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17일, 올랜도 매직의 디트로이트 원정경기 영상입니다.
이 경기 마치고 11일 후에 은퇴를 할 빌 레임비어와 프로 2년차 샤킬 오닐 간의 대결 양상인데. 이 맞대결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레임비어가 힘이나 덩치에서 오닐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던 데다가, 수비 포지셔닝이나 수비 스킬이 매우 뛰어난 센터였고, 상대 센터의 성미를 살살 긁는데 있어선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될 만한 선수였기 때문이죠.
1. 레임비어의 골밑 수비
일단 오닐에게 몸싸움에서 밀리질 않으니, 오닐도 골밑에서 안정되게 슛을 할 수가 없었고, 오닐이 공을 잡으면 계속해서 슬쩍 슬쩍 공에 손을 갖다 대니 오닐로선 신경이 거슬릴 수 밖에 없었죠. 굉장이 수준높은 골밑 수비력입니다.
2. 오닐이 슛하기 전에 공을 긁어버리는 테크닉
이 수비 포지셔닝에선 오닐이 턴어라운드 점프슛을 쏘게끔 노리고 작전이 들어간 겁니다. 점프슛 올라가기 직전에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쳐내려 했고 그게 적중했죠. 오닐로선 매우 허탈했을 순간입니다.
3. 레임비어의 영리한 수비 포지셔닝
절대로 무리하게 몸을 들이대거나 강한 몸싸움을 하지 않죠. 다만, 오닐의 풋워크를 보면서 어떤 방향과 각도의 슛을 쏘려하는지를 간파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두 팔을 번쩍 위로 올려 수비자 파울이 나지 않게 유의하면서 오닐의 미스샷을 유도합니다. 모제스 말론은 저런 수비를 당해도 어떻게든 파울을 유도해내거나 공을 림에 우겨넣곤 했지만, 아직 경험치에서 딸리는 오닐은 이런 수비전법에 계속 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4. 3번과 같은 수비 메카니즘으로 오닐의 얼리 오펜스를 저지하다
피스톤스의 속공 상황에서 재빨리 오닐에게 공이 투입됐으나, 힘좋은 레임비어는 오닐에게 호락호락 좋은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또 다시 두 팔 들기 신공으로 파울은 피하면서 오닐에게 나쁜 슛셀렉션을 제공하게 됩니다. 아주 영리한 수비 플레이입니다.
5. 오닐로부터 공격자 파울을 유도해 얻어내는 레임비어
오닐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빼앗기긴 했으나, 다이나믹하고 역동성있게 움직이는 오닐의 에너지를 역이용해 파울을 유도해내는 레임비어입니다. 리바운드 빼앗기자마자 오닐이 풋백 올라가기 전에 오닐의 등 뒤에 양 팔 들고 살포시 자기 몸을 대고 서있기만 하죠. 힘좋게 덩크 찍으려 했던 오닐이 레임비어 몸을 피지컬하게 밀어버리는 파울을 유도해낸 겁니다.
6. 성질이 오를대로 오른 오닐로부터 보복성 주먹질 유도
베이스라인 타고 돌파하는 앤소니 보위의 레이업을 레임비어가 파울로 끊습니다. 순간 공을 잡으려했던 오닐이 신경질적으로 레임비어의 면상을 왼 주먹으로 강하게 밀쳐내버립니다. 레임비어는 화도 안 내고 매우 아픈 표정을 지으며 심판에게 다가갑니다. 오닐을 퇴장시키려 하는 거죠.
다행히 오닐에겐 파울이 불려지지 않았습니다. 레임비어의 선 파울로 경기가 일단 중지된 상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오닐이 이미 레임비어의 심리전에 말려든 상태라는 거였습니다.
7. 클러치 상황에서 오닐의 오펜스 파울 유도해내는 레임비어
4쿼터 막판 매직이 4점차로 피스톤스의 턱밑까지 추격했던 순간, 오닐의 골밑 공격을 레임비어가 오펜스 파울로 유도해내는 장면입니다. 오닐의 이 파울로 인해, 2점 차로 좁힐 수 있었던 상황이 6점 차로 벌어지며 피스톤스가 승리를 가져가게 됩니다.
8. Player of the Game
오닐로부터 얻은 파울샷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피스톤스의 98:92 승리를 확정지은 레임비어는 이 날 벤치에서 나와 32분을 소화했고 26득점 (11-15 야투율), 7리바운드로 경기 MVP가 됩니다. 샤킬 오닐도 25득점, 13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대부분 레임비어가 수비 안할 때 올린 스탯이었죠.
이 경기에서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레임비어였으나, 불과 며칠 후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아이재야 토마스와 연습 도중 주먹질이 동반된 큰 싸움을 벌인 후, 그는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토마스와 싸운 것이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고, 그는 더 이상 NBA 생활을 계속할 열정을 잃었다고 고백하며 코트를 떠나버렸습니다.
그래서 그가 은퇴 직전에 보여준 이 샤킬 오닐과의 명승부는 두고두고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더티플레이로인해 실력이 가려진선수였나보네요 그나저나 샼에게 파워가밀리지않았다니
돌아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역시 짬이라는건 무시못하는 장면이네요.
와우 레임비어에 대한 재평가네요.
늘 많은 부분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힘내십시오 ^^b
저도 얼른 NBA글 10개를 ㅎㅎ
그때혹시 토마스와 불화가 없었다면?? 언제까지 뛰고있었을까요???
레임비어 나이(당시 36세)를 감안했을 때 95-96 시즌까진 뛰었을 것 같습니다.
박사님 오랜만에 댓글 남겨요.
매번 박사님의 클래식한 예전 글 넘 좋아하거든요.ㅎ
근데 토마스랑 싸웠다는건 첨 들어봅니다.
솔직히 신발사장님 첫 우승때 nba 접하구 나중에 이리저리 찾아보구 디트로이트는 안좋아했거든요.ㅋ
더 하구싶은 말이 많은데 아쉽네요.건강하시구요.항상 응원하는 사람들 많다는거 알아주세요.
따뜻한 댓글, 감사드려요.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역시 이런 글은 어디에서도 못 보는듯요
단순 더티플레이어가 아니였군요
https://youtu.be/hj0kRKYRsMc
PLAY
자기 이름 걸고 나온 게임도 있는 선수였습니다~
위의 자료들만 본다면 동농을 즐기는 골밑자원들이 수비시에 해야 할 일들 교과서 같은 좋은 자료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레임비어는 더티플레이를 빼고서도, 정말 농구를 잘 알고 잘 하는 선수였죠.
엄청나게 터프하고 이지적인 선수였네요. 다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마냥 나쁜 사람이다 했었는데 덕분에 그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본인보다 덩치크고 센놈과 붙으면 저렇게 막는게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 좋아하던 선수지만, 높은 BQ가 없이는 그런 플레이도 불가능했죠. 목 두께와 버티는 하체의 탄탄함이 짤들에서 돋보입니다 ㄷㄷㄷ
박사님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스토리를 알게 되는 귀한 시간이 돌아왔네요.
컴백하셔서 너무나도 반갑고 다행입니다.
이번 일로 상심이 크셨겠지만, 부디 박사님은 레임비어처럼 갑작스러운 은퇴를 결심하시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왜 싸우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바로 은퇴할정도라니
팀원들끼리 연습 경기하는데 서로들 너무 거칠고 터프하게 수비하다가 시비붙은 걸로 압니다.
재밌네요. 평소 상대팀에게 하던대로 한거였을텐데요ㅋ. 그래도 바로 은퇴라니 아쉽네요
문득 사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워낙 더티플레이를 했던 선수라 그런가봐요 ㅎㅎ
사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사람입니다. 연예인이었던 아내 크리스와의 결혼생활을 40년 이상 잘 이어오고 있고, 둘 중 누구도 바람핀 적이 없습니다. 두 자녀도 잘 자랐습니다. 딸은 아빠처럼 농구선수 생활을 했었고요.
오오~~의왼대? 이러다가 마지막 줄에서 터졌네요 ㅎㅎㅎㅎ
좋은글 잘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척데일리가 레임비어의 점프력은 자신보다 낮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케빈러브나 스웬네이터, 빌월튼보단 약간 떨어져도 백인 리바운드왕은 무시할 수 없는 업적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