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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긴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앉으면 짝짓기가 시작된다. 한 쪽에서 펜이나 손수건 등 몸에 지닌 물건을 꺼내놓으면 상대방에서 하나씩 고른다. 꺼내놓을 소지품은 미리 준비해 오는 경우가 많다. 손수건이라면 깨끗이 빨아 다려서 가져온다.
물론 예쁜 물건을 고른다고 해서 잘생긴 파트너가 ‘당첨’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짝이 정해지면 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기가 어색하므로 다른 자리로 옮겨 앉는다. 그런다고 대화가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니다. 앉자마자 ‘호구조사’부터 한다.
“집이 어디세요?” “형제가 몇이세요?” “취미가 뭐예요?” “혈액형이 뭐예요?” “어느 고등학교 나왔어요?” “장래희망이 뭔가요?” 이런 질문들이다.
여자라고는 어머니나 누이 말고는 처음 마주하는 샌님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경찰이 심문을 하듯 딱딱한 질문을 퍼부어댄다. 대화가 이어지는 건 상대방의 마음에 달려 있다. 질문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그녀가 말문을 닫아버리면 그때부터 앉은 자리는 다방 의자가 아니라 가시방석이 된다.
당시 고등학교 교실 벽면에 붙여진 급훈,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라는 글귀를 되새겨 대학에 들어왔건만! 그리고 달콤함이란 간절하게 원할 때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했던가!
이에 지금 우리들 어떠한가? 많은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더불어 지난 것은 언제나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남았던가.. ^*^
예나 지금이나 땅콩캬라멜 한 입에 쑥스러움이 절로 묻어나지^^~^&^!
[보드카와 옥킹조카] 미팅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킹카니 물카니 하면서 등급을 붙인 것은 대학사회에 미팅이 보편화되었던 1960, 1970년대부터다. 킹카, 퀸카의 ‘카’는 트럼프 카드의 ‘카’에서 딴 것이다. ‘에이카(에이스 카드)’는 애프터를 신청해도 허락을 받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최상급 파트너다. 적어도 단과대학에서 가장 출중한 외모를 가진 여성이나 남성을 말한다. 헌신짝처럼 차이고도 못 잊어 학교까지 찾아가더라도 만나주지도 않는 비애를 맛보아야 한다.
에이스카보다 위에 ‘보드카(보기 드문 카)’가 있다. 거의 미스코리아 수준이니 넘보지 못할 상대다.
에이카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가 ‘킹카(K카드)’다. 여성이면 퀸카가 된다. 킹카나 퀸카는 미팅에 나가면 가끔 만날 수 있고 노력만 하면 데이트를 성사시킬 수도 있다.
‘물카’는 보통이나 그 이하의 파트너인데, 그럭저럭 봐줄 만한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 맛도 아니고 저 맛도 아닌 밍밍한 물맛 같다는 뜻이다. 미팅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타입~ ‘두 시간 정도는 즐겁게 대화하고 커피값 본전은 찾을 수 있는 상대방’이다.
그보다 아래에 빨리 끝내고 집에 갈 생각 밖에 안 드는 상대는 ‘후지카’다. ‘후지다’(품질이나 성능이 다른 것에 비해 뒤떨어지다)에서 따온 이름이다.
파트너에 대한 거부반응에서 벌컥 차버리고 싶고 마주 앉기조차 싫으며 어떤 핑계를 대고서라도 일찍 일어나고 싶은 상대는 ‘벌컥차카’라고 했다.
‘조포카’(조물주도 포기한 카)라는 은어도 있었다. ‘옥떨메카’(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보다 못한 정말 어이없게 못난 사람이 ‘옥킹조카’다.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킹콩이 밟고 조스가 물어뜯은 카다.
‘아폴로카’는 너무도 못생겨서 아폴로에 태워 우주로 보내버려야 한다는 뜻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우주에서도 안 받아줘서 다시 지구로 보내버렸다는 뜻의 ‘스카이랩카’도 있는데 다 웃자고 만든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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