칭은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으로 줄여서 <대방광원각경> <원각수다라요의경> <원각요의경> <원각경>이라고도 한다.
중국 당나라 불타다라(佛陀多羅)에 의해 번역되었으나 연대는 확실치 않다.
경전의 내용은 <수능엄경>을 근거로 여기에 <대승기신론>의 교의를 짜 넣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다.
이렇듯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僞經)으로 보는 학자가 많고 문헌학적 의문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대승의 참뜻을 잘 표현하고 있어 예로부터 널리 유포된 경전이다.
이리하여 우리 나라에서도 전문 강원의 교과목 중 <금강경> <수능엄경> <대승기신론>과 함께 사교과의 한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주석서로는 이 경의 제일의 주석가요 유포자로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당나라 종밀(宗密)의 <대방광원각경대소>를 비롯한 9종이 있다.
물론 종밀 이전에도 이미 유각(惟慤)의 소(疏) 1권, 오진(悟眞)의 소 2권, 견지(堅志)의 소 4권, 도전 (道詮)의 소 9권 등이 있었다고 하나, 종밀의 것을 제일로 손꼽고 있다.
또한 종밀 이후에도 수많은 주석서가 나왔으나, 후세의 연구가들은 거의가 종밀의 주석서에 의거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조선 시대 함허득통(涵虛得通)의 <원각경해>(3권)를 비롯하여 유일(有一)의 <원각사기>(2권), 의첨(義沾)의 <원각경사기>(1권) 등이 현존한다.
6. 법화경(法華經)
< 법화경>은 부처님의 지혜를 열어(開) 보여(示) 사람들로 하여금 깨닫게(悟) 하고 부처님의 지혜에 들게(入) 함을 목적으로 편찬된 경이다.
따라서 다른 경에서는 성불할 수 없다고 설한 악인이나 여인까지도 성불이 가능하다고 설하고 있다.
대승불교가 발생할 즈음은 부파(소승)불교의 학문적 추구와 전문화로 말미암아 출가 교단이 일반 대중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지 못할 때였다.
그런 연유로 대중들은 자연히 부처님을 기억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바로 이때 진보적이며 신앙심이 강렬한 재가 보살들이 중심이 되어, '보살단'이라는 자치단체를 구성, 부처님의 사리탑 신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교 운동을 전개하면서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일불승(一佛乘) 사상과 구원성불(久遠成佛)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경전을 편찬하게 되니 이것이 <법화경>의 성립 배경이다.
이 경은 그 후 불교경전 중 가장 넓은 지역에 유포되어 많은 민족들에게 애호됐으며, 가장 깊이 연구된 대승 경전이다.
이미 우리의 귀에 익은 '화택(火宅) 의 비유'라든가 '궁자(窮子)의 비유' '약초(藥草)의 비유' '화성(化城)의 비유' '여래의 수명' 등이 모두 <법화경>에서 방편서로 등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훗날 천태대사 지의(538-597)에 의해 교학적. 사상적으로 조직. 정리됨으로써 천태사상의 발전을 보게 된 유명한 경전이기도 하다.
중국 불교학에서 화엄사상과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승불교 운동의 태동과 그 맥락을 같이 해서 성립되었기 때문에 철두철미하게 대승불교 적임을 엿볼 수 있는 경전이 바로 <법화경>이다.
한문 번역본은 6가지였으나 전해 오는 것은 축법호(竺法護)의 <정법화경>, 구마라집(鳩摩羅什)의 <묘법연화경>, 사나굴다와 달마급다(達磨垢多)가 함께 번역한 <첨품묘법연화경> 등 3가지이다.
이중 구마라집의 <묘법연화경>이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보통 <법화경>이라 함은 위의 약칭이다.
주석서로는 예로부터 천태대사 지의의 법화삼대부(법화현의. 법화문구.마하지관)를 최고의 권위서로 손꼽는다.
7. 열반경(涅槃經)
< 열반경>은 부처님이 쿠시나라에 사라나무 숲속에서 열반에 들기 직전, 대중에게 정진을 당부하신 최후의 법문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전의 중심사상은 불신상주(佛身常住). 열반상락아정(涅槃常樂我淨) 일체중생 실유불성 (一切衆生悉有佛性) 으로 요약된다.
부처님의 몸이 상주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법신은 육신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육신의 모습에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한량없고
그지없는 법신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열반이 상락아정하다는 것은 종래의 사념처관(四念處觀) 즉 '모든 것은 무상하다 (諸行無常).' '모든 것은 내가 아니다(諸法無我).' '모든 것은 괴롭다(一切皆苦).' 이 몸은 부정하다(身不淨).'는 소극적인 이론을 초월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을 일컫는다.
부처님이 상주 불멸하기 때문에 '상'이요, 상을 인정하니 '아(我) 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상'이면서 '아'가 소유하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으니 '깨끗함(淨)'이요 이는 곧 '즐거움(樂)' 이다.
이는 무상한 세계를 단순히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한 세계를 완전히 거치고 나서 '상'의 세계를 발견하는 데에 그 참뜻이 있다고 하겠다. 일체중생 실유불성은 <열반경>의 핵심으로서 모든 중생에게는 반드시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실증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부단히 수행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전이 추구하는 부처님의 핵심적인 말씀은 '모든 것은 변하니 게으름에 빠지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교훈이다.
이러한 실유불성의 입장에서 극악무도한 일천제(一闡提)도 성불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으나, <열반경> 에서는 결국 일천제도 중생인 이상 마땅히 성불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원명은 <대반열반경>이다.
소승의 <대반열반경>과 이름이 같아 일반적으로 <대승열반경> <소승열반경>으로 구분짓고 있으나, 대승불교 권에서 흔히 <열반경>이라 하면 <대승열반경>을 말한다.
한역본은 혜엄(慧嚴)과 혜관(慧觀)이 거사 사령운(謝靈運)과 함께 편찬한 남본 <열반경>이 후세 <열반경>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다.
8. 미륵상생경(彌勒上生經)
원래 명칭은 <관미륵보살상생도솔천경 (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으로 달리 <미륵보살반열반경> <관미륵경> <화생경>이라고도 한다.
< 미륵하생경> <미륵대성불경>과 함께 미륵삼부경을 이루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12년 뒤에 미륵보살이 지상에서의 목숨을 다 마치고 도솔천에 태어남을 설하고 있다.
그리하여 56억만 년 동안 천상의 모든 신들을 교화하고자 밤낮으로 끊임없이 설법함을 밝히고 있다.
도솔천에 태어나 미륵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는 십선(十善)을 행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의 형상을 생각하고 미륵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왕생할 수 있다고 설한다.
이리하여 도솔천에 왕생하는 것과 동시에 미륵보살로부터 설법을 듣고 반드시 생사해탈하여 성도한다는 미륵신앙이 이경전의 주된 내용이다. 또 이 경은 도솔천에 한번 왕생하면 질병. 사고 등으로 불행해지지 않고 그곳 나이로 4천 세를 누리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도솔천의 하루는 지상의 4백 년에 해당한다.
그곳의 30일을 한 달로 하고 열두 달을 1년으로 계산한 4천 년 뒤에는 미륵보살이 사바세계로 내려와 성불하도록 되어 있다.
그때 천상의 모든 이들도 미륵보살을 따라 지상으로 내려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 관무량수경>이 설하는 내용과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된 부분이 많아 거의 같은 시대의 경전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4세기 말에는 인도에서 유행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삼국시대 불교 전래 초기부터 미륵 신앙과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신라에서 미륵 신앙. 용화사상(籠華思想)이 크게 성행했으며, 화랑도와의 관계성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중국 송나라 때 저거경성(沮渠京聲)거사가 한역했으며, 미륵 신앙의 소의경전 중에서도 주(主) 경전으로 애용되어 오고 있다.
주석서로는 중국 규기(窺基)의 <관미륵상생도솔천경찬>(1권)과 신라 원효(元曉)의 <미륵상생경종요>(1권)가 있다.
원효의 <미륵상생경종요>는 한글로도 번역되어 후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9. 아미타경(阿彌陀經)
< 아미타경>은 원전의 명칭이 <무량수경>과 같은 수카바티. 뷰하(Sukhavati- vyuha)이다.
따라서 <무량수경>과 구별하기 위해서 <무량수경>을 달리 <대무량수경> <대경>이라 하고, 이 <아미타경>을 <소무량수경> <소경> 이라고 한다.
아미타불의 공덕과 서방극락정토의 장엄함을 설하고 있다.
그리고 정토에 갈 수 있는 길은 아미타불을 마음 속에 굳게 간직하여 칭송. 염불하면 된다고 설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무량수경> <관무량수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서 두 경전의 내용을 요약한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전체 1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지경(四紙經)'이라는 별명처럼 분량이 매우 짧다.
그러나 매우 짧은 경전이면서도 아주 쉽게 정토 신앙을 밝혀 놓고 있다. 특히 다른 대부분의 경전이 제자들의 간청으로 인한 부처님의 설법인 데 반해 이 경은 부처님 자신이 자청해 설하고 있는 이른바 '무문자설경(無問自設經)'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역본은 구마라집의 <아미타경>(1권)을 비롯하여 구나발타라의 <소무량수경>(1권), 현장(玄漿)의 <칭찬정토불섭수경>(1권) 등 3역본이 있다. 이 세 가지 번역본 중 구마라집 역본만이 중국. 우리 나라. 일본 등지에서 널리 유포되었다.
이 역본은 간결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독송 경전의 으뜸으로 손꼽힌다.
구나발타라 역본은 일찍이 유실되어 주문(呪文)과 이익문만이 전해 온다. 이 경의 서장역도 4본이 전해오는데, 한역본과 산스크리트어본 그리고 서장역 4본을 비교해 볼 때 구마라집 역본이 산스크리트 원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주석 및 연구서는 270여 부에 달할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승조(僧肇). 지의 (智의). 규기(窺基). 지욱(智旭) 등의 주석서가 유명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자장. 원측. 원효. 경흥. 현일. 도륜. 태현. 원전 등의 주소가 있으나 전부 산실되고, 다만 원효(元曉)의 <아미타경소>(1권)만이 현존한다.
조선 세조 때는 간경도감 에서 세조가 친히 번역한 언해본이 간행되기도 했다.
10.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
< 지장본원경>은 <지장보살본원경>의 약칭으로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지장보살이 팔만사천의 방편으로 육도중생(六道衆生; 천상.인간.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들을 교화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죄를 짓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탈하도록 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것을 전부 13품 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 실차난타(實叉難陀)의 번역으로 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일체 대장경의 목록으로 알려져 있는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당나라 智昇 찬술)뿐 아니라,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 송나라 대장경. 원나라 대장경 등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고, 명나라 대장경에 이르러 비로소 처음으로 수록되어 있어 실차난타의 번역설을 의심하게 된다.
일본의 하타니(羽溪了諦) 박사는 <종교 연구> 제11권 제5호에서 이 경전의 성립을 중앙아시아 코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마쓰모토(松本文三郞) 박사는 그의 저서 <불전비평론>에서, 정토경전에 설해진 아미타불의 본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성립되어 있던 <지장십륜경>의 설을 골격으로 하여 이것에 중국인이 증대하고 보충함으로써 성립된 위경(僞經)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사실 <지장십륜경>을 살펴보면, 지장보살의 이익만이 밝혀져 있을 뿐 본생의 이야기는 설해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지장본원경>은 <지장십륜경>을 보완하여 지장보살이 본생에서 세웠던 서원과 그 이익을 밝히며, 나아가 경전 그 자체만으로도 불가사의한 이익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장보살본원경>을 보고 1구절 1게송만이라도 독송하거나 듣기만 하더라도 무량의 죄업을 소멸하여 해탈할 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지장 신앙은 관음신앙과 함께 민간신앙의 양대 지주로 전해 내려왔다.
관음신앙이 산자의 현세 기복을 위한다면 지장 신앙은 죽은자의 천도를 위해 실행되어 왔던 것이다.
자신의 깨달음마저 버리고 고통 받는 대중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의 삶은 바로 자기가 받아야 할복마저 포기하고 그 복을 모두와 함께 쓰고 모두에 회향함으로써 우리에게 참된 행복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11.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도록 가르치는 경이다. 달리 <불설대보은중경>이라고도 한다.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우란분공양을 행하고, 경을 베끼거나 독송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흔히 불교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종교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불교가 오히려 부모의 은혜를 더욱 강조하는 종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경전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3말 8되의 응혈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를 먹인다고 했다. 따라서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왼편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편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살갗이 닳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서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경이라 하여 유교의 <효경(孝經)>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부모은중경> 은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10개월이 될 때까지 1개월마다의 생태학적인 고찰을 근거로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크게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 <효경>이 아버지를 두드러지게 내세워 효도를 강조하는 반면, <부모은중경>은 어머니의 은혜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은 우리 나라에서도 매우 중요시하여 조선시대 정조는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뜻으로 수원 용주사에서 한문과 한글을 혼용한 판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용주사의 판본과 현대 한글 번역판인 <부모은중경>(을유문고 100)이 일반 서적에 소개되어 있으며, 가장 오래된 언해 서로서 1553년 장단 화장사(華藏寺)에서 간행한 화장사판이 전해오고 있다.
한편 <부모은중경>은 내용이나 형식이 부자연스럽고 성립과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僞經)이라고 보는 학자가 많다. 이와는 달리 고려대장경과 대정신수대장경에는 <불설부모은난보경>(1권)이 안세고(安世高)의 번역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부모은중경>과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이 경은 위경이라기보다는 <불설부모은난보경>을 근거로 하여 유교적으로 변용된 불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2. 천수경(千手經)
불교의 수많은 경전들 중에서 가장 많이 독송되고 있는 경전의 하나가 바로 <천수경>이다.
본래 명칭은<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심대다라니경>(1권)이다. 달리 <천수다라니>라고도 하며, 중국 당나라 가범달마(伽梵達磨)가 한역했다.
경명의 뜻을 옮기면 '한량없는 손과 눈을 가지신 관자재보살이 넓고 크며 걸림 없는 대자비심을 간직한 큰 다라니에 관해 설한 말씀'이다.
관세음보살께서 모든 중생을 안락케 하고 병을 없애 주며, 중생의 수명과 풍요로움을 얻게 하고, 일체 악업 중죄와 모든 장애를 여의며, 일체 청정한 법과 모든 공덕을 증장시키고, 일체 모든 일을 성취시키며, 모든 두려움을 멀리 여의고, 구하는 바 등을 만족시키고자 이 경을 설하겠다고 부처님께 권청하자 부처님이 허락함으로써 이 경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천수경>은 자비의 어머니 관세음보살이 말하는 경전임을 기억해야 하겠다.
그러나 이 경은 관세음보살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옛적에 천광왕정주여로 부터 받은 것이라고 한다. 또다른 번역본으로는 당나라 지통(智通)의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2권)과 보리류지(菩提流支)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모다라니신경>이 있다.
지통의 역본 상권을 보면, 이 다라니를 수지하면 일체업장이 모두 소명되고 일체의 귀신이 침입하지 못하게 된다고 이 경의 공덕을 설하고 있다.
또한 널리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고 천인. 아수라를 안락하게 하고자 이 법문을 설한다고 하고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이 법문으로 인해 정등정각을 얻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 천수경>은 바로 이러한 불보살의 중생구제 서원을 다라니를 통해 구현한 것이다.
특히 이 경 안에 있는 82구의 천수다라니를 외우면 시방의 불보살이 와서 증명하여 온갖 죄업이 소멸된다고 한다. 현대 선종과 밀교에서 많이 지송하고 있는 불교의식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13. 대장경(大藏經)
대장경은 경.율.논 삼장이나 여러 고승의 저서 등을 모은 총서를 말한다. 달리 '일체경(一切經)'이라고도 한다.
오늘날 범어(산스크리트어) 원전의 대장경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는 않으나, 팔리어 원전과 주로 범어로부터 역출한 한역. 티벳역, 다시 티벳역으로부터 중역한 몽고역. 만주역 등의 대장경은 대체로 완전한 형태로 현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장경이라 함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로는 가장 먼저 이뤄진 것으로 '팔리어 삼장'을 들 수 있다. 이는 초기 불교의 성전으로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經藏)과 계율(律藏) 그리고 제자들이 교법에 대해 연구한 것(論藏)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경율론 삼장은 모두 부파불교시대 및 그 이전에 성립된 것으로서 대승경전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이 특색이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총서가 '티벳대장경'이다. 티벳어로 번역된 불전의 집성을 뜻한다. 후기 인도불교의 경론이 거의 티벳어 번역으로만 남아 있고, 특히 충실한 직역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범어 원전의 복원은 물론 불교연구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현재 동국대에 달라이라마가 기증한 전질이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장경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것은 '한역대장경'이다.
중국에서 번역된 경전이나 논서를 중심으로 중국 불교학자들의 저작들도 포함하여 편집한 것으로서, 대. 소승의 경율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2 세기 이후 1천여년에 걸쳐 진행된 번역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팔리어 삼장'이나 '티벳대장경'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불교연구의 제1자료로 삼고 있다.
또한 불교를 사상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역의 경론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한역대장경 중 교정이 정밀하고 판목과 문자가 호화로운 것으로 우리 나라의 '고려 대장경(팔만대장경과 이를 저본으로 하면서도 독자적인 분류로써 경전을 배열한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한글판으로는 '한글대장경'이 동국대 역경원에 의해 93년 5월 현재 115권(전체 250권 기획)이 나와 있는 상태이다.*
경전의 선택
경전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너무나도 많은 경전이 있어서 수행자가 그것을 모두 읽고 익히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수행자는 먼저 경전 가운데 기둥이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게 마련이다. 이를 '중심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경전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만하게 두루 익히기 위해서는 이런 방편적 개념을 어느 정도 따르는 일도 필요하다. 더구나 공부를 처음하는 이에게 이 방법은 매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중국에서는 일찍이 교상판석론으로 대두되어 각 종파별로 자신의 종파의 으뜸경전을 소위경전으로 삼아 이것을 바탕으로 전체 경전을 배치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엄의 5교 10종판과 천태의 5시 8교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경전의 실제적인 편찬 순서와는 맞지 않고 각가 자기 종파의 경전을 중심으로 세운 체계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다시금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경을 읽는 목적에 따라 나누어 보았다.
① 입문자의 필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