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1학기와 2학기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좋았다. 대구는 쌈밥이 4000원, 콩국수가 2000원, 음식 값도 싸고 인심도 좋아 더운 것만 빼면 더 바랄게 없는 곳이다.
석동일 교수님 시간에 보청기 회사에 가서 귀에 몰드를 떠서 보청기 하나씩을 받았다. 분홍색에 큐빅이 박힌 거였는데 지금도 간직하면서 그때의 마음을 되새기고 있다.
대구에 짐을 싸서 내려간 8년 동안 한번 눈을 만났다. 강수균 교수님과 경주에 1박2일 갔을 때 대나무 정원에 눈이 내리는 걸 보면서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다. 식당에 가서는 <사계>라는 나의 시를 읽은 추억이 있다.
대구대 교수님들은 논문 심사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신다. 딱 한번 졸업을 앞두고 권도하 교수님과 대명시장에 갔는데 2000원 하는 죽집이었다. 권 교수님은 죽집에서 죽 드시는 할머니께 말을 걸고 대화를 하셨다. 얼마 전에는 ≪씨앗≫이라는 회고록을 내고 연수회 때 우리에게 한 권씩 나누어 주셨다. 나는 ‘밥 한 알’이라는 부분을 좋아한다.
마음 따듯한 경애 선배, 함께 공부한 김선옥, 배소현, 한은주, 이재연 그리고 인정실 님에게 감사드린다.
―≪곽예의 사진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