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형이 그랬는데 오늘 우리 학년이 불주사 맞는대” 기억하시나요? 모든 학생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불주사의 공포를. 어깨에 작은 흉터만 남기고 우리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진 ‘불주사’. ‘불’ 과 ‘주사’ 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불주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을까요?
과거 70년대에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유리 주사기를 사용하며 주사기와 주사 바늘을 일일이 소독했다. 한 아이 접종을 한 후에 알콜 램프에 소독을 하여 다른 아이를 접종하는 식의 접종방식을 택하였다. 바늘을 통해 옮겨질 수 있는 전염성 균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소독한 것이다.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큰 아이들에게 보여 지는 ‘불’소독은 주사에 대한 공포를 배가시킨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주사’의 역사이다.
◆ “불주사가 무서워 뜬 눈으로 지새웠던 밤”
- 국민학교 때 맞은 불주사를 기억하고 있는 김모씨(52)
"‘불주사’를 맞는 기간만 되면 항상 전 학년이 들썩였습니다. 불날 것처럼 아프다는 학생과 불 주사를 맞으면 몸이 뜨거워진다는 학생 등 불주사에 대한 허황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불주사를 맞기 하루전날, 6학년 형한테 불주사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너무 걱정이 되어서 다음날까지 뜬 눈으로 새웠지요. 그 다음날 양호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는 그 순간 다리에 힘이 쭈욱 빠졌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꾹 참았지만 눈물이 맺혔어요. 다른 학생들도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주사를 맞기도 전에 우는 학생과 서로 앞에 서지 않으려고 내빼는 학생들. 70명 학생이 함께 공부하던 작은 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요. 불주사를 맞고 난 학생들은 아프다고 겁을 주고 줄 서있는 학생들은 더 겁먹고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그 때는 세상 어떤 일보다 심각했었어요."
◆ “불주사 소문이 돌았던 그 날, 학교는 난장판”
-불주사 아닌 불주사의 공포를 기억하는 K군(24)
“야! 너 팔에 흉터 있어? 그거 있음 안맞아도 된대! 저의 짝꿍이었던 친구가 호들갑스럽게 아이들에게 소식을 알리던 날, 서로의 흉터를 확인해 주기 바빴던 그 날. 불주사의 소문을 접한 우리 1학년 2반 교실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서로의 흉터 확인을 해주면서 이 흉터는 되는데 저 흉터는 안 된다며, 감정을 해주는 친구까지 나설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실제로 불주사 자국이 선명했던 저는 그 감정가 친구에게도 통과 받고 천하태평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방접종을 맞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불주사는 너무 뜨거워서 팔이 타들어간다느니, 불주사를 맞는 날에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다 더라 같은 소문이 돌면서 여자친구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더랬죠."
"지금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불주사 같은 게 있을 리 없습니다. 아마 간단한 예방접종 같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울면서 집에 간다고 떼를 쓴 친구까지 있었으니, 이만하면 요즘 친구들도 불주사의 전설을 이해할 수 있겠죠?"

◆ "불주사를 맞게 된 이유라도 좀 압시다"
-그 때 그 시절, 불주사 Q&A
"불주사, 즉 B.C.G접종을 하기 전에 몸 안에 결핵에 대한 항체가 있나, 없나를 검사하는 투베르 클린 반응을 먼저 합니다. 이 반응이 일어나 부어오르면 양성이라서, 정확히 말해 몸 안에 결핵과 싸울 수 있는 항체가 있다는 말이라서 불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구요. 이걸 맞고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음성이라, 즉 몸 안에 항체가 없다는 뜻이므로 불주사를 맞게 된 것입니다. 불주사는 결핵을 걸리는 것을 막아주는 주사입니다. 결핵 감염 시에는, 뇌막염이나 파종성 결핵 등의 말 그대로 치명적인 병을 가져오게 됩니다."
Q. 요즘 흉터 제거하러 오는 환자분 중에 불주사 흉터를 제거 하러 오는 환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 불주사 흉터는 왜 생기는 걸까요?
"예전에 우리나라는 가난했기에 일회용주사를 쓸 수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사기 한 대를 가지고 다른 아이에게 놓을 때마다 소독을 위해 알코올램프에 주사바늘을 달궈서 주사를 놓기 때문에 그 주사를 맞은 부분은 화상을 입죠. 그래서 작은 화상흉터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불! 주사가 된 것이죠."
Q. 그 흉터가 큰 사람, 작은 사람 제각각이던데, 왜 그런 거죠?
"주로 어깨처럼 뼈와 관절이 많이 움직이는 부분에 주사를 맞았을 경우는 움직일 때마다 피부와 마찰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 부어올라서 흉터가 조금 더 크게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특이 체질로 켈로이드 피부 체질인 사람들은 상체에 주사를 맞으면 크게 흉터로 남게 됩니다. 이런 체질 경우 자라면서 흉터가 더욱 커지기도 합니다."
Q. 불주사를 예전처럼 많이 안 맞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것이죠?
"정식 명칭은 <B.C.G.접종> 이라는 주사로서, 결핵균에 대한 항체를 주사 하는 겁니다. 요즘은 결핵 발병률이 예전보다 높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결핵 발병률이 매우 높은 편이라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 되어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대학생 기자 구우정·양예솔·염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