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내가 한 남편을 사랑하는 기구한 사연을 담은 드라마가 과연 '야인시대'의 틈새에서 여성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KBS 2TV가 오는 6일 첫 방송할 50부작 월화드라마 '아내'(극본 정하연.연출 김현준)가 얼마나 30∼40대 주부와 여성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1부 시사회에서 본 '아내'는 일단 빠른 전개와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96년 1월 6일, 아내 김나영(김희애)과 딸 민주(문근영)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대학 강사 한상진(유동근)은 세미나 참석차 부산에 내려갔다 뺑소니를 당해 기억을 잃고 쓰러진다.
이후 드라마는 7년이 흘러 7년 동안 연락도 없는 남편과 아빠를 체념 속에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이어 도대체 남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둘째 부인 윤현자(엄정화)가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순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남편은 반쯤 바보가 된 채 현자와 이미 5살박이 아들을 두고 가정을 꾸며 버렸다.
성도 모른 채 영태라는 이름의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 남편은 밖에 나가면 집도 못찾아온다.
1부 첫 신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해 유창한 말솜씨로 발표하던 상진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집도 못 찾아 오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용의 눈물' '명성황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유동근의 바보연기는 잘 어울린다 못해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귀마개와 털장갑을 낀 채 시장통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에서는 나라를 호령하던 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7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희애가 연락없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펼치는 눈물연기에도 연륜이 배어나온다.
섹시한 댄스 가수 이미지가 강한 엄정화도 촌스러운 옷을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모습이 남편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일단 '아내'는 캐스팅의 중량감이나 드라마의 빠른 전개 측면에서 여성 시청자의 눈길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드라마는 지난 82년 KBS 2TV에서 방송한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당시의 '최루성' 통속 멜로물을 얼마나 2003년을 배경으로 한 코드로 재해석할 수 있는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따뜻한 인간미와 사랑을 담은 드라마라는 기치 아래 30∼40대 주부와 여성을 주시청자로 파고들어 같은 시간대 방송하는 남성 드라마 SBS '야인시대'와 차별화하겠다는 KBS의 전략이 얼마나 파고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