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휴식은 단지 생산활동에 의해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단축시키려는 노력에 의한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역설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단절을 가속화시키고 있었다. 이에 고독과 소외로 인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들의 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달팽이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좁은 욕조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달팽이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집을 소유하게 되는 유일한 종이며, 달팽이에게 있어서 집은 수분 유지 및 신체 보호를 위한 수단이지만 변화를 기피하고 안주하려는 습성의 체득을 조장하기도 한다. 달팽이는 주로 습기가 많은 습지나 강 또는 연못 근처 등에서 서식한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그러나 달팽이의 고향은 바다이다. 달팽이는 5억 7천만년 전 캄브리아 기에 바다에서 살다가 해수면이 낮아짐에 따라 서서히 육지로 서식지를 이동하였다.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달팽이의 몸 길이는 평균 4~5cm 달팽이는 직사광선과 천적으로부터의 생존을 위해 체중의 몇 배나 되는 등껍질을 평생 이고 살아간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달팽이가 쉬지 않고 이동하였을 경우 1분에 98.2cm 한 시간에 58.92m 만큼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단 5년밖에 살지 못한다. 내 모든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히 흩어지고 내게 남아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 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 줄 바다를 건널거야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는 동화책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이다. 실제로 달팽이가 바닷물에 닿으면 염분에 의한 삼투압 현상에 의해 죽는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바다로 가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허무한 죽음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안위를 버린 채 불확실로만 가득 찬 바다로 나아가려는 달팽이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아무런 의지도 없으면서 혁명가 혹은 몽상가들의 헛된 꿈을 조롱하기만 하는 비겁자들이여, 과연 당신들은 나의 꿈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