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무줄이다.
나는 가격이 엄청 싸다.
싸다못해 너무싸서 파마약 시킬때 재료상 아저씨들이 나를 덤으로 꽁짜로 줄 정도로 나는 값어치가 없다.
그래서인지 미용실 아그들이 나를 굉장히 업신여기는것같다.
내가 혹여 바닥에 떨어지면, 아그들은 지체없이 빗자루로 쓸어버린다.
인간들이 없이 살때는 그래도 나는 어느정도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행여 바닥에 떨어지면 원장이나 아그들이나,혹시 내가 버려질까봐 바로바로 줍곤 했었다.
그만큼 그 옛날 우리 고무줄들은, 쓸모없이 버려지는 일없이 , 우리의 생명인 탄성이 다되서 죽을때까지 쓸모있게 살다가 갔던것이다.그런데 요즘에는 아무리 우리들이 쌩쌩해도 한두개 아니,몇십개 버려지는것쯤은 신경도 안쓴다.
또 옛날에는 아그들이 우리를 좀 무시하긴 했어도 원장들이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을 보존하였기에 우리가 고무줄다운 대우를 계속해서 받을 수있었는데,요즘은 원장이나 아그들이나 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버려지는것을 지켜보고만 있는다.
아니 아예 지켜보지도 않고, 아예 버려지든지 말든지 관심자체가 없다.
그만큼 우리 고무줄의 인생은 의미가 없어져버린것이다.
옛날에 우리들은 낭만이 있었다.
아, 그 옛날의 추억이 떠오른다.한번은 초짜스텝이- 그때는 시다라고 했는데...-처음으로 뒤에서 파마보조를 하는데 아, 이노무 스텝이 파지, 롯드집어준다음 나를집어주는순서로 집어줘야하는데,파지 다음으로 롯드를 주지 않고 꼭 나를 집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장이 장난스럽게 그러는것이었다.
"고무줄로 파마말고, 롯드로 묶으란 말이냐?"
요즘에야 뭐 하도 우스갯소리가 많으니까 별로 우습지 않지만, 그땐 하도 우스워서,탄성(탄력)을 다 잃을정도로,서로 깔깔대고 웃곤 했었는데.."
또 요즘에는 머리묶을때 예쁜헤어밴드로만 묶지만 옛날에는 우리고무줄도 머리묶을때 굉장히 요긴하게 쓰였다.
간혹가다,장난기 많은 아그들이 손가락에 고무줄을 끼워서 고무줄 총싸움을 하기도 해서 괴롭기도 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한번 쓰이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현실을 보노라면 그나마,총싸움에라도 의미있게 살다간 그시절이 그립기만 할뿐이다.
마지막으로 어제 파지랑 고무장갑이랑 술마시며 나누었던 내용을 남기고 이만 글을 줄일까 한다.
고무줄:걱정이야, 어제 새로왔던 철수고무줄이 롯드한번 치지못하고, 바닥에 떨어지자 마자,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대,
나도 언제 버려질지 몰라,하루하루가 두려워.
파지:그래도 너희는 좀 낫다.저번에 새로온 순희파지는 어떻게 된줄알아,이마에 블리치약한번 닦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니까,세상에 파마한번 안말려보고 그 따가운 블리치약 묻힌 채 폐기처분 당했다는게 말이나된다고 생각해?
하고많은 화장지 많은데 왜 우리가 희생을 당해야 하느냐구?
고무장갑:야 너네 꼬리빗앞에서 후까시잡냐?
말도 마라야,왜 일주일전에 새로온 인표장갑말이야 또 박선생
엄지손톱에 찍혀서 작사했대.그것도 끼자마자 바로,박선생 도대체 왜 손톱 안깍는대?
나 진짜 장갑생활 못해먹겠다니까.그나마,나는 이선생 전용장갑이라서 아직 명맥을 잇고 있긴해도 요새 이선생 손톱도 솔찬히 길어서, 아슬아슬해,아그냥 미치겠다니까, 손톱에 긁힌데가 아직도 욱신욱신하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