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업 토마스 사제 시복시성을 위한
12회 평신도 도보 베티성지 순례기
김진봉 바오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지리한 장마 끝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저의 교구에 주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바라다 본 하늘의 날씨는 청주교구 평신도협의회에서 추진하는 성지 순례를 축복해 주는 듯 하였습니다.
2010년 9월 25일 토요일. 청주교구 40개 본당에서 참여한 800명 천사들이 펼친 최양업 토마스 사제의 시복시성을 위한 제12회 평신도 도보 베티성지 순례는 맑은 날씨와 함께 하였다.
최양업신부님. 한국 천주교회의 첫 번째 신학생이요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신부님은 마카오에서 신학과 서구사상을 배운 한국최초의 유학생이시다. 1849년 상해 서가회 성당에서 마레스카 주교님에게 사제품을 받고 약 6개월 동안 요동지방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성직을 수행하셨다.
같은 해 12월 3일, 13년 동안의 이국생활 끝에 귀국하여, 1850년 초부터 1861년 6월 15일 선종하기까지 12년동안 “교우촌사도”로서 사제생활을 하셨다. 최양업신부님은 “착한 목자”요 “땀의 순교자”이시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순회하면서 목자없는 양처럼 방황하는 신자들을 찾아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과로로 선종한” 우리의 사제이시다.
1년에 7천리이상, 120여개 교우촌공동체를 사목방문한 신부님의 12개성상의 생애는 9만리 장성과 같은 훌륭한 족적으로 남아 이 시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렇듯 훌륭하신 최양업신부님께서 아직 시복시성을 받고 계시지 못하다.
교구 평협 임원들 32명은 아침 8시 10분에 교구청에 모여 준비물을 차에 싣고 백곡공소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전례부 차장의 선도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도착한 백곡공소. 교구 각처에서 모여드는 천사들을 스카프와 음료수를 제공하며 접수를 마쳤다.
10시 정각. 행사부장의 주모경에 이어 손병익 루가 지도신부님의 격려말씀과 정업택 교구평협회장의 인사말씀이 이어졌다. 순례행렬의 시작은 교구평협기의 선도에 이어 남부지구, 충주, 음성, 중부, 청원, 상당, 강서, 흥덕지구의 순으로 성지순례는 시작되었다.
두 줄로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이어지는 순례행렬. 눈을 돌리면 펼쳐지는 논과 밭의 풍경을 뒤로 하며 이어지는 성지순례길. 마치 9월 하순의 가을 소풍길을 연상하게 하였다. 11시 30분 산박골에 도착하여 손루가 지도신부님으로부터 비밀교우촌으로 형성되어 천주교 선교의 요람이 된 이 지역의 유래에 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12시 30분. 드디어 베티성지에 도착하여 땀을 닦으며 호흡을 고르는 사이에 질서있게 전개된 식사분배. 백곡공소에서 베티성지까지 8km를 걷고 난 후에 맞이한 점심식사는 참으로 꿀맛이었다. 식사 후의 커피한잔의 여유와 드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의 정다운 천사들과의 담소와 신앙에 관한 이야기들로 웃음꽃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조별 십자가의 길에서는 최양업신부님의 업적을 기리며, 시복시성을 염원하는 내용의 14처 순례가 이어졌다. 12처를 들어서면서 나타나시는 저쪽 산등성이의 성모님상. 십자가의 길을 걸어오는 신자들을 따스이 맞이하시는 5m 높이의 거대한 모습의 성모님이 계신다. 행사절차는 어느덧 십자가의 길 중 14처와 성모님상 사이에 위치한 야외제대와 야외광장에서의 파견미사로 이어졌다.
감곡 매괴성당에서 사목을 이끄시다가, 26일 전에 베티성지로 부임하신 김웅렬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께서 집전하신 미사는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베티성지의 영성을 정성으로 강론하시는 신부님의 말씀 속에서 가끔 찾아 왔던 베티성지의 소중함이 다시금 가슴을 적시게 하였다.
베티성지의 중요성은 다음 세 가지의 영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첫째 베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15개 비밀교우촌 마을의 영성, 둘째 최양업신부님의 정신이 깃든 영성, 셋째 무명순교자의 영성으로 가득한 베티성지의 교회사적 역사성에 대한 말씀이 강론의 중심을 이루고 계셨다.
베티성지를 천주교의 으뜸 성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하여 만명의 천사가 만원씩 자동이체를 하는 운동을 전개하여 베티성지의 기적을 이루는 마스터플랜을 실천하자는 말씀과, 베티성지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에는 두 팔을 벌려 모두를 사랑으로 맞이하시는 성모님과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씀도 이어졌다.
미사 후 이어진 정리정돈시간에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솔선하는 미덕으로 손쉽게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청주교구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갖게 된 평가회에서 정업택 히지노 회장께서는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하느님 너무나 힘들어요”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모두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평협 임원들의 얼굴 속에서 행사성공을 향한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손병익 루가 지도신부님께서도 교구의 평협 임원이 단결하고 하나로 뭉쳐 행사를 준비하며 실행하는 모습들에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과, 다른 지역 대교구의 평협에서도 볼 수없는 우리 교구의 단결된 모습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청주교구가 온 힘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이 조속히 성취되기를 기도하면서 40개 본당에서 참여한 800명의 천사들과 함께 한 성지순례의 여정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2010. 9. 26)
성모님께 드리는 노래 - 신상옥(글/곡)
첫댓글 도보로 배티성지 순례를 무사히 잘 다녀 오셨네요. 힘든 여정의 행렬은 어디에 비길수 없는 고통의 신비 였겠지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