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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유니폼처럼 내복을 입고 지내면서 겨울잠 자는 곰 모양 집에서만 지내던 녀석이 봄 햇살이 퍼지는 날이 오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아직은 찬바람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일요일 따신 햇살이 퍼지는 시간에 공원에 나간다. 저도 신나는지 마냥 들떠 발이 땅에 닫지를 않는다. 손 꼭 잡고 걸어가며 노래를 불러대는 녀석(말을 못하는 녀석이 음은 따라 하려 애쓴다)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길거리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다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어디를 가나 눈에 들어온다. 아들이나, 아비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신나게 노래하며 활보를 하니 안 보려고 해도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그렇게 공원에 가니 사람들이 많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다. | |||
아무 준비도 없이 나오니 한빛이는 가지고 놀 것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이며, 자전거며, 눈에 들어오는 대로 다 제 것인 양 어찌 해보려는데 대략 난감이다. 어찌어찌 살살 달래서 솔방울에 관심을 가지게 한 다음 놀이를 시작하니 이내 모든 관심을 한곳에 모아준다. 발로 차고, 야구하듯이 던지기도 하고, 멀리 던지고 찾아보라고 하면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연신 웃음을 흘려가며 뛰어다닌다. (오른쪽 팔, 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뇌의 문제도 있어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 무리에서 벗어나 놀이터에 가니 회전기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성큼성큼 다가간다. 이미 한참 동생들이 모여 놀고 있는데 기구에 올라타더니 어떻게 해 달라는 표정으로 소매를 잡아 끈다. | |||
한참을 그렇게 놀다 보니 숨도 차고, 물 생각도 간절하고, 운동부족을 절실하게 느끼며 그만하고 싶은데 이놈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열심히 돌리라고 성화를 부리다 아이들이 하나, 둘 엄마를 찾아가자 저도 시들한지 그네도 타보고, 미끄럼틀도 올라보고 하다 딱히 눈에 드는 것이 없는지 시들해 진다. 오랜만에 사람들 틈에서 한바탕 놀고 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자는 대로 다 해주니 그것도 좋고, 마음껏 바람을 쏘이고, 운동도 했으니 마냥 좋단다. 집에 오는 길에 떡 버티고 서더니 업으라고 두 팔을 벌려 시늉을 한다. | |||
올 해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다면 언제라도 짐 챙겨 나들이를 다니겠다. 경기를 심하게 하는 녀석인지라 마음 놓고 어디 나서지를 못하고 늘 망설이게 되는데 작년에는 특히나 심해 어디 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지금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 주고, 경기도 좀 줄어들고 하면 올해는 바깥세상과 만나는 일을 자주 만들고 싶다. | |||
하굣길에 학교를 파하고 나오면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 |||
"한빛이는 왜 아파요?" 궁금한 것이 많은지 형사가 취조를 하듯 꼬치꼬치 물어온다 "안녕 한빛~~" 그러거나 말거나......저 하고픈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녀석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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