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2월1일 다듬어진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사이트를 개설, 일반 국민을 참여시켜 함부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매주 하나씩 공모하여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외래어 ‘(헤어)트리트먼트(treatment)’의 다듬은 말로 ‘머릿결영양제’ 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손과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으면서 그날의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손과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는 데 이전에는 비누가 두루 쓰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것을 따로 구별하여 손과 얼굴을 씻을 때는 세숫비누 또는 화장비누를 쓰고, 머리를 감을 때에는 샴푸와 린스를 쓰게 되었습니다. 샴푸와 린스는 각각 머리(털)를 감는 비누와 머리(털)를 헹구는 비누이므로 ‘머리 비누’, ‘헹굼 비누’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머리를 손질하는 데 샴푸, 린스와 함께 ‘트리트먼트’, ‘헤어에센스’, ‘헤어팩’, ‘헤어로션’, ‘헤어크림’, ‘헤어오일’, ‘헤어스프레이’, ‘젤’, ‘무스’, ‘왁스’ 등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기능 및 효과에 따른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능 및 효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을 제대로 구분해서 쓰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는 용어 자체가 대부분 낯선 외국어로 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머리 손질에 쓰는 ‘트리트먼트(treatment)’는 ‘헤어트리트먼트(hair treatment)’의 준말입니다. 여기서 ‘헤어트리트먼트’는 본래 상한 모발을 정상의 상태로 회복하거나 모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하여 ‘머리(털)에 영양과 수분을 주는 머리 손질법’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머리(털)에 영양과 수분을 주는 데 쓰는 물질’을 가리킬 때에도 ‘트리트먼트’란 말을 널리 쓰고 있습니다. 이때에는 ‘트리트먼트제’의 의미로 ‘트리트먼트’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미용 업계에서는 ‘트리트먼트(treatment)’를 ‘치료’, ‘처리’, ‘처치’의 뜻으로 쓰고 있는데 머리(털), 두피, 얼굴(안면), 손톱 등이 ‘트리트먼트(treatment)’의 대상이 됩니다. ‘헤어트리트먼트’는 그런 ‘트리트먼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헤어)트리트먼트’는 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쓰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헤어에센스’와 ‘헤어팩’과도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헤어)트리트먼트’는 ‘헤어에센스’와 ‘헤어팩’에 비교할 때 머리(털)의 손상을 회복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래어는 분별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쓰기보다는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그리하여 지난 2006년 1월 12일부터 1월 17일까지 외래어 ‘트리트먼트’를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하였습니다. 모두 399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 가운데 ‘트리트먼트’가 손상된 머릿결을 치료하기 위한 물질이라는 것과 영양과 수분을 보충해 주는 물질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머릿결보호제’, ‘머릿결영양제’, ‘머릿결보듬이’, ‘머리건강제’, ‘영양비누’ 등 다섯을 투표 후보로 선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총 1,029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머릿결보호제’는 258명(25%), ‘머릿결영양제’는 464명(45%), ‘머릿결보듬이’는 216명(20%), ‘머리건강제’는 57명(5%), ‘영양비누’는 34명(3%)이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머릿결영양제’가 ‘트리트먼트(treatment)’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습니다. ‘트리트먼트’가 기본적으로 머리카락에 영양을 주는 물질이므로 ‘머릿결영양제’로 바꿔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부디 회원님께서도 ‘머릿결영양제’가 ‘트리트먼트’를 대신하는 우리말로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널리 써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