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른 머리, 편안한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지난 10월 중순 만난 황기수(60) 전 코아로직 사장은 몇 년 새 스타일이 확 바뀐 모습이다. 줄곧 매던 넥타이를 풀고 자유인이 된 듯하다. 꾸준한 운동과 필라테스로 뱃살까지 빠지면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외모만 바뀐 게 아니다. 국내 1세대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전문가인 그가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명함에는 에스앤큐 푸드스(S&Q FOODS) 대표이사라고 적혀있다. 지난해 4월 내놓은 외식 브랜드는 일본식 덮밥 전문점인 ‘Mr. 돈부리’다. 강남점을 시작으로 종로·명동·성수·건대점 등 5개 직영점과 전북대점·홍대점·용산점 등 3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포브스코리아에서 코아로직을 ‘파워 중견기업’으로 소개했다. 당시 코아로직은 모바일TV, MP3플레이어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멀티미디어프로세서(MAP)를 출시하면서 국내 1위 팹리스 기업이었다. 2006년 말 매출은 1900억원에 달했다.
인터뷰가 나간 후 사석에서 만난 황 사장은 미식가였다. 서울 근교에 소문난 맛 집은 다 가봤다고 한다. 음식 종류별로 순위를 매길 정도였다. 그 날도 역시 중구 장충동의 한 유명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며 음식 얘기를 나눴다. 식사 끝 무렵에 그는 “나중에 음식점을 내고 싶다”고 했다. 맛 집을 갈 때마다 가게 안을 유심히 보는 습관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땐 ‘벤처 기업가로 성공한 그가 과연 음식 사업을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자신의 말처럼 외식사업 CEO가 됐다.
삶의 변화를 즐겨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첫 직장이었던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에서 금성반도체(현 LG전자)로 옮겼을 때도,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돌연 유학을 떠났을 때도, GE 연구원에서 국내로 복귀했을 때도 그랬다. 마음에 없는 일이 주어지면 관심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냈고,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