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산다. 테블릿으로 소설을 읽고,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한다. 하루가 다르게 이러한 기기들은 성능이 향상되고 그에 따라 세상은 놀라우리만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기관은 뇌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말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뇌를 지배한다는 말과 같다. 이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뇌기능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이런 질문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독특하다. ‘열두 발자국’은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열두 꼭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뇌과학자로 뇌는 어떻게 신경세포 활동을 통해 정신이라는 놀라운 형상을 만들어내는지, 인간의 정신작용은 생물학적인 원리로 모두 설명이 가능한지 등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이 뇌 자체의 경이보다 뇌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핵심 주제로 “뇌 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설정하고, 구체적으로는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 인간의 다양한 행동과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통해 인간을 다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지난 수만 년 동안 어떻게 세상에 반응하며 살아왔는지, 천천히 진화하는 뇌로 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고 행복하며 늘 깨어 있는 존재로 살기 위해 어떤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아울러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혁명 등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기술 문명의 변화를 뇌과학자의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인류가 어떤 꿈과 이상으로 이 거대한 문명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혁명적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동시대인들은 이런 혁명의 기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폈다. 문명의 변화 앞에 놓인, 그리고 거기에 기꺼이 응전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관찰하고 사유해보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책은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공간에 무심히 배치된 도전적인 질문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고 한다. 그들은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며, 흥미를 끄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강한 호기심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특히 도전적인 질문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한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변화하고 발전해 왔으며 산업 혁명 역시 그런 결과물이다. 1780년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조지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제1차 산업혁명인 제조와 유통 혁명이 시작되었다.
1900년대의 니콜라 테슬라, 조지 웨스팅하우스, 토머스 에디슨에 의한 전기 공급과 헨리 포드의 포드의 모델T로 상징되는 ‘벨트 컨베이어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제2차 산업혁명인 전기 혁명이 시작되었다.
1950년대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개인용 컴퓨터가 발명되고 거기에 인터넷, 모발일 기술이 더해졌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를 맞이했다. 제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디지털 기술이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를 일치시키고 이를 1,2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유통·제조업에 접목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1,2,3차 산업혁명의 융합 혁명인 셈이다.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몸의 기관이 바로 뇌이다. 뇌는 1.4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를 가진 작은 우주다. 뇌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과 마주할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이야기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이라는 주제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라는 주제로 구분하고 각각의 주제에 여섯 개 꼭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주로 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 각각은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결정 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지,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지, 우리 뇌도 리셋이 가능한지,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지 등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주제는 뇌과학으로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그 각각은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지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탐색하고 있으며, 또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와 함께 나름의 전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