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유엔, 둘로스 호” <경북매일신문칼럼2007,7,6,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객선 둘로스호가 포항 신항만에 들어왔다.
독일 선적인 이 여객선은 타이타닉호보다 2년 뒤인 1914년에 건조돼 현존하는 최고령 여객선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길이 130m, 폭 16m, 총톤수 6818t인 둘로스호는 세계 각국을 돌며 서적판매와 구호를 통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둘로스호에는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거기엔 승무원과 탑승자 350명 전원이 50개국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떠다니는 민간 유엔’으로도 불린다.
둘로스는 헬라어로 ‘하나님의 종’이라는 뜻이다. 제한된 배안에서 종의 신분으로 섬김과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둘로스를 지칭하는 말은 다양하다. ‘떠다니는 유엔’ ‘기름이 아니라 기도로 움직이는 배’
‘세계 최대 선상 서점’ ‘기적의 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객선’ 등. 타이타닉호보다
2년 늦은 1914년 건조된 이 배는 그동안 ‘메디나’(1914) ‘로마’(1948) ‘프란카 시’(1952)
라는 이름으로 각각 불리면서 화물선 이주자수송선 여객선 등으로 사용됐다. 1978년 독일에 본부를 둔 비영리 자선단체인 GBA가 구입, 둘로스라고 명명한 뒤 29년간 100개국 500여 항구를 방문하며 복음과 인류애, 희망을 전하고 있다
현재 승선한 사역자들의 나눔과 검소한 삶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찰리’라고 불리는 중고품 나눔터다. 누구든지 이곳을 방문,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냥 가져가면 된다. 2년간의 사역을 마치고 떠나는 사역자들이 후임자들을 위해 남기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찰리에 내놓는다.
둘로스호는 세 가지 큰 사역이 있다. 첫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식을(Bring knowledge) 나누는 사역이다. 둘로스 안에는 독일의 비영리 국제구호단체인 "좋은 책을 모든 사람들에게"라는 모임이 운영하는 선상서점 이 있다. 선상서점에는 어린이에서부터 어른들이 볼 수 있는 6천여 종의 서적을 판매하고 있으며 누구든지 다양한 세계의 책을 통해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
둘째는 구호(help) 사역이다. 둘로스호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의 유람선이다. 둘로스호에 헌신하는 젊은 사역자들은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그들은 둘로스호에서 공동체 정신을 배우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세계를 섬기고 있다.
특히 둘로스호는 아시아의 미개발국가나 아프리카등 세계 곳곳의 가난한 나라를 방문하여 구호사역을 펼친다. 식량을 나눠주기도 하고 필요한 생활품을 전달한다. 그리고 문맹퇴치운동을 비롯하여 사랑의 집짓기 운동, 질병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의술을 펼친다. 그래서 둘로스호는 바다에 떠다니는 유엔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세 번째로 둘로스는 소망을(hope) 전달하는 구원선이다. 둘로스호는 단순히 세상의 지식을 전달하고 굶주리고 배고픈 이들에게 구호를 펼치는 사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둘로스호는 희망이 없는 이 세상에 희망을 전한다. 소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소망을 심어준다.
그렇다. 이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요 인간에게는 이 세상과 비교 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그것은 웃음이다. 친절이다. 자기를 희생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나와 다른 환경,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둘로스호는 이세상은 하나의 지구촌이요 하나의 형제요, 하나의 가족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둘로스 호를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래된 둘로스호가 아니라 거기에 타고 있는 선교사들의 미소와 해맑은 웃음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묻어나는 소망과 편안함은 어떻게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둘로스호는 2010년에 폐선 될 예정이라고 한다. 몇 년 후 둘로스호는 낡아서 바다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둘로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지식과 구호와 소망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을 것이다. 떠다니는 유엔, 둘로스 호를 돌아보고 인생이라는 것이 순례자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항해사와 같음을 느낀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엔, 둘로스호, 자기를 희생하며 지식과 사랑과 소망을 싣고 그들의 항해는 계속된다. 불편하지만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둘로스호, 그들에게 복이 있으리라. 오늘도 생명의 바다를 건너 사랑을 전하는 둘로스호의 350여명의 젊은 청년들과 가족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 <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