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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39 -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 2
씬1. 블랙 화면
(자막 스크롤)
"이 드라마는 어둡고 왜곡된 성에 대한 관점을 생활 한 가운데에 있는 성으로, 생명과 사랑, 쾌락이 조화로운 성으로,
스스로 지키고 만들어 나가는 아름다운 성으로 바로 인식하고자 2부작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사랑, 성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바탕으로 한 다양하고 건강한 토론이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기를 제안합니다"
자막이 빠져나간 텅 빈 블랙 화면... 그 위로...
소진 : (E) 그는 영화를 좋아한다... 나도 영화가 좋아졌다... 그는 음악을 좋아한다... 나도 음악이 좋아졌다...
(화면 천천히 F.I)
씬2. 준형의 지하 연습실 (N)
준형이 속한 락그룹 버디의 지하 연습실. 현란한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져 있는 벽..한구석에 놓인 악기들..붉게 달아오른 스토브..
그 어디 적당한 곳, 찻잔 하나씩 들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소진과 준형. 이어폰 하나씩 나눠 끼고 음악 듣고 있는 중이다.
고개짓으로 박자 맞춰가며 음악에 빠져있는 소진... 그런 소진을 가만히 바라보는 준형...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준형을 돌아본다...
소진 : ...? (이어폰 한쪽 빼며) ...왜?
준형 : ...
소진 : 왜에?
준형 : 소진아...
소진 : ? (보는데서)
씬3. 준형의 연습실 입구 (N)
거칠게 문을 닫고 뛰쳐나오는 소진. 화난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가다가 문득 그 자리에 멈춰선다.
소진 : (E) 내가 그를 밀어내면 그는 화를 내며 내게 말한다.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아...
가만히 연습실 쪽을 돌아보는 소진...
씬4. 독서실(N)
우울한 표정 위로 멍하니 딴 생각에 빠져있는 소진.
공부 하다가 문득 그런 소진을 돌아보는 정연.
정연 : 왜 그래? 어디... 아퍼?
소진 : ... (말없이 책상에 엎드리는)
정연 : ... (대충 짐작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한숨 쉬는)
소진 : ... (우울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얼굴 위로) 그렇게 오랫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을 때...
어느날 부턴가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가 내게서 멀어지는 만큼 내 가슴이 더 아파온다는걸 알았다...
씬5. 준형의 연습실 앞(N)
무료하게 툭툭, 발장난 하고 있는 발. 소진이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툭... 발장난이 멎는다.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준형... 문득 소진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 했다가, 이내 무뚝뚝한 표정이 되어 다가온다.
준형 : ... (보지 않은 채 무뚝뚝하게) 다신 안 오겠다더니 여긴 어쩐 일이냐?
소진 : ... 그냥... 얼굴만 한 번 보구 가려구...
준형 : ... (본다)
소진 : (어색하니까 고개 숙이며 피식) 근데 어두워서 얼굴이 잘 안 보이네..?
준형 : ...
소진 : (고개 숙인 채로 다시 툭툭, 발장난 하는데)
어둠 속에서 찰칵, 라이터불이 켜진다.
소진 ?해서 고개 들어보면, 흔들리는 라이터 불빛 속에 준형이 있다.
준형 : 이제 보여...?
소진 : ... (보는)
불빛 속에 일렁이는 두 아이의 얼굴... 서서히 감정을 담아 서로를 바라본다...
어느 순간 라이터불 바람에 훅 꺼지면... 두 아이의 얼굴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데서...
타이틀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 2'
씬6. 학교외경(N)
씬7. 교무실(N)
책상 위에 '청소년 성교육 사례집' '청소년 담당 교사를 위한 성교육 훈련 교재' 따위의 책자와 자료들 올려놓고 공부 중인 정인.
재현 : (편한옷차림으로 들어서다) 어? 김선생님 토요일인데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정인 : ? (보고) 아 네... 자료 좀 볼게 있어서요. 조선생님두 아직 퇴근 안하셨네요?
재현 : 전 오늘 숙직이라서요. 근데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십니까?
정인 : 애들 성교육 시간에 쓸 자료 좀 정리하구 있었어요. 교감 선생님 한테 어렵게 허락 받은 시간인데 할려면 제대루 해야죠.
재현 :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대충 방향은 잡으셨어요?
정인 :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차이가 너무 커서 수위조절 하기가 좀 힘들겠는데요?
재현 : 그럼 억지루 수위 조절하느라 애쓰지 말구 차라리 남, 녀 분반 시켜서 교육시키지 그러세요.
정인 : 글쎄요. 그건 제가 잡은 방향에서 좀 빗나가는거 같은데요?
재현 : 김선생님이 잡은 방향이 뭔데요?
정인 : 신체적인 차이에서 부터 심리적인 차이까지, 남, 녀의 차별점을 함께 알아나가구
그걸 바탕으루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만드는거죠.
재현 : 예를 들면요?
정인 : 예를 들면, 남, 여학생이 사랑표현 방법에 대한 생각 부터가 다르거든요. 여자들은 감상적인 면이 큰 반면
남자들은 감각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차이 때문에 남학생 쪽이 강하게 요구하게 될 때
여학생들이 심리적으루 밀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재현 : 심리적으루 밀리는 이유가 뭘까요?
정인 : 계속 거부할 경우 자기의 사랑을 의심할까봐,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뭐 그런 이유 때문에 수동적이 되는 경우가 많대요.
재현 : 이를테면 그걸 최대의 사랑표현이라구 생각하는거네요.
정인 : 그렇죠. 뿐만이 아니예요. 안타까운건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도망쳐버린다는거예요.
재현 : 다 그런건 아니죠. 여학생들만 피해자라구 인식시키는 것두 좋은 방법 같진 않은데요?
어쨋든 두 사람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 아닙니까?
정인 : 순결이데올로기가 존재 하는 한은 여학생들 상처가 더 큰건 사실이죠.
심한 경우 자기를 비하시키거나 우울증에 빠져서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두 생기거든요...
씬8. 야외의 적당한 곳(N)
(1부 엔딩씬에서 이어지는)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소진, 그 뒤를 쫓오고 있는 정연.
정연 : 소진아. 우리 얘기 좀 해. 얘기 좀 하자구.
소진 : (걷는 채로) 내 얘긴 끝났어.
정연 : 너 제 정신 아니지 지금? (확 잡아 돌려세우며) 돌았지 너!
소진 : 상관마! 어떻게 되든 내 인생이야!
정연 : 어떻게 상관마! 기름통 들구 불 속으루 뛰어들겠다는데 상관마? 그 자식은 알어? 너 이렇게 된거 아냐구.
소진 : 뭐 좋은 일이라구 알려. 갤 만나서 뭐라구 그래? 책임지라 그래?
정연 : 책임질게 있으면 책임 져야지.
소진 : 뭘 책임지라구 할까? 책임지면 모든게 원래 대루 돌아가?
정연 : 정소진.
소진 : (터지며 비명처럼 버럭) 날 좀 내버려 둬 제발! 나두 미치겠어! 나두 미치겠단 말야!
정연 : ! (놀라서 보고)
소진 : 할 수만 있다면 시계를 꺼꾸루 돌려놓구 싶은 심정야.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자다가두 벌떡벌떡 일어난단 말야.
정연 : 그래서, 너 정말 낳겠다는거야? 낳으면, 낳으면 그 다음은 어떡할건데.
소진 : 몰라! 몰라! 나두 모르겠어! 나두 모르겠다구!
정연 : 정소진!
소진 : 병원 문턱 까지 갔다 돌아온게 벌써 세 번째야. 무섭구, 두려워서 하루에두 열두번은 더 맘이 왔다갔다 한단말야!
정연 : (침착을 되찾고) 가, 지금두 늦지않았어. 나랑 집에 갔다가 내일,
소진 : (울먹이듯) 이제 거의 사람이야. 심장 뛰는 소리 까지 다 들려. 근데 어떻게 죽여어어. 어떻게 죽이냐구우...
정연 : 소진아....
소진 : (이마 감싸쥐고 내려앉으며) 나 좀 내버려둬 제발..나두 미치겠어...너 까지 이러면..(울먹이며) 난 정말 미쳐버린단 말야..
소진, 무릎 사이에 얼굴 파묻고 울기 시작한다.
정연 보다가 이마 감싸쥐고 고개 돌려버린다. 가슴이 먹먹해서 미칠 것만 같다.
그런 두 아이의 모습에서... F.O
씬9. 가축병원 외경(D)
씬10. 가축병원(D)
동일, 막 사료 사들고 나가는 손님에게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벨.
동일 : (받으며) 네. (순간 표정 난처해지며) 어어... 강산이구나. 어어...저기, 난 안가. 별루 가구 싶지 않아...
아니, 그런게 아니구 난 아직 그러구 싶지가, (하다가) 무슨... 소리냐니?... 아니 난 니가 남자 만들기 어쩌구 하길래,...
그럼 그런 얘기가 아니었어?.... (순간 어이없는 표정 되며) 뭐어? 그런 거였어? 하하. 하하하하.
어, 아냐 아냐... 알았어 알았어. 용구랑 흥수는 내가 책임지구 데려갈게. 어. 어. 그래 이따 보자?
(수화기 내려놓고도 새어나오는 웃음, 머리 한 번 쓸어 넘기며 웃는)
씬11. 권투장(D)
한 손에 대걸레 들고 서있는 강산, 막 통화 끝낸 수화기 보며 픽 웃는,
강산 : 차식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딱 그 짝이네. (수화기 내려 놓는데)
신화 : (E) 뭐 눈엔 뭐가 보이는데?
강산 : ? (돌아보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는 거 보니까 배울만 한가보지?
신화 : 스승님이 워낙 잘 가르켜주시니까.
강산 : (바닥에 대걸레질 시작하며) 난 별루 가르쳐준게 없는데.
신화 : 상관없어. 난 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거든.
강산 : 뭐가 재구, 뭐가 잿밥인데?
신화 : 권투가 재구, 이강산이 잿밥이지?
강산 : 이를테면 내가 유신화의 연구대상이다 이 말이냐?
신화 : (픽 웃고는 옆에 있던 글러브 던지며) 시작해볼까?
강산 : (받으며 웃는)
씬12. 가축병원(D)
동일 강아지 밥 주고 있다가, 문소리에 어서오세요, 돌아보면 들어서는 흥수와 용구.
동일 : 왔어?
용구 : (가축병원 둘러보며) 하여간 도무우지 이해할수가 없다 난. 어디 할게 없어서 사내녀석이 개새끼 수발이나 들구 앉았냐 응?
동일 : (웃고)
흥수 : 근데 갑자기 왜 불렀냐 우린?
동일 : 어어 참. (손목 시계보고는 가운 벗으며) 늦겠다. 가자.
흥수 : 어딜?
동일 : 강산이랑 약속 했잖아.
흥수, 용구 : ! (보는)
동일 : 안가?
흥수 : 저, 저기 동일이 니가 이렇게 적극적으루 나오니까 좀 당황스러운데... 가려면 니 둘이나 가라. 난 그냥 허벅지 찔러가면서
그렇게 대충 견디면서 살랜다. 난 나중에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나타나면 그때 동정을 바치기루 맹세했거든 일기장에.
동일 : (웃음 참고) 용구 넌 갈꺼지?
용구 : 어? 어어... 그게, 아직 준비가...
동일 : 천하의 이용구가 웬일이야? 실망인데 이거.
용구 : 어어.. 그게. 야, 내가 맘에 준비는 다 됐는데, 목욕을 몇달 못갔잖냐. 건 바디랭귀지의 예의가 아니거던. 그럼 이만.
(흥수와 나가려는데)
동일 : (그제서야 웃으며) 권투 하는데 목욕은 왜 해?
흥수, 용구 : ? (나가다가 돌아보면)
동일 : 권투하는데 동정은 왜 바치냐구.
흥수 : 무슨... 소리야 그게?
동일 : (웃으며 나가는) 가자.
용구 : 어딜.
동일 : 미아리. 미아리에 있는 체육관. 강산이가 적어준 주소 갖구 있지?
흥수, 용구 : ! (보는데서)
씬13. 레스토랑 앞 (T.G.I 정도의/D)
가게 앞에 와서 멈추는 지민, 가게 쪽 한 번 올려다보고는 들어가려다가 웬일인지 다시 돌아서 나오더니,
지민 : (큼큼, 목소리 가다듬고는 연습해보는) 내가 보자고 한 이유는, 큼큼..(목소리 톤 바꿔서 강하게) 내가 널! 보자고 한 이유는,
너 한테 확인할게 하나 있어선데, (주머니에서 편지 착 꺼내며) 이 편지의 정체를, 정체? (고개 한 번 갸웃하고는,
다시 편지 집어넣다가 꺼내며) 이 편지의 출처를... 출처? (머리 긁으며) 아 미치겠네... 왜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르지?
약아빠진 녀석이라 웬만한 유도심문엔 모른다구 시침 딱 뗄 텐데...
태훈 : (E) 그 약아빠진 녀석이 혹시 나냐?
지민 : ! (돌아보면)
태훈 : (무표정으로 서있는 위로)
강산 : (E) 리비도!
씬14. 권투 체육관(D)
체육복 차림으로 나란히 서있는 벙찐 표정의 용구, 흥수, 동일.
용구 : 리, 리비도?
강산 : (세사람에게 권투 글러브 하나씩 턱턱, 안겨주며) 엘, 아이, 비, 아이, 디, 오. 즉, 성본능의 에너지는 말이다,
건강한 남자라면 당연히 샘 솟게 되있어. 문젠 그걸 어떻게 푸느냐에 달렸다 이 말인데, (고개 좌우로 흔들며 몸 푸는)
운동에너지로 발산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썰이 있더라구.
아이들 : (강산의 동작에 겁 먹는)
강산 : (흥수 어깨에 한 손 턱 올리며) 어때? 이 참에 땀과 피를 동시에 한 번 쏟아 보면서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보는거야. 좋지?
흥수 : 피, 피까지?
강산 : 싫으면 땀만 흘리게 조심 하던가. (씩 웃고)
흥수 : (힉! 겁 먹는데)
신화 : (안 쪽에서 세수 끝낸 얼굴로 수건 들고 나오다가) 어? 니들 언제 왔어?
세아이 : ! (서로 마주 봤다가 동시에) 그럼 유신화 너두?
신화 : ? (보는데서)
씬15. 레스토랑(D)
마주 앉아있는 지민과 태훈.
지민, 이어지는 침묵에 목이 타는지 물컵 들어 마시려는데 비어있다.
태훈 : (자기 물잔 지민 앞으로 밀어주며) 벌써 세잔 째야. 오늘 안에 얘기하긴 하는거냐?
지민 : ... (보다가 결심한 듯 편지 꺼내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는다)
태훈 : ... (본다)
지민 : 이 편지 알지 너.
태훈 : ...어.
지민 : 어떻게 알아?
태훈 : (무표정으로) 내가 너 한테 보낸 편지니까.
지민 : ! (너무 쉽게 대답하니까 오히려 벙찌고) 야, 한태훈... 나 참 기가 막혀서... 난 니가 도오저히 이해가 안된다.
아니,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걸, 이름두 안 밝히구 몰래 숨어서 준 이유가 뭐냐 도대체?
태훈 : 내 맘이야.
지민 : (기막히고) 그럼, 나한테 편지 보낸 이유가 뭐야?
태훈 : ...편지 읽어봤으면 알꺼 아니야.
지민 : 내가 힘들 때 위로가 되준 편지였어. 그런 이유였어?
태훈 : ...따루 대답할 필요 없지?
지민 : 넌 늘 친절을 이렇게 숨어서 베푸냐?
태훈 : 늘 그런건 아니야. 경우에 따라 따르지.
지민 : 이를테면?
태훈 : ... (대답 없이 본다)
지민 : 이를테면?
태훈 : 상대방이 날 별루 좋아하지 않거나 내 친절을 별루 달가워하는 사람이 아닐 때.
내 맘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을 때. 됐어?
지민 : ... ! (본다)
태훈 : ... (보고)
지민 : 너 호, 혹시...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호, 혹시... 나, 나 한테 관심있냐?
태훈 : (본다. 입가에 웃음기가 생긴다. 어느순간 웃는다)
지민 : (기분 나쁘다) 왜 웃어?
태훈 : (웃으며) 그게 정말 궁금해?
지민 : 궁금하니까 물었지.
태훈 : 들으면 후회할텐데.
지민 : 무슨 뜻이야.
태훈 : 어떤 대답이 나오든 니 단순한 머리가 복잡해질게 뻔할꺼 같아서 하는 말이야.
니 성격에 어떤 대답이 나오던지 부담스럽지 않겠어?
지민 : ...(맞는 말 같다)
태훈 : 원한다면 대답해 줄 수 있어. 대답할까?
지민 : ... (보고)
태훈 : ... (보는데서)
용구 : (E) 야아아아아아아-----!
씬16. 권투장 (D)
링 위에 완전 무장하고 서있는 용구. 마치 공수부대 처럼 와아아아-- 소리지르며 달려가다가
강산의 한방에 그대로 매트 위로 쿵 나가떨어진다.
이미 부어 터진 얼굴에 반창고 부치고 앉아서 그런 용구를 보며 깔깔 웃는 흥수와 동일.
용구 : (독이 오를 때로 올라서 벌떡 일어나더니) 죽여. 차라리 죽여. (와다다다 달려가며) 차라리 죽여어어어어어----!!!
(미친 듯이 달려가다가 다시 강산의 한방에 맥없이 쿵 나가 떨어진다)
세아이 : (깔깔깔 웃고)
용구 : (대자로 뻗은 채로) 어무니...! (서글프게 부르는데서)
씬17. 독서실(D)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정연. 연습장에 수학문제 풀다가, 볼펜으로 짝짝 그어버린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포기 하고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쥔다.
소진 : (E) 어짜피 이제 난 별 볼일 없는 인생이야...
씬18. 야외의 적당한 곳 (N)
(씬 8에서 이어지는)
소진 : (내려 앉은 채로 자조적으로 피식 웃으며) 돌아가? 어디루 돌아갈까?
깨진 그릇, 애써 조각 맞춰 붙인다구 새그릇 되는거 아니잖아. 난 다 깨졌어. 내 꿈두... 인생두... 다 깨졌다구...
씬19. 독서실 (D)
정연, 괴로운 듯 한숨 쉬며 두 손으로 얼굴 감싸쥐는데, 문득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벨이 불빛을 내며 진동벨을 울린다.
정연 : ... ? (보는데서)
씬20. 찻집 (D)
화면 시작되면 난처한 표정의 정연... 잠시 고민스러운 표정이 됐다가 슬쩍 건너편을 바라보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소진모, 간절한 표정으로 정연을 바라보고 있다.
정연 : ... (잠시 갈등하다가 시선 피하며) 저.. 저두 소진이가 어딨는지... 몰라요.
소진모 : (애가 닳아서) 정연아, 그러지 말구 아는대루 얘기해줘.
정연 : 진짜예요. 어딨는지 몰라요... 저두 지금 알아보구 있는 중이예요. 연락 오는대루 알려드릴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소진모 : ... (보다가 포기하고) 건강은... 하니?
정연 : ? (본다)
소진모 : 어디 있는지는 안 물어볼게. (울컥해서) 건강은... 해?
정연 : .... (본다)
소진모 : ... (보고 있다)
정연 : ... (더는 속일 수가 없어 고개 숙이며) 네...
소진모 : (고개 돌려서 몰래 눈가 찍어내며) 언제라구 그러디?
정연 : ...? 뭐가...요?
소진모 : 아이말야... 언제가 예정일이라든?
정연 : ! (본다) 아줌마...
소진모 : 귀신은 속여두... 에미는 못 속이는 법이다. 소진이 아이 갖은거... 맞지?
정연 : ... (먹먹해져서 외면하고) ...
소진모 : 낳겠대?
정연 : ...
소진모 : (울먹이며) 낳을거래?
정연 : 아직... 모르겠대요...
소진모 : (가슴 미어지며) 멍청한 기집애. 아직까지 모르면 어떡하겠다는거야? 야무진 척은 혼자 다 하더니..어이구 멍청한 기집애..
정연 : (안타까워서) 아줌마아...
소진모 : (준비해온 작은 가방 내주며) 이거 좀 갖다 소진이 줄래?
정연 : 이게... 뭔데요?
소진모 : 지 아버지 알면 죽을까봐 맨몸으루 뛰쳐나갔어. 속옷이랑 겉옷 몇 개 챙겨넣다.
정연 : ... (뭉클해져서 보고)
소진모 : 개가 맘이 여려서 벌레 한 마리 지 손으루 못 죽이는 애야. 그 멍청한게 기어이 낳겠다구 할꺼다...
정연이 니가 가끔 들여다봐 줄래?
정연 : ... (고개 숙이고)
소진모 : 가서, 낳던 안 낳던 몸 조리 잘 해야 된다구 전해. 몸 잘못 추스리면 나중에 크게 고생한다구...응?
찬바람 쐬지 말구, 감기는 절대 조심하라 그러구... (울먹여지며) 밥 꼬박 꼬박 챙겨먹구....
(기어이 눈물 터지는) 아유우우... 나쁜 기집애.. 아유우우... 멍청한 기집애..
정연 : 아줌마아...(안타깝게 보는데서)
씬21. 성당안 (N)
텅 빈 성당 안... 미사포 쓰고 앉아 중얼중얼 기도 하고 있는 소진...
조용히 문 열리고 소진모가 준 가방 들고 들어서는 정연.... 다가서려다 말고 그 자리에 멈칫 선다...
기도하고 있는 소진의 어깨가 갸늘게 흔들리고 있다... 어느순간 의자에 이마 대고는 괴롭게 흐느끼는 소진...
아랫입술 질끈 씹으며 고개 돌려 버리는 정연....
씬22. 정인의 집 근처 야외 (N)
정인, 눈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뛰어오고 있다. 저만치 고개 숙인 자세로 혼자 벤취에 앉아있는 정연.
정인 : (다가와서) 정연아...
정연 : ... (고개 숙인 채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친구가 되주겠다구 하셨죠....저 지금... 많이 힘들구...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정인 : ... (보고)
정연 : (그제서야 붉어진 눈으로 돌아보며) 선생님이 좀... 도와주세요...
정인 : ... (안타깝게 보는데서)
씬23. 정인 오피스텔안(N)
스토브 앞에 찻잔을 쥐고 앉아있는 정연과 정인.
정연 : ... 어떤게 옳은걸까요?
정인 : ... (본다)
정연 : 아이를 낳으면 소진이가 망가지구, 지우면 아이가 죽어요. 처음으루 돌아갈 수두 없어요. 어떤게 최선일까요...?
정인 : ... (보다가) 자꾸 아무 일두 없었을 때를 돌아보는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
지금 상황을 인정하구 받아들여야 해. 거기 부터가 시작이야.
정연 : ... (본다)
정인 : 우린 말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어있어. 소진인 그중 하나를 잘못 선택했을 뿐이야.
이제 또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려구 노력하는 중이구 말야.
정연 : ...
정인 : 선생님은 그래두 참 다행이라구 생각해. 니들이 이 문젤 쉽게 넘기지 않구,
치열하게 고민하구 아파해줘서. 모든 고통은 말야, 새로운 희망을 낳는 진통 같은거거든.
정연 : ... (한숨처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
정인 :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옆에서 기다려주구, 같이 고민해주자. 소진이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말야.
정연 : ... (가슴이 먹먹해져 오고)
정인 : ... (안타까운 미소로 보는데서)
씬24. 학교외경(D)
정인 : (E) 이번주에 있을 성교육 계획안이에요.
씬25. 교무실(D)
정인 : (교사들에게 기획안 하나씩 나눠주며) 읽어보시구 부족한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일평 : (보며) 이야, 부지런하시네. 이걸 벌써 다 만드셨어?
복만 : 김선생님이 남 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 분야 아닙니까? 참 보기랑은 다른 분이시라니까요. 하하핫!
정인 : (보면)
복만 : (얼른 기획안 넘겨보며) 야야... 참 알차게 잘 짜셨네에.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우리 김선생님은 배울 점이 참 많으신 분이시라니까요.
정인 : (웃는데)
명교감 : (잔뜩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정인 : (계획안 내밀며) 교감 선생님, 이번주에 있을 성교육 계획안,
명교감 : 이번주 성교육 취솝니다.
정인 : (벙쪄서) 네?
명교감 : 도대체 선생님들은 학생들 일에 신경을 쓰시는겁니까, 안쓰시는겁니까?
교사들 : (불똥이 왜 이리로 튀나 벙쪄서 보고)
명교감 : 임신한 여학생 얘기가 벌써 전교에 쫘악 퍼져서,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되구 있는데, 선생님들 그거 알고나 계셨어요?
교사들 : ! (보고)
명교감 : 그날 시사프로그램 나온 학생 중에 두명이 우리 학교 학생입니다. 두명이!
아니, 내가 학부모 항의전화 받구 그 사실을 알아야겠습니까?
교사들 : ...
명교감 : 21세기 사립명문으로 자리매김할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앞으루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저지른 학생들은
중징계를 내리라는 지십니다. 명심하시구 학생들 단속에 신경들 쓰세요.
정인 : ... (보는데서)
씬26. 2학년 5반 교실 (D)
삼삼오오 모여서 웅성이고 있는 아이들.
뒷문으로 들어서는 정연, 술렁이고 있는 교실 분위기 느끼며 자리로 가는데,
애라, 지민, 유미 떠들고 있다가 들어오는 정연보며,
유미 : 정연아. 너 그거 알았어?
정연 : 뭘?
유미 : 니 친구 있잖아. 2학년 1반 소진이.
정연 : (순간 멈칫하는) 소진이가 왜에?
유미 : 임신했대.
정연 : ! (순간 교실 한 번 둘러보는데서)
씬27. 교무실 (D)
명교감 : 아니, 김선생 다 끝난 얘기 갖구 왜 자꾸 이러십니까?
정인 : 이번 교육은 이미 학생들에게 공지두 됐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 예정대루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명교감 : 뭐가 꼭 필요한 내용입니까? 피임 방법 가르키는게 필요한 내용입니까? 이번엔 실수했으니 다음엔 실수하지 말아라,
그렇게 가르킵니까?
정인 : (단호하고 야무지게) 아니요. 순결과 사랑은 선택이며, 선택은 책임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구 가르치겠습니다.
명교감 : 김선생.
정인 : 이미 원치 않은 임신이나 출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너희는 인생의 패배자가 아니라구 가르치겠습니다.
명교감 : 이봐요, 김정인 선생!
정인 : 낙태를 가볍게 여기는 학생이 있다면, 성의 밑바탕에는 생명이 깔려 있다는 있다는 사실과
낙태는 피임방법이 아니라 아픔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겠습니다.
명교감 : ...김선생 지금 반항하는 겁니까?
정인 : 교감선생님, 지금 그 학생... 그 일루 인해 충분히 많이 아파 하구 고통받구 있습니다.
중징계로 다그치기 이전에 남은 젊음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봐줘야 한다구 생각합니다.
명교감 : ... (보고)
정인 : 아이들이 똑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미리 고민하구 배울수 있도록, 이번 교육 허락해주세요...
지금 내용이 맘에 안드신다면 다시 짜오겠습니다.
명교감 : 나 이거야 참... (한숨 쉬는데서)
씬28. 2학년 5반 교실 (D)
쉬는 시간. 희진, 잡지책 넘겨 보고 있고, 아영 거울 보며 눈썹정리하고 있다.
아영 : 복대루 꽁꽁 싸매구 다녔대. 체육시간에 매트 구르기두 했대. 엄청난 애 아니냐?
희진 : (심드렁하게) 엄청난게 아니라 미친거지.
아영 : 복대루 감춰지는거 보니까 배가 많이 안불렀단 얘긴데... (눈 반짝이며) 그럼 딸이다 딸! 태몽은 뭐 꿨을까아?
희진 : (한심해서) 지금 아들이냐 딸이냐가 문제냐?
아영 : (눈썹 손질하며 건성으로) 그럼 뭐가 문젠데?
희진 : 낳긴 왜 나아? 생긴거 알았을 때 당장 없애야지. 제 정신이야 그게?
아영 : 불쌍하잖냐.
희진 : 그러니까 없애야지. 낳아봤자 지 인생두 쫑치구, 애 인생두 쫑치는건데.
태어나 봤자 외국으루 입양되거나 고아 밖에 더 되겠냐?
아영 : 지울 돈이 없었나부지이.
희진 : 돈이 없으면 꺼꾸루 매달아놓구 쥐어패서라두 없앴어야지.
아영 : 야아. 끔찍하게.
희진 : 내 얘기가 아니라, 6반에 영숙이년 친구가 그렇게 없앴대잖아 돈 없어서.
아영 : (기막혀서 보며) 지구 종말이 멀지 않았나보다 확실히. 인간 말세들이 판치는거 보니까.
희진 : 지구 걱정하기 전에 니 눈썹이나 걱정해. 그게 뭐냐 문딩이 같이.
아영 : 엄마! 진짜야? (울상으로 거울 보는데서)
형주 : (E) 인생에 대한 계획들이 없어서 그래.
씬29. 상담실(D)
심화반 수학문제 프린트 앞에 놓고 앉아있는 태훈, 형주, 연진, 정연.
형주 : 앞으루 자기 인생을 생각한다면, 그런 일 함부루 만들 수 있겠어? 만일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면, 혀 깨물구 죽어 난.
정연 : ...(문제 풀다가 멈추고 본다)
연진 : 사람이 이성으루만 살 수 있다면 실수라는 단어가 왜 생겼냐?
형주 : 이성은 실수를 최소화 시키는데 쓰라구 신이 준 선물이야. 원숭이가 아닌 다음에야 그걸 왜 안 써먹냐? 바보같이.
연진 : 사랑을 하다 보면 잠깐 머리에 핀이 나가는 경우두 생기구,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두 입게 되구 그러는거지,
그게 또 무슨 죽을 죄라구 혀를 깨물구 죽냐?
형주 : (피식 웃으며) 연진이 넌 보기보다 개방적이다?
연진 : 개방적인게 아니라, 너 처럼 완벽을 안 떨 뿐이지.
형주 : (피식 웃으며) 암튼 요즘 같은 세상엔 여자친구두 흠집 있나 없나 잘 보구 골라야된다니까?
정연 : ... (굳어서 보고)
태훈 : ... (그런 정연 보고)
형주 : 그런 애가 나중에 나한테 걸릴지 어떻게 알어? 깜찍하게 속이구 청순 떨면서 사는 애들 많다드라구.
연진 : 김형주 너말이 좀 심한거 아니야?
태훈 : 이제 그만 하구 문제 좀 풀자 문제 좀.
연진 : (O.L) 그럼 남자들은? 남자들은 상처 안남구 티 안나니까 괜찮다는거야?
완전 한강에 배 지나간다구 흔적 남는거 봤냐? 이거 아냐 지금!
태훈 : 그만 하자니까아.
형주 : 물론 남자들두 조심해야지. 왜 여자랑 껌은 버릴 때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 있잖아.
잘못 버리면 붙잡구 늘어져서 까딱하면 인생 망치는 수가 있거든.
정연 : (더는 못 참고) 김형주.
형주 : 왜?
정연 : 듣다 보니까 너 상당히 웃기는 애다. 뭐? 흠집이 있나 없나 잘 보구 골라?
그럼 니 인격에 생긴 흠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형주 : 뭐?
정연 : 뭐? 그런 애가 너한테 걸릴까봐 겁나? 여자랑 껌은 버릴 때 조심해야 돼? (일어서며) 그런 일이 있어서두 안되겠지만,
만일 나 한테 너 같은 애가 걸리면, (강조) 혀 깨물구 죽어 난. (책 챙겨서 나가버리는)
형주 : 나 참 기가 막혀서. 재 요즘 나한테 왜 저러는 거냐 도대체?
연진 : 정말 그걸 몰라서 묻냐? (기막혀 보는데서)
씬30. 상담실 앞 복도 (D)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정연.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복도 반쯤 까지 와서는 우뚝 멈춰선다.
화를 삭이듯 아랫입술 잘근 씹는 정연... 뭔가 생각해보는 눈빛이 되는데서.
씬31. 교정 일각 (D)
눈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껄렁하게 걸어오고 있는 세진.
저만치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채 기다리고 서있는 정연을 보고는, 성가신 표정이 된다.
세진 : (다가오며) 무슨 일이야 또.
정연 : ? (보고) 부탁이 있어.
세진 : 내가 아는건 다 말해줬어.
정연 : (상관 않고) 소진이 남자 친구 좀 만나게 해줘.
세진 : ... (보다가 기막혀서 피식 웃으며) 너 참 집요한 구석이 있다?
정연 : 넌 알꺼 아니야. 아니, 몰라두 알아봐 줘.
세진 : 내가 흥신소 직원이냐?
정연 : 중요한 일이야.
세진 : 구차하게 갠 또 왜 만나려는 건데?
정연 : 구차한게 아니라 당연한거야. 소진이... 지금 많이 힘들어 하구 있어.
세진 : 근데?
정연 : 왜 소진이 혼자 힘들어야 돼? 소진이 혼자의 잘못두 아니구, 이건 같이 책임져야 할 일이잖아.
세진 : 뭘 책임져야 되는데? (피식 웃으며) 미혼모 되는데 개 허락 따내야 되냐?
정연 : 그런 식으루 말하지마. 미혼모가 있으면 미혼부두 있는 법이야. 같이 책임져야 돼.
그게 두 사람 인생에 대한 예의구,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의무야.
세진 : ... (보다가 성가신 한숨 쉬며 머리 넘기는데서)
씬32. 교무실 (D)
교사들 퇴근 준비 중이고, 정인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자료 봐가며 계획안 만들고 있다.
유란 : 김선생 퇴근 안해?
정인 : (자판 치는 채로) 내일 까지 계획안 다시 올리기루 했거든요. 시작한 김에 끝내 놓구 가려구요.
복만 : 대단하십니다 진짜.
광도 : 살살 하세요 살살. 젊은 선생이 너무 그러면 노인네 자존심 때문에라두 고집 꺾지 않을껄요?
정인 : (웃으며) 제 고집두 만만치 않아요. (하다가 돌아보며) 이번 계획안은 진보와 보수를 황금비율루 섞어서 정말 괜찮거든요?
그러니까 내일 회의 시간에 선생님들이 좀,
재현 : 지원사격을 해달라, 이 말씀이시죠?
정인 : (끄덕이고) 해주실꺼죠?
교사들 : (졌다 싶어서 웃는)
씬33. 준형의 연습실 앞(D)
세진, 벽에 기댄채 기다리고 서있다. 기다린지가 꽤 된 듯 지루한 표정으로 연습실 쪽을 돌아본다.
세진 : 무슨 얘기가 이렇게 길어... (하고는 슬쩍 연습실문 열어보는)
씬34. 준형의 연습실(D)
슬쩍 안을 살펴보는 세진. 안으로 들어서고...
고개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준형. 그런 준형을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정연.
정연 : ... (보며) 무슨 할 말 같은거... 없어요? 무슨 말이라두 해야 되는거잖아요 이럴 때.
준형 : ... (결심한 듯 고개 들고) 우리 서루 동갑인데 말 놔두 되겠지.
정연 : ... (보다가) 지금 그게 중요한건 아닌거 같은데.
준형 : 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오늘 첨 알았어.
정연 : 그런데?
준형 : 솔직히 이미 결정까지 다 내린 다음에 이제 와서 뭘 책임지라는건지 모르겠어. 나 한테 뭘 어쩌라는거야.
설마 소진이랑 나, 학교 때려 치우구, 살림차리는 얘기야 지금?
정연 : ... (보고 있고)
준형 : 우린 아직 미성년자야. 그런 일 책임지기에는 좀 벅찬 나이라구.
정연 : 그걸 이제 알았어?
준형 : (본다)
정연 :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그런 실수는 왜 했는데. 책임 질 용기두 없으면서! 이렇게 발 뺄꺼면서.
준형 : (보고)
정연 : 일단 가서 만나. 만나서 같이 아파하구, 같이 고민해주구, 그리구 두 사람이 같이 만든 일, 함께 책임져.
준형 : 소진이랑 난, 예전에 이미 끝났어. 그리구, 말 그대루 나 혼자 한 일두 아니구,
따지구 보면 이런 일, 조심하지 않은 소진이 책임이 더 클 수두 있어. 일은 다 진행시켜놓구 이제 와서 뭘 어쩌라는거야.
정연 : (좀 올라서) 그걸 말이라구 하는거야 지금?
준형 : 솔직히 우습잖아. 본인두 아니구 제 삼자가 와서 이러는 저의가 뭐야? 난 소진이 못본지가 두달이 넘어.
내 애라는 증거라두 있어!
정연 : ! (순간 저도 모르게 준형의 뺨 치고)
준형 : 이게 진짜! (기가막혀 손 올라가는데)
세진 : (얼른 정연 앞을 가로 막아 서며) 치기만 해. 내 손에 반쯤 죽을테니까.
준형 : 어휴 진짜... (머리 벅 긁고)
정연 : 두 사람 이미 끝났어? 그래서 책임이 없다는거야 지금? 이 일은 두 사람 끝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야.
그땐 좋아한다구 했다면서. 사랑한다구 했다면서!
준형 : 니가 무슨 상관이냐구 글쎄!
정연 : (O.L) 뭘 책임져야 할지 몰라서 못 만나? 뭘 책임져야 할 지 같이 고민하는 것 부터가 책임지는거야.
가서 소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는거 부터가 책임지는거라구!
준형 : (보고)
정연 : 지금 당장 소진이 한테 가... 가서! 얼마나 힘들어 하구 있는지... 눈으로 직접 보란 말이야...
준형 : ... (보다가 깝깝한 한숨 푸욱 내쉬는데서)
씬35. 소진의 방 (N)
허름한 동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벌집들. 그 중 한 곳에 문을 열고 나오는 소진... 추운 듯 옷 여미며 가는데,
정연 : (E) 소진아...
소진 : ? (보고 한숨 쉬며 걱정스럽게) 오지 말라니까 왜 자꾸, (하는데 정연의 뒤로 나타나는 준형. 순간 싸늘하게 굳는) ...
준형 : ... (얼굴 찌푸리며 외면하고)
정연 : ... (두 사람 살피고) 나는 그만 가볼게...
두 사람 걱정스럽게 한 번 살피고는 뒤돌아가는 정연...
어색하게 남겨져 각각 다른 곳에 시선 둔 채 아무 말이 없는 두 아이...
준형 : ... 자, 잘 있었냐?
소진 : ... (보지 않은 채 끄덕이고)
준형 : ... 바보 같이... (퉁)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소진 : (순간 보고)
준형 : ... (그 시선 받아내지 못하고 피하며) 나, 나 원망하지마... 니가 끝까지 싫다구 했으면 안 했어...
소진 : ... (그런 준형을 보고있는데 피식 웃음이 난다)
준형 : ... ? (보면)
소진 : ... (한심하게 웃다가, 어느순간 표정 일그러지며 울먹여지고)
준형 : ... (그런 소진 보며 괴롭고, 심난하고, 깝깝한 한숨 쉬는데서)
씬36. 거리 (N)
걸어오고 있는 세진과 정연. 어느 순간 정연을 돌아보고는 피식 웃는 세진.
정연 : ...왜 웃어?
세진 : 언젠가 어디서 그런 얘길 들었거든. 김정연은 모든 남자를 적으루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오늘 내가 그걸 두 눈으로 확인한 거 같아서.
정연 : ...아까 일부러 더 그랬던거야.
세진 : ? (본다)
정연 : 지금 소진이 만나지 않으면 개 평생 소진이 피해다니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구 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살지두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더 그랬어.
세진 : ...
정연 : (문득 피식 웃으며) 개... 겁 먹은 표정이드라. 결국은 개두 그냥 열덟살짜리 남자애 일 뿐이드라구...
가끔은 실수하구, 가끔은 무책임해지는, 두 살 모자란 성인...
세진 : ... (보고)
정연 : ... (우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걷는데서)
(F.O)
씬37. 학교외경(D)
씬38. 교무실
회의시간. 명교감 정인의 계획안 꼼꼼이 확인해보고 있는 중이다.
교사들 : (괜히 명교감 눈치 살피는데)
명교감 : (계획안 보며) 이거, 몰라도 되는거 까지 미리 알려주는거 아닙니까?
복만 : (얼른 지원 사격 나서며) 그렇지두 않아요. 요즘은 인터넷이나 불법 매체들이 하두 발달해서 애들도 알 건 다 아는데요 뭘.
아 직접 카메라 들구 찍는 세상이잖아요.
명교감 : 아무리 그래두 너무 진보적으루 앞서면 오히려 폐단이 생길수두 있는 거잖아요. 한참 민감한 시긴데 남, 녀 합반으루
강의를 진행하면 무리가 따르지 않겠어요? 괜히 자극 받아서 공부하는 애들 혼란스럽게 만들 수두 있잖습니까.
유란 : 성교육두 인간교육이라구 하잖아요. 애들을 문제덩어리로 보느냐, 변화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느냐는 중요한 문제죠.
교사의 소신이 흔들리면서 어떻게 교육 효과를 기대하겠어요.
명교감 : (안경 너머로 보며) 점잖으시던 윤선생님두 많이 개혁되셨습니다.
유란 : 아, 아니... (계획안 가리키며) 여기 그렇게 써있네요.
일평 : (슬쩍 명교감 살피며) 하긴 요즘 초등학생들두 알건 다 알드라구. 우리 친척중에두 말야, 초등학교 일학년 짜리 녀석이
한명이 있는데, 이 녀석이 어느날 불쑥 지 엄마 한테, 난 어떻게 태어났냐구 묻더래.
복만 : 그래서요?
일평 : 아, 그래서 배추밭에서 줏어왔다, 얼버무렸더니, 요로구 눈을 뜨면서 그럼 지 동생은 어떻게 태어났냐 묻더래.
아, 그래서 이번엔 새가 물어다 줬다 그랬대지? 아, 그랬더니, 이 녀석 하는 말이 걸작이라는거 아니야.
복만 : 뭐라 그랬는데요?
일평 : 그럼 우리 집은 제대루 태어난 인간이 하나두 없어? 그러더래나?
교사들 : (오바하며 하하하! 웃고)
광도 : (웃으며 강조) 나 참, 애들 한테 무시 안 당하려면 교육은 우리가 먼저 받아야 겠구만 이거. 하하!
복만 : 그러니까 성교육, 오늘은 빠르고 내일은 늦으리가 아니라, 지금이 가장 적당하리, 요렇게 바뀌어야 된다니까요. 하하하!
명교감 : (대충 눈치채고) 아주 오늘은 선생님들 끼리 의기투합이 잘 되십니다?
교사들 : (괜히 찔끔해서 각자 계획안 넘겨보고)
명교감 : (계획안 보는 척 피식 웃고)
정인 : (그런 명교감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가 환해지는)
씬39. 도서관(D)
서가 쪽에서 책 고르고 있는 진. 책 고르는 일은 건성이고 시선은 저만치 창가자리 쪽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 곳에 네댓권의 책 펼쳐놓고 읽고 있는 정연... '임신과 출산' '산후조리법' 등 전부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들이다.
정연, 읽고 있던 책의 다음 장 넘기는데 문득 그 손끝이 멈칫 한다. '낙태'에 관한 내용이다...
표정 어두워지는 정연... 한숨 한 번 내쉬고는 책 덮는데, 문득 느껴지는 시선. ?해서 돌아보면,
서가 쪽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진, 얼른 책으로 얼굴가리며 돌아선다.
정연, 표정 굳어져서 책 챙겨들고 일어선다. 진, 가만히 책 내리고 보면, 비어있는 정연의 자리...
진, 시무룩해져서 돌아서는데, 그 앞에 서있는 정연.
진 : (힉,놀라서) 어... 정연... 여기 웬일이야? 채, 책 빌리려구?
정연 : ... (말없이 보는데서)
씬40. 교실 복도 (D)
걸어오고 있는 지민, 애라, 유미.
유미 : 요즘 수업 시간 외에는 정연이 얼굴 보기 너무 힘들지 않냐?
애라 : 그러게. 갠 무슨 업무가 그렇게 바쁘대냐 요즘?
지민 : 친구 땜에 심난한가 부드라. 어릴 때 부터 한동네서 친자매처럼 자랐대잖아. 그런 친구가 그렇게 됐으니.. 많이 속상하겠지.
애라 :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자기가 임신한 것두 아니면서, 왜 그렇게 인상을 팍 쓰구 다니는건데?
남자들 한테는 거의 살기를 띠구 덤비잖어.
유미 : 맞아. 그 중에서두 특히 김형주, 요즘 떠오르는 김정연 밥이잖어. (웃고)
애라 : 저번에 봤지? 순결문제 갖구 싸울 때. 눈에 살기를 띠다 못해 완전 레이져 광선이 나가드라니까.
유미랑 지민 깔깔 웃는데, 문득 웃으며 고개 돌리다가 그대로 멈칫 굳는 지민.
애라, 유미 ? 해서 지민의 시선 끝 따라가 보면, 복도 끝. 형주와 이야기 나누며 걸어오고 있는 태훈.
태훈 시선 느끼고 ?보면, 어색하게 시선 둘 곳 찾는 지민.
태훈 : ... (그런 지민 보며 피식 웃고)
지민 : ... (고개 팍 숙이고 지나가는데)
태훈 : (지나가며) 머릿속이 정리되는대루 물어봐. 대답해줄께.
지민 : ! (순간 얼른 애라, 유미 잡아 끌며 빠르게 태훈 옆을 스쳐 지나가고)
태훈 : (웃고)
형주 : ? (보는 위로)
지민 : (E) 아아아!! 내가 왜 이러지?
씬41. 영화반 (D)
지민 머리 쥐어 뜯으며 괴로워하고 있고, 애라, 유미 벙찐 표정으로 그런 지민을 보고 있다.
지민 : 내 스타일 아닌데? 진짜 진짜 내 스타일 아닌데에?
애라 : 무슨 소리야 도대체?
지민 : (불쑥 한 손 들더니) 질문.
애라 : 뭔데?
지민 :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닌 사람인데 말이야, 진짜 진짜 별룬데 말야,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구, 이상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는 거냐?
유미 : 어떤 증상이 생기는데?
지민 : 머리 속은 끊임없이 아니다, 아니다, 명령을 내보는데 심장이 자기 혼자 오두방정을 떨어. 쿵...쿵...쿵... 이렇게.
유미 : 심장이 고장났나 부다.
지민 : 그치? 그런거 같지?
애라 : (손가락 하나 들고 좌우로 흔들며) 난 아니라고 봐.
지민 : 아니면?
애라 : 그 사람 한테 관심이나 맘이 생겼다는거지.
지민 : 말도 안돼! 싫다니까! 내 스타일이 아니라니까!
애라 : 큐피트의 화살이 잘못 맞은거지 그러니까. 그런걸 운명이라고 하는거다. 원래 사랑이란게 그런거야.
어느날 뒷통수를 강타 당하는 것 처럼 느닷없이 찾아오는거거든. 전혀 어울릴꺼 같지 않은 사람두
큐피트의 화살을 맞으면 어쩔 수 없다니까.
유미 : 그렇지. (깐에는 쉽게 설명한다고) 쉬운 예로, 전혀 안 어울릴꺼 같은 정애라랑 이용구두 운명의 화살을 맞으면
어쩔 수 없는 한쌍이 된다는 얘기지.
애라 : (버럭) 야! 배유미! 그런 농담은 부모 자식 간에두 하는게 아니야!
유미 : (진지하게) 왜에?
애라 : 아휴 미쳐 내가 미쳐!
지민 : ... (고민스러워지는 데서)
씬42. 교정일각(D)
신화, 동일, 흥수 장난치며 영화반으로 향하는 길인데,
정연 : (E) 글쎄 난 그런 장난 같은 감정이 싫다니까!
흥수, 문득 저만치 서있는 정연과 진이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신화와 동일 잡아 끌어 기둥 뒤로 숨는다.
정연 : (다시 차근차근 설명해주듯) 너 나 안지 얼마나 됐어.
진 : 전학 온 날 첨 봤으니까... 두달 쯤?
정연 : 그래서? 나 한테 관심 갖은게 언젠데.
진 : ... 전학 온 첫날.
정연 : 니가 나에 대해 뭘 알아서?
진 : 별루 중요하지 않지. 필(feel)이 중요한거지.
정연 : (O.L) 필이라던지, 운명이라던지 그런거 난 안 믿어. 그런 장난 같은 감정 때문에 신경 거슬리는게 싫다구 난.
진 : ... (본다)
정연 : 오랜 시간을 통해 차차 그 사람에 대해 알아나가는거, 그러면서 몰랐던 장점두 알게되구, 매력두 발견하게 되는거..
난 그렇게 시간을 두구 차차 숙성되는 감정이 진짜 감정이라구 봐.
진 :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정연 : 빨리 알아들어 줘서 고마워. (돌아서는데)
진 : 지금부터 서루 알아나가면 되는거지?
정연 : (멈추고 본다)
진 : (맑게 웃으며) 근데 정연은 나에 대해 알려구 하지두 않잖아. 그러면서 어떻게 서로에 대해 알아나가지?
그렇게 마음을 닫구 있으면 정연의 맘 속엔 아무두 못 들어가잖아. 안그래?
정연 : ... (보다가) 얘기 끝났으면... 가두 되지? (돌아서고)
진 : (시무룩해져서 보는데)
정연 : (저만치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있는 흥수와 남자들 발견하고 멈칫 서는데서)
신화 : (E) 진이 말이 맞아.
씬43. 영화반 (D)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남자들(오빠들 처럼 자상하게) 정연이에게 충고하고 있는 중이다.
신화 : 정연이 너 요즘 들어 필요 이상으루 남자 애들 한테 날이 서 있는거 같아. 뭣 때문에 그러는진 대충 알겠는데,
우릴 모두 싸잡아서 동물 취급하는거, (웃으며) 기분 별룬데?
정연 : ...
흥수 : 그래에... 솔직히 진이가 널 해꼬지 한것두 아니구, 스토커 처럼 귀찮게 따라붙은 것두 아닌데 좀 심한거 아니야?
그 녀석 순수한 맘이 상처받았을까봐 걱정된다 야.
유미 : 진이가 왜에? 무슨 일 있었어?
신화 : 니 맘이 그렇다구, 상대방 맘까지 강요할 순 없는거잖아.
유미 : 니 맘은 뭐구, 상대방 맘은 뭔데에? (궁금해서 미치겠고)
애라 :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눈치주는)
동일 : 정연아. 너무 그러는 것두 안 좋아.
정연 : ...뭐가?
동일 : 남자 너무 밝히는 것두 문제 있지만, 너무 깔끔 떨구, 마음 닫는거 그것두 문제 있단 얘기야.
너 처럼 남자에 대해 머리루만 아는 사람들이 나중에 감정적으루 더 많이 다칠 수 있거든.
정연 : 내가... 남자 한테 그렇게 적대적이야?
흥수 : 몰라서 묻냐. 김정연, 세상의 반은 남자야. 그 반을 적으루 만들어 버리면, 세상의 반만 이해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야.
영화반의 지성이, 반쪽 짜리 세계관을 가질 순 없잖냐.
정연 : ...
신화 : 너무 방심하는 것두, 너무 조심하는 것두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거잖아. 안그래?
흥수 : 그럼 이 세상에는 우리 같이 괜찮은 싸나이들두 많거든. (씨익 웃고)
정연 : ... (보는)
씬44. 까페(N)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정연...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면, 맞은편에 와서 앉는 소진.
정연 : (웃으며) 웬일이야? 니가 먼저 날 다 보자 하구?
소진 : (미소로) 그냥... 보구싶어서...
정연 : ... ? (보고)
소진 : 왜... 거짓말 같아?
정연 : (웃으며) 아니길 바래. (가져온 책 몇권 내미는) 출산 준비에 도움이 될 만한 책 몇권 가져왔어.
몇권은 샀구, 몇권은 도서관에서 빌려온거야.
소진 : ... (우울한 미소로 보는)
정연 : 왜? 이미 있는거 가져온거야?
소진 : 아니... 갑자기 옛날에 읽었던 소설이 생각나서.
정연 : ... ? (보고)
소진 : 남편은 부인의 머리카락을 사주기위해 시계를 팔구, 부인은 남편의 시계줄을 사주기위해 머리카락을 팔았다는 소설 있잖아.
이제 서로에게 필요없는 선물이 됐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행복했다던 소설....
정연 : ... ? (보면)
소진 : 고마워 정연아. 잘 받을게. 이제... (우울하게 웃으며) 필요는 없어졌지만...
정연 : ... ? 그게... 무슨 소리야..?
소진 : 나... (애써 담담하게 보며) 내일 병원에 가 정연아.
정연 : 가.. 갑자기 왜에? (순간 짚이는게 있어서) 호, 혹시 그 자식이 그렇게 하래? 너 협박하디? 낳으면 가만히 안두겠다구?
소진 : (피식 웃으며) 아니야 그런거... 이제야 용기가 생겼을 뿐이야.
정연 : 소진아아...
소진 : 그냥 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사랑이 아니었을 수두 있었겠다.
물론 사랑땜에 낳으려구 했던건 아니었지만, 사랑두 없는데 태어나는거 너무 불쌍하잖어.
정연 : ...
소진 : 준형이 개... 거의 발 밑에서 빌다시피 하는거 보니까 까딱하면 여러 사람이 불행해지겠다 싶드라.
나... 준형이... 우리 엄마.. 아빠... 그리구...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루 태어나게 될 아이... 전부다...
정연 : ...
소진 : 뭣보다두,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구, 힘들어서... 점점 자신이 없어져 나...
정연 : ... (안타깝게 보고)
소진 : (눈물 참으려는 듯 갖고 온 통장과 도장 내밀며 애써 밝게) 늦게 돌려줘서 미안해.
정연 : .... 이거 돌려주면 너 수술비는 어떡하구...?
소진 : 준형이가 어떻게 구해왔드라 오늘... 그거라두 하게 해달래...안그러면 자기가 평생 괴로울꺼 같대...
정연 : ... (보는데)
소진 : 나...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죽으면 지옥 갈꺼야 그치...? (기어이 눈물 차오르고)
정연 : ... (안타깝게 보는데서)
씬45. 거리 (N)
정연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휘청이며 걷고 있다.
그러다 문득 그 자리에 멈춰서는 정연... 공중전화 부스에 시선이 간다.
잠시 망설이는 정연... 결심한 듯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가는 위로...
정연 : (E) 안녕하세요...? 저... 정연이예요 아줌마....
씬46. 공중전화부스 (N)
소진모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정연.
정연 : 아니요... 소진인 잘 있어요... 걱정 안하셔두 돼요... 저, 저기요 아줌마... 소진이 내일... 병원에 간대요...
네... 그렇게 하기루... 맘을 정했나봐요... 네... 건강해요...아픈데 없대요... 울지 마세요 아줌마....
(울먹해서)... 아줌마가 울면... 소진이가 더 힘들어 지잖아요... 울지 마세요... 아줌마... 아줌마아...
(결국 눈가 그렁그렁해져서 소진모 달래는데서)...
(F.O)
씬47. 2학년 5반 교실 (D)
화면 시작되면, 턱괴고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진.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 정연의 빈자리...
진 : (푸우우욱--한숨 쉬고)
흥수 : (그런 진 보며) 쯧쯧쯧. 눈물 없이는 못봐주겠다 진짜.
진 : 왜 결석 했지? 나 때문인가?
흥수 : 사내놈 때문에 결석하구 말구할 인물이 아니예요 글쎄. 걱정을 붙들어 매셔.
(하고는 보온병 꺼내더니 컵에 한잔 따라 내밀며) 이거나 한잔 마셔 임마.
용구 : 이게 뭔데? 혹시 개소주?
흥수 : (무시하고) 불면증에 좋은 차래. 너 잠 못자구 밤마다 울까봐 이 형아가 끓여왔잖냐. 어여 마셔봐.
진 : .... (보다가 마시는데) 아 써!! (퉤퉤 거리는)
흥수 : (깔깔 웃으며) 쓰지? 그게 첫사랑의 쓴맛이라는거다. (낄낄 웃는데서)
씬48. 교무실(D)
회의중인 교사들.
명교감 : 아 다음으로, 2학년 1반 정소진 학생 말인데요, 다음 학기 부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걸루 결정됐습니다.
정인 : 교감선생님. 그 문젠 관대하게 처리 해주시기루,
명교감 : 학생 어머님이 와서 결정했습니다. 본인두 그렇게 원하구 있구요.
정인 : ...
유란 : 하긴... 학교에 소문이 퍼질 대루 다 퍼져서 다니기 힘들꺼야...
일평 : 고삼 되는 학생이라, 괜찮은 학교로 전학 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명교감 : 어쨋든 그런줄 아시고, 학생들에게는 신병상의 문제루 전학간 걸루 해두세요.
그리고 김정인 선생님, 내일 있을 강의는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정인 : ...
재현 : ... (보는)
씬49. 상담실(D)
우울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있는 정인.
똑똑 노크 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재현.
재현 : 여기 이렇게 우두컴컴한 모습으루 앉아계실지 알았습니다. (앉고) 내일 강의 준비 안하세요?
정인 : (불쑥) 왜 우리는 아이들 보다 항상 늦는거죠?
재현 : ? (본다)
정인 : 왜 깨달음은 현상보다 항상 늦게 도착하는 걸까요?
재현 : 철학자 다 되셨습니다? (피식 웃고는) 기차의 첫칸과 끝칸이 만나서 같이 달리는거 보셨습니까?
정인 : ? (본다)
재현 : 만날순 없지만 분명히 같은 곳을 향해 같이 달려가구 있는거잖아요. 잊지 마십시오. 아이들과 우린 항상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거 말입니다. 목적지에서 같이 만나기만 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정인 : ... (보고)
재현 : 이제 강의 준비 좀 하시죠 선생님. 아름다운 아이들의 성을 찾아 출발하셔야죠. 이제.
정인 : (피식 웃는데서)
씬50. 산부인과 대기실 (D)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 교복차림의 정연, 가방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서 담담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문득 벽시계를 한 번 올려보는데 회복실 쪽에서 나오고 있는 소진.
정연 : ... (짠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소진 : (창백해진 얼굴로 나오다가 정연을 보고 놀라서) 정연아...?
정연 : 미안해... 말두 없이 와서...
소진 : 학교는 어떡하구 왔어?
정연 : 너 집에 데려다 주구 갈려구... 많이... 힘들었지...?
소진 : ... (보고)
정연 : 나... 이번엔 도망 안갔어...(미소짓고)
소진 : ... (작게 피식 웃는데서)
씬51. 식당(D)
엽차잔 사이에 두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아이.
정연 : (주문 받으러온 아줌마에게) 저희 김치찌개 백반 이인분 주시구요. 빈 그릇 하나만 먼저 갖다주실래요?
아줌마 : 예... (주방쪽으로)
정연 : (가방에서 보온병 꺼내고)
소진 : 뭐야? (보는데)
정연 : (아줌마 그릇 가져다주면) 고맙습니다. (대접에 보온병 내용을 쏟아 소진 앞으로 밀어 준다) 먹어. 미역국이야...
소진 : ... (찡해지고)
정연 : 그것두 아이 낳는거랑 똑같대. 몸 조리를 잘해야 후유증이 없대. 일단 잘 먹어야 돼.
(수저 챙겨주며) 얼른 먹어 봐. 급하게 끓여서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야.
소진 : ... (피식 웃고는 수저로 한수저 떠서 먹다가 멈칫하는)
정연 : ... ? (살피며) 왜 그래? 맛이 없어?
소진 : ... 아니... 너무 맛있어... (천천히 눈가에 눈물 차오르고)
정연 : (놀라서) 근데 왜 그래....?
소진 : 이거... 우리 엄마가 끓여줬지...?
정연 : ... ! (보고)
소진 : (수저 내려놓고) 엄마두 나... 이렇게 된거 알어?
정연 : ... (대답 대신 고개 돌리고)
소진 : ... (맘 아파서 고개 숙인 채로 쿡, 눈물 터지는데서)
씬52. 공중전화 부스(D)
소진, 전화하는 중이고, 그런 소진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정연...
소진 : 어, 엄마... 나야 소진이... 어어... 아니, 그런거 아니구.... (울음 꽉 들어차서 코맹맹이 소리로) 감기가 걸려서 그래...
어어... 아픈데 없어요. 이제 금방 들어갈께요... 아니야, 전화번호는 무스은... 내가 또 전화할께... 금방 들어 간다니까아...
약속해요... 어... 끊어요... (끊으려다가 얼른 다시 수화기 귀에 대며 다급하게) 엄마... (불러놓고 잠시 목메었다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엄마, 그래두 나아... 엄마 딸이지...?
정연 : ... (짠해져서 보고)
씬53. 전철안 (D)
한산한 전철 안... 텅빈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아이...
정연 말없이 앞만 보고 앉아있는데, 그 어깨에 가만히 떨어지는 소진의 얼굴...
정연 가만히 돌아보면, 정연의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창백한 소진의 얼굴... 그 모습 위로...
소진 : (E) 정연아.... 나 말야, 얼마 전까지 세상이 아주 낯설어 보였어. 세상은 잔잔하구 평화롭게 고인 물인데,
나만 폭풍을 만난거 같아서 굉장히 외롭구 무서웠어... 근데 지금... 나 다시 무서워져... 처음으루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소진을 바라보며 안쓰러워 가슴 한켠이 짠해지는 정연....
정연 : (E) 신이 있다면 말야.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숫자의 슬픔과, 기쁨을 줬을 꺼야. 넌 그 슬픔 중 하나를 먼저 만난거 뿐이야.
이제, 기쁨을 만날 차례야... 그때 까지...(울컥하는 심정으로) 널, 포기하지마 소진아.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곤히 잠들어 있는 소진...
그런 소진, 안쓰럽게 바라보는 정연의 모습에서.
씬54. 학교외경(D)
유미 : (E) 정연이 왔네에?
씬55. 2학년 5반 교실(D)
쉬는 시간. 이제 막 도착해서 책가방 풀고 있는 정연.
매점에서 오는 길인지, 음료수 들고 오는 지민, 유미, 애라.
슬쩍 정연 보고있다가 눈 마주치면 얼른 시선 피하는 진.
정연 : ... (그런 진 보는)
유미 : 왜 이렇게 늦었어?
정연 : 어... 일이 좀 있어서.
유미 : 오늘두... (살피며) 일 있어?
정연 : 아니. 왜?
지민 : 오늘... 영화반 정기 영화관람일이잖아. 갈 수 있어?
정연 : (웃으며 가방에서 뭔가 꺼낸다. 영화표다) 이거 말하는거야?
흥수 : (확 뺏어가며) 어? 이거 어디서 났냐?
정연 : (픽 웃으며) 이거 예매하느라구 늦은거잖아.
흥수 :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지만 간만에 이쁜 짓 해서 웃어준다 김정연. 하하.
(표 세어보다가) ? 어라? 한 장 남는데? 왜 여덟장이나 샀어?
정연 : 유 진.
진 : ? (보면)
정연 : (미소로) 표가 한 장 남는데 같이 갈래?
진 : (순간 환해지고)
남자들 : (에에에--차식 좋겠네, 진의 머리 마구 헝크러트리고)
정연 : ... (보다가 웃으며 책 꺼내는 위로)
소진 : (E) 사랑은 말이야, 머릿 속에 심장이 하나 더 생기는거야.
씬56. 교정일각(D)
떠들석하게 장난치며 가고 있는 영화반 아이들과 진. 그 뒤에 쳐져 걸어오고 있는 정연.
소진 : (E) 머릿 속에 자리 잡은 그 심장이 뇌보다 점점 커지면서 더 깊이깊이 사랑에 빠지는거지.
정연, 문득 그 자리에 멈칫 선다. 정연의 시선으로 저만치 장난치고 걸어오고 있는 여학생들...
어느순간 환하게 미소지으며 이쪽으로 고개 돌리는 아이... 일학년 때의 소진이다...!
소진 : (E) 이제 알겠지? 가끔 머리 속의 심장이 뇌를 눌러서 깜빡깜빡 실수하게 만드는거....
정연 : (E) 그 실수가 가끔 아픔으로 남게 되는거... 그런게 사랑이야...
지나가던 소진도 이 쪽을 돌아본다... 그 입가에 생기는 미소...
정연, 희미하게 마주 웃어주고는 영화반 아이들 쪽으로 뛰어가는데서...
첫댓글 1부보다 좋았고, 학교2 통틀어서 가장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