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여행에서 돌아 오자마자 따끈따끈한 여행기를 썼더라면 좀더 생생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을 텐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 무릎연골 수술을 받느라 남편이 병원에 잠깐 입원을 했었고(건강 좋아짐)
은근 신경 써야 하는 이문 없는 신발 봉사도 내 의지대로 멈출 수는 없었고(드뎌 품절)
더워지는 날씨따라 나는 태엽이 풀려 가는 시계마냥 조금씩 게울러졌고...-
한 달을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친구들과 함께 한 중국 산동성 여행 이야기를 건넵니다.
- 김경남 김경림 김경복(일명 경시스터^^) 김은수 김춘임 서양엽 박미경 그리고 김남옥-
Anyway,
중국 엔타이에 살고 있는 남옥이 덕분에 우리들의 여행은 일사천리~
우리들 얼굴은 활짝 핀 꽃잎마냥 끊이지 않는 웃음으로 아롱졌고,
우리들 가슴은 사랑에 빠진 바다처럼 즐거움과 기쁨이 출렁거렸고,
그래서 우리들 마음엔 함께 해서 더 소중한 추억이 새겨졌답니다.
정말 중국은 넓었고, 우리가 즐길만한 일들은 생각보다 많았으며
물가는 아주 착했습니다.^^
날씨는 또 어땠구요.
황사가 끝날 무렵이라 잿빛 하늘, 누런 흙먼지를 떠올리며 준비해 간 황사마스크가 무색할 만큼
파란 하늘과 삽상한 바람 덕분에 우리들 마음의 날씨 지수까지 쾌청!
-엔타이 칭따오 웨이하이-
산동성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 세 도시는 해묵고 옛스러운 흔적을 간직한 도시는 아니었으나
중국이 점점 사막화 되어 가고 있는 내륙 관광의 미진함을 보완할 수 있는 미래의 관광특구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도시들 같았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이 보이는, 잘 닦여진 해안 도로와
지역별로 분위기를 맞춘 듯한 가로등들
-해변도로엔 갈매기가 날아 가는 모습의 가로등,
번화가 가까운 곳엔 구슬을 꼬아 놓은 듯한 화려한 가로등,
어떤 곳엔 재미있는 상자 모양의 가로등...-
바다 풍광과 어우러지는 대형 조각물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고.
언제나 신선한 해산물과 싱싱한 과일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도시들이었지요.
이름난 유적지나 불가사의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할 때
편안히 즐기기엔 충분한 곳이더군요.
-인천 공항에서 한 시간만 비행을 하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시차로 인한 불편도 없고...-
-낮보다 뜨거웠던 우리들의 마지막 밤-
여행의 마지막 날, 그 밤에 우리는 아쉬움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지요.
그래서 빙 둘러 앉아 캔들에 불을 밝히고-candle ceremony-
무사히 끝난 여행에 대한 자축과 그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남옥이에 대한 감사를 더해
건배~ 건배~를 했습니다.
한 사람씩 돌아 가며 여행소회를 말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은근 품격 있는 여행이었죠?^^-
그 때 저는 즉흥시로 대신했는데 나이 탓인지 감정지수가 자동조절 되지 않아
읽어 내려 가다 울컥 그만 수위를 넘고 말았지요.
그 감정은 전염성이 강한 모양인지 모두 울컥~했다네요.
친구들이여
여행의 마지막 밤입니다.
이번 여행은 어땠나요?
멀리 떨어져 사는 그리운 친구를 만나
오월의 햇살처럼 활짝 웃을 수 있었던 우리는
행복한 여인들입니다.
길 위에서 세상의 시름을 잊고, 나이조차 잊고
소녀처럼 웃을 수 있었던 우리는 정말 행복한 여인들입니다.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이제 이 아름다운 여행의 끝자락에 이어
조금씩 모양과 색깔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각자 또 하나씩 은빛 날개 같은 소망 하나씩을 품고
다시 날아 오를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또 하루하루 밀려 오는 일상의 파도를 넘어설 것입니다.
우리는 30주년 행사를 하며
기억 속에 묻혀 있었던 보석 같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
하나의 물길을 이루어 은빛 햇살 반짝이는 강물로 흘러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오다
이번에는 황해를 건너 여기 중국 엔타이까지 흘러 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강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쉬임 없이 흘러가겠지요.
이번 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던 검은 목선들
검은 목선 위에서 펄럭이던 붉은 깃발, 깃발들.
떠가는 배를 연모해 휘달려 오다
결국 흰 물살로 부서지고 마는 슬픈 파도
바람보다 먼저 눕던 풀.
바람보다 먼저 침묵하던 줄지어선 플라타너스들.
바다에 붉은 꽃잎 뿌리던
곱디 고운 석양.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과
그 순간 떠올랐던 웃음과
우리들 마음의 메아리를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들에게 그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해 준 남옥이의 따뜻한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친구들이여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 갑시다.
그날 밤 우리의 밤은 그렇게 뜨거웠고, 잠을 이루기 힘들었지요......
-우리들의 일정-
5월 17일 9시 30분 인천 집합.
11시 45분 엔타이 공항 도착 남옥이 만남.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남옥이가 준비해 온 김밥과 과일로 점심식사. 맛? 죽였음^^-
장유 포도주 박물관 견학 및 와인 시음
-1892년 엔타이 남양 화교 장필사 창립(정부 1품 관원으로 국부와 교우했다 함 )
품중예주(그 때 생산 된 포도주는 하늘에서 내린 단비와 같고 땅에서 솟아 나는 감주와 같다고 함)
1915년 미국 파나마 태평양 만국 박람회에서 포도주 부문 4종류 금메달을 딴 경력-
포도주를 시음했는데 박물관 분위기 탓이었을까?
그 맛을 한 마디로 평하라면 한방와인이라고나 할까^^
모두 와인잔을 들고 건배! 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누군가의 가방에 살짝 부딪혀 굴러 떨어진 와인 잔이 깨어졌고
그 소리를 듣고 달려 온 직원에게 우리는 10위안을 물어 주어야 했다.
(10위안이면 예쁜 목걸이를 하나 살 수 있는데...^^)
장유 박물관답게 술통이 엄청 많았는데
줄지어 서있는 엄청 큰 술통들 그리고 그 술통에 드리워 놓은 붉은 비단줄
그 강렬한 붉은 비단줄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앞을 스쳐 지나 가며 환청을 들었던 것 같다.
장예모 감독 공리 주연의 두 영화..
제목이 아마도 '붉은 수수밭'과 '국두'였지?
어둑신한 양조장, 길게 자란 붉은 수수밭, 치정...
염색공장 마당에서 펄럭이던 색색의 천들...
그 두 영화가 마구 오버랩 되며,
오래 된 술통에서 흘러 나오는 영화 이야기를 환청처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 괜찮은 사진도 몇 장 짝을 수 있을 것 같은 그 오래 된 분위기가 살짝 마음에 들었는데
짝퉁 시장에 가야 한다고 빨리 나오라고 해서 정말 아쉬웠었슴다.
짝퉁 시장
쇼핑 삼매경에 빠진 친구들.
깎고 또 깎고, 사고 또 사고.
쇼핑의 여왕은 누구일까요?
막상막하 난형난제는 이럴 때 쓰는 말 -쉿! 은수와 춘임이라고 절대 말 못해요. -
저녁식사
남옥이 남편께서 초대해 주신 만찬으로 '샤브샤브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 준
눈과 입 모두 행복했던 식사시간.
야시장
조금 조악하긴 했지만 눈 크게 뜨고 요리 조리 살펴 보면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 싼 맛에 사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발맛사지
일정을 모두 끝내느라 수고한 '발'을 위한 시간.
하루의 피로를 푸는 편안한 시간.
어깨까지 시원하게 풀어 주는 맛사지를 받는 동안 스르르 잠이 들어 코를 고는 친구가 있었는데
까칠한 성격들은 아무 곳에서나 쉽게 잠을 못 잔다니 분명 그 친구는 성격 좋은 친구^^
누군지 알면 다칩니다요.ㅋㅋ
맛사지를 받고 호텔로 돌아 와 제비뽑기로 방짝을 정했는데
더위를 잘 타는 춘임과 경복이 한 방,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남옥과 경림이 한 방,
추위를 잘 타는 경남과 미경이 한 방, 평소에도 단짝 은수와 양엽이 한 방-방배정이 기막히게 됐다는 후문-
그 밤에 잠만 잤냐구요?
잠만 잔 팀, 황토팩 한 팀, 패션쇼 한 팀, 옆방에 불려가 패션쇼 구경한 팀...ㅋㅋㅋ
칭따오 웨이하에 일정은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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