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어 표기문자를 기록하는 한글 표기법 2008년 특허 출원… 중국어의 음운론적 특성과
음운현상을 고려해 중국어를 한글로 배우자
⊙ 한글은 신성장동력… 한글이 IT(정보기술), CT(문화기술)와 결합할 때 문자로서 한글의
세계화가 가능
음운현상을 고려해 중국어를 한글로 배우자
⊙ 한글은 신성장동력… 한글이 IT(정보기술), CT(문화기술)와 결합할 때 문자로서 한글의
세계화가 가능
충남대 김차균(金次均·70) 명예교수의 주장은 다소 급진적이다. “세계 인류의 화합과 평화와 행복을 위해, 우리나라가 가장 확실하게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은 한글의 세계 공용문자화를 통해 전 인류를 고르게 문명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제자인 충남대 국어교육과 정원수(鄭元洙·51) 교수는 한발 더 나간다.
“한글은 문명의 횃불입니다. 인류의 문맹, 컴맹, 넷맹, 폰맹 퇴치의 도구요 수단입니다. 한글은 21세기의 새로운 문화 블루칩입니다.”
정 교수는 “한글이 IT(정보기술), CT(문화기술)와 결합될 때, 비로소 문자로서의 한글의 세계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한글이 신(新) 성장 동력산업을 일구어 수십만 개의 일자리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월 3일 만난 그는 한글의 세계화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아직은 불투명해 보이지만 확신에 찼다.
“세상의 모든 언어를 한글로 쓰는 시대를 열면 새로운 시대역사라 할까요, 새로운 세계질서라고 할까요, 문화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문명의 커다란 패러다임이 바뀔 겁니다. 그런데 한글학회를 보세요. 70대 교수들이 얼마나 보수적인가. 발목 잡는 거예요. 미국 상류층 학교는 5개 언어를 가르칩니다. 우리도 영어는 물론 중국·일본·인도어를 한글로 가르치자는 거예요. 교육의 혁명, 문화 산업의 혁명을 한글을 통해 이룰 수 있어요.”
정 교수는 지난 2008년 11월에는 중국어 표기문자를 기록하는 한글 표기법을 개발, 특허 출원했다. 단순히 중국어를 한글로 옮겨 적는 차원이 아니다. 중국어의 음운론적 특성과 음운현상을 고려해 중국어의 자음과 모음을 한글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한글에서 구연할 수 있는 최대 글자 수 1만1172개(자음 19개×모음 21개×받침 28개)를 ‘가나다 순’으로 배열해 놓은 유니코드를 만들어 ‘온누리 한글’이라 명명했다. 한글 입력 컴퓨터 프로그램과 한글교재를 만들기 위해 ‘㈜온누리 한글예슬’이란 회사도 설립했다. 아직은 매출이 없다. 특허 출원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중국어를 표기문자로 특허신청을 했다고 심사위원들이 난리였어요. ‘중국이 알면 어쩌려고’ 하면서요. ‘한자어 대신 쓰자는 게 아니라 발음 표기를 한글로 하자는 것이다’, ‘중국인도 로마자 알파벳으로 발음기호를 쓰는 판인데 한글로 발음기호를 써서 한자를 빨리 배우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설득했지요.”
―한글이 우리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세계 6900종의 언어 중에 문자로 적을 수 있는 언어는 겨우 40여 종에 불과합니다. 한글의 세계화에 앞서 모든 언어를 조사, 연구해 그들 언어에 한글문자의 옷을 입혀야 해요. 또 궁극적으로는 한글로 신성장동력 산업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 휴대폰, 인터넷상에서 한글과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어, 아랍어)의 변환·번역, 음성인식, 검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개발할 겁니다. 쉽게 배울 수 있게 학습교재도 만들 겁니다.”
기자는 도대체 한글이 왜 새로운 문화산업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도 담을 수 있는 한글
정원수 교수는 ‘중국어 표기문자를 기록하는 한글 표기법’을 개발, 지난 2008년 특허출원했다. 까다로운 중국어를 한글로 배울 수 있는 교재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
훈민정음의 ‘정인지서(鄭麟趾序)’를 보자. 정인지(1396~1478)는 ‘바람소리, 학의 울음, 닭의 홰치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한글로 적을 수 있다’고 썼다. 한글은 모든 소리를 낱낱이 기록할 수 있는 소리글자이기 때문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펴내며 한자음을 바로잡으려 <동국정운(東國正韻)>을 편찬했다.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은 치음(齒音)인 ‘ㅈ,ㅅ,ㅊ’을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할 수 있게 치음을 변형(혹은 )시킨 문자를 고안한 것이다. 현대의 국어학자들이 외래어 표기법 차원에서 영어 ‘v, f’의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ㅇㅂ,ㅇ ㅍ’과 같은 글자를 고안한 이치와 비슷하다.
그러나 한글의 외래어 표기법을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f]를 [ㅍㅎ]으로, [v]를 [ㅂㅎ]으로 쓰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 교수는 [f]를 []으로, [v]를 [?]으로 표기하자고 제안한다. 또 [sh]를 [ㅇㅅ], [zh]를 [ㅇㅈ], [ch]를 [ㅇㅊ], [l]을 [ㄹㄹ], [c]를 [ㅅㅊ], [l]을 [ㄹㄹ]로 쓰자고 말한다. 어느 것이 음성학적으로 타당한지는 학문적 논쟁이 필요하지만 한글로 세상의 언어를 모두 표기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고민은 값진 것이다....
정원수
⊙ 1959년 경북 예천 출생.
⊙ 대전고,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
⊙ 충남대 국문과 교수, 미국 UCLA 한국학센터 연구교수 역임. 現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 어문연구학회 학술상(1990), 한글선양 공로상(1997·대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