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달마가 소림사에서 9년 면벽을 끝내고
禪의 샘을 파자 그 물은 흘러 흘러
五家七宗의 거대한 물길을 터고
그 물길은 다시 서라벌은 九山禪門으로 이어져
해동불교의 꽃을 피우어왔다.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내세우며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주장하며,
인간의 마음을 참구하여 본래 지닌 성품이
부처의 성품임을 깨달아 부처가 되고자 하는 선 수행.
언어나 문자를 거치지 않고 참선으로서
곧바로 부처의 마음을 깨달아 얻는 이 길은
고난과 마(魔)의 수난이 따른다.
그래서 그 수행의 길에 앞선 고승들은
후학들의 수행을 위해 수많은 禪語와 金言을 남겨 놓았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은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10가지 지침을 담고 있는 글로써,
선문일송(禪門日誦)에 회자할 정도로
알려진 수행의 지침이 되어 있다
보왕삼매론은 명(明)나라 때 선승 지욱(智旭: 1599~1655) 선사가
지은 「중각보왕삼매염불직지(重刻寶王三昧念佛直指)」의
서문에 의하면 명(明 1368~1644) 나라 초(初)에
은강(鄞江)의 대선지식(大善知識)인
묘협(妙協)이 쓴 것이라고 한다.
묘협스님에 대한 기록은 생몰연대는 미상이나
1374년에 간행한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과
1378년에 간행한 <주심부(註心賦)>에 발문을 썼다는 것이 전부다.
묘협스님이 『염불직지(念佛直指) 이십이편(二十二篇)』을
찬술하였지만 이 책은 유실(遺失)되었는데
다행히 명(明) 신종(神宗) 때
만융선백(萬融禪伯) 스님이란 분이
흩어진 책 가운데 이를 찾아냈고,
또 당(唐) 비석법사(飛錫法師)가 이를
<염불삼매보왕론> 20편에 합철(合綴)하였는데
명나라 선승
고오(古吳) 우익도인(蕅益道人) 지욱(智旭: 1599~1655) 스님이
이를 분리하여 찬한 것이 『보왕삼매론직지(寶王三昧論直指)』 이다.
현재 회자하는 『선문일송(禪門日誦)』의 『보왕삼매론』은
『보왕삼매염불직지』의 총 22편 가운데
제17편에 실린 십대애행(十大碍行)에 해당한다.
「십대애행」 부분이 곧 보왕삼매론인 것은 아니고,
십대애행 부분에서 상당 부분을 생략하고 발췌하여
단순화시킨 것이 보왕삼매론이다.
寶王三昧論(보
왕삼매론)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念身不求無病)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탐욕이 생겨나면 마침내 파계하여
도에서 물러나게 되느니라.
병의 인연을 살펴 성품이 공한 것을 알면
병이 <나> 를 어지럽히지 못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處世不求無難)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교만과 자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며
반드시 모두를 속이고 억압하게 되느니라.
고난의 경계를 잘 살펴 고난이 본래 허망한 것임을 알면
고난이 어찌 나를 상하게 하랴.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의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究心不求無障)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움이 등급을 뛰어넘게 되고
배움이 등급을 뛰어넘으면
반드시 얻지 못하고서도 얻었다고 하게 되느니라.
이 장애에 뿌리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장애가 스스로 고요해져서
장애에 걸릴 것이 없어지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도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데 마(魔)없기를 바라지 말라. (立行不求無魔)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견고해지지 못하게 되나니
서원이 견고하지 못하면
반드시 증득하지 못하고도 증득했다고 하느니라.
마가 허망한 것임을 꿰뚫어 보고
마 자체에 뿌리가 없다는 것을 사무쳐 알면
마가 어찌 <나> 를 괴롭힐 수 있으리.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5, 일을 도모함에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謀事不求易成)
일이 쉽게 되면 뜻이 경박하고 교만하여지게 되나니
반드시 나는 유능하다고 스스로 칭하게 되느니라.
생각나는 대로 일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일을 이룸은 업을 따르는 것.
일이란 지금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6, 친구는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交情不求益我)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니
의리를 상하면 반드시 그릇됨을 드러내게 되느니라
정의 근본을 잘 살펴볼지니
정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요.
정은 인연을 의지할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길 바라지 말라. (於人不求順適)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게 되나니
스스로 교만해지면 반드시
내가 옳다고 고집하게 되느니라.
깨달은 이의 처세는 사람들의 허망한 행위를 관하며,
그냥 무심하게 주고받을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園林을 삼으로 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 돼 보답을 바라지 말라 (施德不求望報)
공덕을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도모하는 생각이 있게 되면
반드시 화려한 명예를 드날리고자 하느니라
덕의 본성이 없음을 밝히고
덕이 영원하지 않음을 관조할지니
덕이란 참 알맹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見利不求霑分)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겨나나니
어리석음 마음이 생겨나면 반드시 추악한 이익 때문에
자신을 훼손시키느니라
세상의 이익이란 본래 공한 것.
분에 넘치는 이익을 바라면 번뇌만 커지나니
이익을 허망되이 구하지 말지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도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직지/霑(점):적시다 두루 미치다)
(보왕삼매론/沾(첨): 더하다 )
10, 억울한 일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被抑不求申明)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나니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원한이 무성히 자라느니라
억울함을 받아들여 능히 참고 용서하라.
참고 용서하면 겸허하게 바뀌나니
억울한 일이 어찌 나를 상하게 할 수 있으리.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처럼 막힌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바로 장애 속에서 모든 오묘한 경지를 이루게 되느니라.
여래께서 장애 가운데에서 깨달음을 이루었고
앙굴마라와 제바달의 무리가 반역되는 짓을 하였으나
그들에게 수기를 주고 교화하여 성불토록 하셨느니라.
어찌 저 거역 되는 것들을 나의 순리로 삼지 않을 것이며
어찌 저들의 훼방이 나의 성취가 되지 않을 것인가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이
만일 먼저 역경에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힐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역경을 통하여 부처를 이룰지로다.
참고 자료1. 『寶王三昧念佛直指』 十大碍行 第十七
一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欲乃生
二處世不求無難 世無難則驕奢必起
三究心不求無障 心無障則所學躐等
四立行不求無魔 行無魔則誓願不堅
五謀事不求易成 事易成則志成輕慢
六交情不求益我 情益我則虧失道義
七於人不求順適 人順適則內心自矜
八施德不求望報 德望報則意有所圖
九見利不求霑分 利霑分則癡心必動
十被抑不求申明 抑申明則人我未忘
是故大聖化人以病苦爲良藥. 以患難爲解脫. 以障碍爲逍遙. 以群魔爲法侶. 以事難爲安樂. 以幣交爲資糧. 以逆人爲園林. 以市德爲棄 . 以 利爲富貴. 以受抑爲行門. 如是則居碍反通. 求通反碍. 是以如來於障碍中得菩提道. 至若鴦屈摩羅之輩. 提婆達多之徒. 皆來作逆. 而佛悉與其記. 化令成佛. 彼逆吾之順. 彼毁之成也. 於學道人 若不先居於碍. 則障碍至時莫能排遣. 使法王大寶因玆而失. 可不惜哉
참고자료2. 禪門日誦
寶王三昧論
一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欲易生
二處世不求無難 世無難則驕奢必起
三究心不求無障 心無障則所學躐等
四立行不求無魔 行無魔則誓願不堅
五謀事不求易成 事易成則志存輕慢
六交情不求益吾 交益吾則虧損道義
七於人不求順適 人順適則心必自矜
八施德不求望報 德望報則意有所圖
九見利不求沾分 利沾分則癡心亦動
十被抑不求申明 抑申明則怨恨滋生
是故聖人設化 以病苦爲良藥. 以患難爲逍遙. 以遮障爲解脫. 以群魔爲法侶. 以留難爲成就. 以 交爲資糧. 以逆人爲園林. 以布德爲棄 . 以疎利爲富貴. 以屈抑爲行門. 如是居碍反通. 求通反碍. 是以如來. 於障碍中得菩提道. 至若鴦 摩羅之輩. 提婆達多之徒. 皆來作逆. 而我佛悉與記 . 化令成佛. 豈非彼逆乃吾之順也. 彼壞乃我之成也. 而今時世俗 學道之人 若不先居於碍. 則障碍至時. 不能排遣使法王大寶 由玆而失. 可不惜哉. 可不惜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