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한 초등학교(삼평초등)가 철학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입시나 돈벌이와 직접 관계 없지만 총체적 통찰력을 키워주는 학문이 우리 교육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던 차에 이 같은 소식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다만 아직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초등학생이 대상인지라 수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걱정이다. 하지만 어쩌면 대학입시에서 아직은 먼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면 학부모들의 등쌀에 배겨나기 어려울 것이다.
철학은 무엇을 연구하는지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학문이다. 철학은 그리스어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단어다. 그대로 풀이하면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다. 영어나 수학, 물리, 경제 등 어떤 학문이든 그 이름에서 목적이나 목표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데 반해 철학은 연구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역으로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철학을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공부하고 또 얻게 될 것이다. 많은 고전을 읽게 될 것이고 논리적 사고와 통찰력이 생길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의가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치철학이라고 한다. 7000명의 학부생 가운데 800명이 수강신청을 한다는 강의다. 비실용적인 정치철학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바로 세계 최고 대학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이다.
삼평초등학교의 철학 수업이 성공을 거두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철학 공부를 하더니 논리력과 분석력이 생겨 수학문제를 잘 풀고, 국어 문제를 잘 이해하게 됐다는 소문이 전국에 쫙 퍼지기를 기대한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나라 모든 초등학교의 교과과정에 철학이 들어가고, 그 다음엔 중·고등학교로 번져나갈 것이며, 고사직전에 있는 대학의 인문학도 살아날 것이다.
가벼운 지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철학이 교과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요청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대적 요청을 삼평초등학교가 조금 빨리 읽어낸 것일 수도 있다. 이 학교의 선구자적 견지가 우리 교육의 근본을 되살리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2008.05.05 22:26]
출처:
바로가기->사설/삼평초등 철학수업에 거는 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