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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雪嶽山) 개관(槪觀) 설악산 개관은 가타부타, 중언부언 토를 달 게 없어 이름으로만 대신함을 혜량해 주시기를....바랍니다. ☆ 산행에 앞서 : 사실 오늘은 재작년에 돌아가신 큰형님 2주기입니다만 벌초는 조카놈들이 해놓을테니 걱정말라고 하시는 형수님한데 산행 계획 때문에 제사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기는 흥부가 놀부 형수한테 쌀 한 됫빡만 꿔 달란 말 하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모름지기 큰집의 대소사에 형제들이 모여 오손 도손하는 것 처럼 보기좋은 그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물색 모르는 형수님은 날짜 약속 된 일을 우짜느냐고 잘 다녀오라고 하시지만 그동안 큰집의 대소사에 믿거라(?) 하는 듯이 의지하셨던 형수님께서는 적잖이 서운하셨을 테지요?... 산행이 뭔지?....조직의 구성원이 뭔지?....형님, 형수님께 정말 죄송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오늘 당장에 해치워야 할 급한 일도 아니건만 설악산 야간 산행을 한다는 부푼 기대로 눈에 뭐가 씌였는지 진종일 출장이랍시고 여러 군데를 쏘다닌 뒤 칼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그동안 오매불망하던 설악산을... 그것도 무박 2일씩이나 데려 간다는 데도 마누라 얼굴이 오뉴월 땡볕에 풀죽은 열무김치단 처럼 새들새들한게 가슴이 덕컬 내려 앉습니다.... 빵과버터 : 왜그려?....컨디션이 영 안좋아 보이는데?.... 우렁각씨 :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하루종일 골이 아파서요.... 빵과버터 : CT가 뭐신가 그거 한번 찍어보지 그랴?.... 우렁각씨 : 어디 내 골 아픈게 1~2년 됐어요?....수십년은 됐는디....나가다가 약이나 좀 사먹으면 돼요.... 21:40 : 이미 한참이나 어두어진 거리를 늙은 나귀 끌고 평택시청으로 향하면서 약국을 3군데나 더퉈 봤지만 이미 샷터를 내리고 영업을 종료한 상태라 그냥 시청 광장에 늙은 나귀 고삐를 매놓고... 어둠속에서 그나마 알음 알음의 얼굴을 알아 보고 손을 잡습니다. 산행인원이 많아 자리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 선수 친답시고 도로변에 나와보니 힘좋고 발빠르고 친화력 좋은 산행대장 라성용씨가 커다란 아이스박스에...라면박스에....생수통에....가스통에...거기다가 식당용 국솥까지 한 짐을 도로옆 경계석에 쌓아놓고 대절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빵과버터 : 아니?....라대장?...수재민 구호활동 가는 것도 아닌데 웬 짐이 이렇게 많대요?.... 라대장 : 뭐....협찬 들어온 것도 있고요..... 빵과버터 : 아니? 운영진이 산행식구 먹을껏 까지 준비 해댈라치면 힘들어서 어쩔라고 그런대요?.... 라대장 : 뭐...다 재미죠....저는 이런거 준비하는게 재밌어요.... 빵과버터 : (속으로 : 얌마?... 재미는 무슨 얼어죽을?...귀찮치... 개뿔이나 뭐가 재밌냐?....) 22:20 드디어 대절한 다솜 관광버스가 쌓아논 짐 앞에 시름스름 다가옵니다...권회장님, 김총님과 반가운 악수를 하고 버스에 올라타니 J씨가 우리 부부를 위해서 선점해 논 자리를 비우고 앞자리로 옯김니다....산행 횟수가 늘어나면 내공이 늘어야 할텐데 저는 늘기는 커녕 점점 버벅거리고 잔머리 굴리는 통빡만 늘었습니다 그려?... 낄,낄,낄.... 22:40 산행 촛짜들의 모임인 산사모가 감히 설악산 야간산행을 결행하게 된 것은 권회장님의 두꺼운 뱃심과 산사모 회원들의 굳은 결속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이제 우리는 명실공히 한 식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집안의 급한 사정이 있어 못 온 몇 사람을 제외하고 43명의 회원들은 짙은 야밤에 그것도 내일부터 전국적으로 집중 호우가 있을 것이라는 기상예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밤안개가 스멀스멀하게 내리는 평택에서 저멀리 설악산 대청봉을 향하여 부픈 가슴을 한껏 열어 봅니다..... 23:10 김총무님의 야살스런 경과보고에 이어 촛짜들을 데리고 야간 산행을 감행한 권회장님이 불안한 심사를 감추지 못하고 재삼 안전산행에 대해서 철저한 당부를 마치고 한 숨 주무셔야 될테니 소등하라고 기사님에게 이르니 버스칸은 엔진의 굉음만 요란할 뿐 그야말로 무덤속처럼 조용해집니다....잠시후 우렁각씨도 잠을 자는지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데 저는 워낙 버스칸에서 쉽게 잠을 자지 못하는 못된(?) 근성이 있는지라 미리 준비한 1홉짜리 프라스틱병 쐐주를 슬그머니 꺼내서 다른 사람 눈치챌까 무섭게 마른 오징어를 안주삼아 4모금에 그냥 마셔버립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있을려니 잠이 오기는커녕 말똥말똥 비수처럼 예리한 상념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닙니다... 작은 형님 내외분과 조카들만이 조촐하게 지내는 큰 형님 제사 광경이 떠오르니 죄책감이 들어 "형님 제사에 참석도 않하고 산에 가드만 꼴 조~타! 하는 응보를 받지 않을려면 산행이나 사고 없이 마쳐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오버랩 됩니다... 01:55 한계령 휴게소입니다. 권회장님이 지금 밖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우니 차에서 내리지 말고 라면 끓일 물이 끓을 때 까지 차에서 산행 복장을 다듬고 기다리라고 지시합니다....저는 오늘 우중 산행은 각오한 터라 운해님에게 전수 받은 비닐봉지를 양말속에 집어넣고 등산화 앞으로 비닐봉지를 덮어 씌우니 옆에 사람들이 희한한 짓을 하나 싶었던지 궁금해 합니다.... 이제 물이 끓으니 내려서 컵라면 하나씩 먹고 올라가자며 주섬주섬 걸망을 메고 버스에서 내리니 아직은 여름의 끄트머리인데도 바람이 꽤나 드세고 저 아래에서 운해가 몰려 왔다가 제출물로 그냥 없어지고 또 새로운 운해가 올라 옵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아니?... 회원들은 컵라면 1개씩 손에 들고 줄을 죽 서서 기다리고.... 운전기사님은 국솥에서 쪽짜로 끓는 물을 퍼주는 광경이 한계령이 언제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로 변한게 아닌가 싶게 영화의 장면과 똑 같습디다.... 이 그림을 담으면 재미 있겠다 싶어 몇 컷 담어 내고 저도 줄을 서니 라대장이 이미 물을 부은 컵라면을 건네줍니다...어허~ 참 황감하기도 해라....이렇게 자상한 산행 대장님이라니?....마누라 몫도 챙겨 놓고...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마누라를 일부러 차에서 데리고 내려와 아직은 덜 퍼진 라면을 산행전 들뜬 분위기에 비벼서 국물 훌훌 불어 마시며 맛나게 먹습니다....회원중에 HAM(아마튜어 무선사)이 더러 있어 무전기를 팀별로 나눠주고 사용법을 알려줍니다....여기는 선두...어쩌구 저쩌구...롸저~....낄,낄,낄...무슨 특공대 놀이처럼 재밋네요... 03:00 드디어 한계령 철책을 넘습니다....야간 산행은 지리산 천황봉 오를 때 이후 첨이라 헤드 랜턴의 불빛에 의지하여 평지도 아닌 산길을...울퉁불퉁한 바위길을 요리저리 피해서 걷는다는게 저로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렁각씨 궁뎅이만 놓치지 않고 오르면 선두그룹에 붙는 것은 당연지사니 자연스럽게 선두그룹에 끼어 황소 영각켜듯 켁~켁 거리면서 어두운 산길을 쉴참없이 오름니다. 03:40 (9-3-본)어쩌구 하는 이정목 앞에서 여지 없이 저의 내공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벌컥벌컥 아직 채 녹지도 않은 팻트병의 물을 걸씬 들린 놈처럼 들여 마시고....죽자 사자 마누라를 쫓아 갑니다. 04:30 귀떼기청봉 갈림길을 잠시 전에 지난 것 같은데 선두가 어? 이상하다...계속 내려가는 길인데 혹시 잘못 온 것 아녀? 하면서 헷깔리기 시작합니다....대청봉 가는 길은 한 길이니 그냥 내려 가자커니...아녀! 대장의 지시가 있을 때 까지 기다려야 된다커니... 여기서도 매파와 비들기파의 의견이 나누어 집니다...회장님의 무전기에는 연신 선두 반보.... 어쩌구 저쩌구...하는 멧세지가 날라오고....불안한 회장님은 급기야 행로를 확인하기 위해서 빽하고..... 05:25 왕 너덜길입니다...이제 희뿜하게 설악 능선의 그림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랜턴의 불빛에 발걸음을 의자하여 한 발 한 발 걸음을 조심스레 옳김니다. 여기에도 저같은 시원찮은 신랑이 있었는지 젊은 아내가 신랑한테 이르는 말이 "여기서 앞사람 놓치면 위험하니 부지런히 쫓아가야 돼?" 하면서 신랑을 부추깁니다....낄,낄,낄...저는 누군지 알지용?.... 06:20 중청봉 2.6km 전방 이정목입니다. 이미 우렁각씨와 발걸음을 같이 하기에는 역부족 인지라 마누라와 찢어진 지는 한 참 되었고.... 한 두 방울씩 뿌리던 빗방울은 이제 제법 굵어지고... 기상청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기대했던 저의 얄팍한 이기심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06:45 길섶에 흔해 빠진 투구꽃, 심심치 않게 어설픈 자태를 보이고 있는 금강초롱의 보라빛 꽃색을 매가리 없이 지나치다 한참을 지나다 보니 무슨 개선문 인양 고사목이 등로에 가로 놓여 있는 걸 보면서 마누라가 앞서 가다가 이 그림을 잡아놓고 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디다....왜냐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경구(?)이기 때문 입니다....낄,낄,낄..... 07:05 끝청입니다. 비바람 속에서 바지 주머니 속에 찔러넣은 메모 수첩을 꺼내고 넣고 하는 일도 지난하지만 젖은 수첩에 시간을 메모하는 일도 장난이 아닙니다....뭐가 쓰여 져야지 해먹든가 말든지 해먹지???...각씨와 찢어지고 나서 다행스럽게 안면이 설은 회원과 발을 맞추면서 걷다가, 쉬다가 토마토 한 알 씩 나누어 먹고 느릿느릿 능선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빗속에서 웬 키 큰 껑충한 사내가 모자도 안쓰고 온몸에 비를 맞고 푸르죽죽한 얼굴로 뛰듯이 내려오는데?....어렵쇼?....우리 산사모 권회장님 입니다.... 빵과버터 : 아니?....회장님?...왜 혼자서?.. 권회장님 : 앞에 십여명 올라갔는데...중청 대피소에는 궁뎅이 하나 걸칠 자리 없이 사람들이 많고....혼자서 대청봉에 올랐다가 회원들 빽 시킬라고 내려간답니다.... 빵과버터 : 그러면 우리는 어떡하라고?.... 권회장님 : 대청봉에 올랐다가 계획대로 한계령으로 빽 하랍니다... 07:40 소청봉 올라가는 갈림길입니다....용아장성능이랑 공룡능선을 먼 발치에서 나마 바라 볼라고 큰 형님 제사도 빼먹고 설악에 왔건만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빗속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속에서, 짙은 운무속에서 어쩌란 말입니까?...하늘님이 도와주지 않는 불운을 한탄하면서 어쩔 수 없이 중청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07:45 중청대피소입니다....말인즉 쉽게 비바람속 이라고 하지만 지금 중청의 비바람은 걸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세찬 바람입니다....나무 바닥을 올라서 문열린 대피소를 설핏하니 들여다 보니 세상에?....궁뎅이를 걸치기는 커녕 바늘 하나 제대로 꼽을 자리없이 사람들로 빼꼭합니다....우렁각씨는 문간에 서서 새파랗게 추위에 질려 하는 말이... 자기는 대청봉에 갔다 왔으니 빨리 댕겨와서 아침을 먹든가 말든가 하자면서 채근합니다. 디카를 챙겨 대청봉에서의 증명사진을 찍어 두고 싶었으나 우렁각씨는 빗속에서 그림 담을 때면 우산으로 카메라를 보호하면서 정성스럽게 애지중지 하는데 저는 행여 빗속에서 카메라에 흠결이라도 남기면 어떡하나 싶고....그 잘난(?) 대청봉을 증명사진으로 남기면 뭐할까 싶어 대피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C계장님, J씨와 함께 그냥 대청봉을 향하여 빗속으로 나갔습니다. 08:00 대청봉입니다...사진을 못찍어 아쉽지만 그래도 저는 대청봉 정상석 꼭대기에다 저의 두툼한 입술로 도장을 찍었습니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청봉 정상석에 키스를 했을지 모르지만?....그래도 대청봉아?....너는 이제 내꺼야?....낄,낄,낄.... 08:15 다시 중청대피소 입니다. 1시간여를 대피소에서 젖은 옷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던 각씨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 창고같은 좁은 취사장에 들어가니 여기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그러나 우짭니까? 뭐라도 먹어 둬야 하산을 하든가 말든가 할꺼 아닙니까?....후미조에서 올라온 회원들이 대청 올라가기 전에 요기라도 할라고 너덧명이 자리 잡고 있던 틈새기에 열무김치 한 통, 멸치볶음 한 통 식은 밥 한통을 들고 그 곁에 꼽사리 낍니다.... 윤대진 부등반대장은 당신도 허기 지기는 마찬가지 일텐데 연신 버너에 물을 붙고 라면을 끓여 대고.....P과장님은 아침먹고 대청 올랐다가 여기있는 8명은 오색으로 내려 갈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꺼냐고 저의 의향을 묻습니다....저는 이미 대청에 키스까지 하고 왔건만..... 고지식하게 당초 계획대로 한계령으로 빽코스 할려고 생각 했었는데 워낙 기상상태가 좋지 않으니 산행시간을 줄일라고 길이 험하다는 오색코스로 갑자기 심경을 바꾸고 말았습니다....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 갔는지 모르게 서둘러 식사를 하는데... 부동산 연합회 중개인팀이 같은 고향사람들끼리 설악산에서 만나서 반갑다고 호들갑스럽게 난리굿, 설레발을 치고...그 난장판 같은 데서 인사 땡기고 어쩌고 하는게 꼴 같지 않해서 모른체 하고 저는 그냥 남은 반찬통 챙겨서 대피소로 올라왔습니다... 대피소 구석에서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각씨와 함께 덜덜 떨고 있는데... 아니?....이 비바람속에서?....고개 돌려 아는 얼굴 찾기도 어려운 혼잡한 대피소에서 웬 간난애기의 힘없는 울음소리가 나다니?.....첨에는 저도 긴가 민가 했는데 애기의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연신 들리는 거라요?.... 대피소 관리인듯 싶은 아자씨가 대뜸...아니?... 이거 애기 울음소리 아녀?...하면서 뱀에 놀란 여치인냥 화들짝 놀라면서 애기울음소리가 나는데로 가더니 애기를 데리고 자기를 따라 오라면서 젊은 엄마한테 인상을 부라립니다....세상에?... 아무리 설악이 좋기로 이런 날씨에 갓난 애기를 업고 빗속의 설악산행을 하다니....정신나간 엄마, 아빠 아닌가 싶습디다 09:00 다시 대청봉입니다....하룻 사이에 대청을 2번씩이나 오른 저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헷깔립니다요?....저야 뭐 정상석에 키스까지 한 놈이 굳이 사진 박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같이온 회원들의 속 마음이야 어디 그렇겠습니까? 우산을 펼치고, 우의속에 꼬물쳐 논 카메라를 꺼내고 어쩌고 하는 행사가 각씨한테는 마뜩치 않겠지만....그래도 미안한 마음으로 각씨를 채근해서 대청봉에서 사진 한 방 박아내고 마누라 따라 비호처럼 오색으로 내림길을 내려갑니다.... 제2쉼터를 지나면서 매표소 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웬 꼬멩이들이 비닐우의를 걸쳐입고 줄줄이 올라오는데 어느 꼬멩이는 "선생님...이제 그만 내려가요?" 하면서 투정을 보이고....머리에는 오랜만에 보는 삼지창 같은 보이스카웃 문양이 귀여운 모자들을 하나 같이 쓰고 있었습니다....아하? 이놈들이 극기훈련 받으러 선생님하고 같이 대청봉을 오르는가 싶어 짐짓 모른체 하며...... 빵과버터 : 야?....니네들 어디 스타웃트냐?... 꼬멩이 : 백호스카웃트요.... 빵과버터 : 그럼 어디까지 가는데?.... 에브리 꼬멩이 : 대답하기도 귀찮은지 그냥 지나칩니다... 빵과버터 : 야?....그러면 니네들 죽을 때 까지 걸을꺼냐?... 어나더 꼬멩이 : (씩~ 웃고 그냥 지나갑니다....) 12:00 오색 남설악 매표소입니다. 비는 아직도 쉴참 없이 끈질기게 내리고 있습니다. 대청봉 무박2일 산행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제 딴에는 평택항 마라톤 대회 10km 출전신청을 해놓았던 터라 출근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공설운동장 400메타 트랙을 10~15 바퀴 정도 뛰었기 때문에 9시간 정도의 산행은 무리없이 해 낼줄 알었는데....역시 산행은 발목관절, 무릅관절, 고관절이 실팍해야 되나 봅니다....제 몸에 딸린 다리가 아니라 느닺없이 통나무를 끌고 다니는 것 같은 지친 육신을 어디 마땅하게 앉을 자리가 없어 비를 쫄딱 맞으면서....한계령에서 초장에 탈락한 회원들과, 대청에서 한계령으로 빽코스한 회원들과, 오색으로 같이 내려왔지만 뒤쳐진 회원들을 기달리면서 모 자치단체 공무원인 듯한 산행팀들의 빗속 늦은 산행 출발을 망연자실 바라봅니다.... 한계령에서 우리를 데리려 올 버스는 언제나 올려나?..... 지겹게 기달린 뒤에 다솜관광버스가 나타납니다....버스에서 갈아 입을 옷가지 등속을 가지고 매표소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갈아 입으니 한결 좋습니다....빗물에 부푼 손과 발이 얼마나 깨끗하고 하얗던지..... 이제 버스에는 회원들이 얼추 다 탓다 싶은데 뒤늦게 올라온 K씨가 대청봉에 사람 하나 줏어 왔다고 싱거운 소리를 하고....뒤에서 누군가는 헤에?...줏어 올려면 지갑을 줏어 와야지 영양가치 없는 외국인은 뭘라꼬?.... 그때 버스 문칸이 쏼라쏼라 소란스럽더니....뒤에서 수진이형 영어 어쩌고...하는 소리가 나고...얼떨결에 문쪽을 바라보니 눈이 퀭하고 잘생긴 외국사람이 비를 쫄딱 맞은채 누군가 하고 알아듣도 못하는 영어를 씨브렁 거리고 있는데....제가 썩 앞으로 나가서 하는말이.... 빵과버터 : 헤이? 유 가이?.... 홧쓰 유어 화이널 데스터네이션? 외국인 : 호텔... 빵과버터 : 윗치 호텔? 외국인 : 에니 호텔... 빵과버터 : 노 프라브럼....유 웨잇 포미....앤 훨로 미... 외국인 : 쌩큐.... 마누라한테 우산을 건네 받고 조금만 내려가면 눈에 빤히 보이는 오색약수 모텔로 함께 걸어 갑니다...이름은 페드로, 28살, 캐토릭 국가인 멕시코인 답습니다. 성격은 활달하고 거칠 게 없으며 한국에 온지는 일주일 됐으며 직업은 해외 마케팅이랍디다...모래 귀국 한다고 하면서....고맙다고 연신 콩심는 시늉을 하고 모텔쪽으로 빗속을 걸어 갑니다... 한계령으로 되돌아와서 착하디 착한 우리의 순진파 4명을 태우고 마지막 향연인 뒷풀이 장소로 향합니다....예정된 코스인지는 모르지만....그렇타고 알 것도 없고....휴게소 식당의 테이블을 10여개 빌려서 속초에서 사온 횟꺼리를 풀어 올립니다.... 평택에 돌아가면 운전하고 집에 가야하지만 그 때는 그 때고....지금은 달착지근하고 구수한 횟거리를 안주삼아 겁없이 소주를 3잔이나 받아 마십니다.....먹는 일이라면 관심없는 마누라도 버스에서 불러 내리니 웬일인지 식은 밥에 초 고추장 머무려 달게 몇점 집어 먹더니 그만 땡....디카를 꺼내서 만지작 거리다가 갑자기 허~억....상이 노랗게 외꽃이 피면면 큰일났네.....한 장을 지운다는데 전부 지우고 말았네!...하면서 울상을 짓습니다... 허~참....유복한 과수댁은 앉아도 요강 뚜껑 위에 앉고 자빠져도 가지밭에 자빠진다고 하드만 박복한 빵과버터 한테는 언감생심 어림없는 일인가 싶습니다...육십이 가까운 제가 지독한 비람속에서 생전 처음으로 설악산에 올라 어렵사리 사진 몇방 박아 놨더니만 지난날 그렇게 성심성의, 오밀조밀하게 사진을 박아내던 찍사가 오늘은 이처럼 가혹한 배신(?)을 때리고 말았네요...이렇게 해서 영양가치 하나도 없는 "앙꼬 없는 앙꼬 빵"의 설악산 대청봉 산행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빵과버터 : 괜찮아 마!...그 대신 산행기는 멋찌게 써 올릴팅게.... - 산행기 끝 - |
첫댓글 종일 마음 편치않으신 산행을 하셨군요. 형님의 기일에의 산행, 도와주지 않는 기상, 어렵싸리 훔쳐오신 설악의 그림보따리가 물거품이... 그래서 제목이 앙코없는 앙코빵이라 제목을 하셨군요. "무슨 산행기제목이 저럴까?" 했었는데 다 읽고나서야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사진없는 산행기도 괜찮으네요. 수덩이가 만약 그 같은 상황이 되었다면 아마 산행기 포기 했을 것입니다.^^ 우리 누부야 올매나 속이 상하셨을까? 힘내세요. 화이띵!!!~~
빵과버터님 사진은 없지만 상상하면서 읽는 산행기가 그런대로 재미가 더 있습니다. 우중에 사모님과 함께한 설악산 산행기가 구수합니다. 더구나 큰형님의 기일날을 택해서 다녀오셨군요. 올가을에는 저도 설악의 품에 안기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에구.. 이런 기억력하곤.. 허선생님이 산그림자가 아니고 산그늘이제... 콩콩, 쾅쾅..(제 머리 때리는 소리) 한.산에 리플달면서 언급한다는 게, 그만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비스무리한 연상에서 함부로 확신하는.....원체 그런 면에서 꽝이랍니다. (가만, 한.산에 산그늘님이라했던가?? 산그림자라 했던가?? )
ㅋㅋㅋ... 한산 게시판이 바뀌고나서 어느누가 '산그늘'이란 필명을 누가 사용하고 있더군요. 이젠 동명이인입니당.^^ 이젠 필명도 실용실안이래도 등록해봐야... '거부기'란 필명도 등장하더군요. 바짝 긴장혀야 겠어요. 두울타리도 곧 등장 않할랑가 모리겠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