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현진건)의 주인공 ‘김첨지’에 대한 6단계 토론
김정호(지도 : 김슬옹 교수님) 날짜 : 2009.05.10
*작품 출전 : 운수 좋은 날(1924), 현진건
논제 :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는 아내를 사랑하고 돌볼 줄 아는 좋은 남편감인가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좋지 못한 남편감인가?
1단계 문제 설정 : 주인공 김첨지는 아내를 사랑하고 돌볼 줄 아는 좋은 남편감인가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좋지 못한 남편감인가?
2단계 주장 : 아내를 죽도록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남편이다.
3단계 주장의 근거 : 김첨지는 설렁탕 한번 먹는 게 소원인 아내를 위해 열심히 인력거 일을 하고 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김첨지는 아침부터 손님을 태우기 시작해 연달아 끊임없이 손님을 실어 나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첨지는 아내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더욱이 열심히 인력거 일에 몰두하게 되고 마지막엔 아내에게 설렁탕을 기어이 사다주고야 만다.
4단계 예상 반박 : 하지만 김첨지는 ‘어느 정도’의 돈을 벌고 나서 일찍 집으로 귀가하여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주었어도 되었을 것이다. 혹은 김첨지가 기분이 좋아 선술집에 들른 과정만 없었어도 아내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아픈 아내를 돌보지 못한 김첨지는 잘못된 남편감이다.
5단계 예상 반박에 대한 반박 : 김첨지는 일개 인력거꾼에 불과하다. 많은 수입이 있는 직업도 아니고 아내와 단 둘이 초라한 삶을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김첨지에게 아침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음은 또 언제 올지 모르는 ‘행운’이다. 그토록 힘들게 살아 왔는데 이제야 행운이 왔음을 직감한 김첨지는 그동안 벌지 못해 서러웠던 것을 되뇌며 더욱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물론, 아내를 생각하면서. 김첨지의 행동이 나쁜 것(선술집에 들러 친구와 술을 마신 점)이 아니라 아내의 병세가 너무나 악화되었기 때문에(그동안은 병원을 갈 여력이 없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것이다.
6단계 종합 정리 :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한줄기 빛이 비춰진다면, 그 노동자는 단 하나의 빛을 보고 달려 나가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행운을 기대하면서 살던 김첨지. 그는 하루아침에 며칠이나 벌어야 만져봄직한 돈을 벌게 된다. 어둡고 습한 방, 앓아 누워있는 아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옥 같은 삶.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인력거꾼을 해서 해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한 김첨지에게 아침부터 시작된 행운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주는 한 가닥 희망이었고 병든 아내를 고칠 기회였다. 비록 그동안 아내에게 좋은 것은 못해 주었지만, 그토록 먹고싶어하던 설렁탕, 바로 그 설렁탕을 사들고 아내에게 되돌아갔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싸늘한 아내의 죽음이었다. 김첨지가 그동안 아내에게 야박하게 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마지막에 아내를 감싸 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만다. 자신들을 구해줄 행운이 찾아왔지만, 정작 함께 기뻐할 아내는 더 이상 행운이 필요하지 않기에. 김첨지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던 지고지순한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