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생구속의 신비(降生救贖의 神秘)
강생(降生, 라틴어 Incarnatio, 영어 Incarnation)이란 용어는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유한한 인간 세계에 직접 내려오신 것을 의미하며, 그리스도교는 천주 강생이 바로 유일무이한 역사적 사건인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되었다고 믿고 고백한다. 예수그리스도에 관한 교의는 그리스도교의 여러 신비 중에서도 그 핵심을 이룬다. 한 분이신 하느님에 관한 교의, 자유로운 인격으로서의 인간의 본질과 품위에 관한 교의 및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동일성에 관한 교의 등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메시지 안에 기초하고 있으며,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세계의 관계성 및 자신을 전달하는 사랑으로서의 하느님의 고유본질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느님의 자기 전달은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주어진 구원역사의 종말론적 형상 안에서 절정에 달한다. 즉 하느님의 강생된 말씀으로서의 예수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자기 전달의 최고 형태이다. 이것이 바로 강생에서 보여진다. 강생으로 인하여 세계의 역사는 승리의 구원사가 되었다. 구원자(메시아)에 관한 구약성경의 모든 진술들은 하느님 자기 계시의 절정이요, 완성인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명확하게 성취되고 있음을 신약성경은 시사하고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강생과 함께 인류에게는 구원의 문이 열렸다. 그리스도론에 관한 교의는 초세기에 많은 논쟁을 거쳐서, 칼체돈 공의회(451년)에서 결정되었다. 영원한 말씀이신 하느님의 아들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제2위격(位格, persona)으로 동정녀 마리아를 통하여 영혼과 육신을 지닌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면서, 인간적 본질(本質, natura)과 신적(神的)본질을 동시에 지니신다. 그래서 예수그리스도는 참 하느님이시고 참 사람이시다. 하나이고 동일한 주체가 두 개의 본질을 지니는 합치(합일, 合一, hypostatische union)의 실재성은 신앙의 절대적 신비이다.
강생구속, 천주존재, 삼위일체, 상선벌악은 그리스도교 기본 4대 기본교리이다. 인간이 범죄로 인하여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하느님의 아들 예수그리스도가 사람이 되어 인간의 죄를 대신 보속하였으므로 누구든지 믿고 세례를 받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교리이다. 신학자들은 여기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이 성취되어 현존한다는 것과,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실현된 구원이 각자 안에서 실현되는 과정, 즉 그리스도 구원의 은총이 부여되고, 인간이 이 은총을 자유로이 수락하는 과정에서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