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 (경남 함양군 서상면 백운산(白雲山) 1,278.6m)
흰구름 산이라... 같은 이름의 산과 봉우리들은 우리네 산야엔 참으로 많다. 그만큼 팔도의 산들은 아름다운 구름과도 연을 같이함에 우리네가 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의 백운산 ! 지리산과 덕유산을 이어주는 백두대간의 길목에 자리 잡은 든든하며 넉넉한 산 !
행/사/모님들과 산행을 같이한지도 오래다싶다. 마니산 산행에 참가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나니 무의도 호령곡산으로 산행지가 잽싸게바뀐다. 두 곳 모두가 꽝(?)역시에 있는데다 꼭 같이 하려 했으나 가족의 행사가 있어서 갑자기 행선지를 함양군으로 바뀌게 되었다.
17일 새벽 특별시 종로에 나갔던 나는 주의 한다고 했는데도 , 그만 뒷주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고 말았다. 너무 너무 억울하고 당황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무수한 카드들, 신권현금, 구권현금이며, 하얀 종이돈이며, 그야말로 뚜껑이 열린다. 이일을 어떻게 하나 ... 횡단보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나는 눈을 확 뜨고 말았다. 바로그때 벽의 옷걸이에 걸린 바지를 보고서야 나는 이게 꿈인 줄 알았다. 이런 &%#$#$%@&*10101088888 이 순간부터는 잠이 안 온다. 자정에 눈 감았는데도 잠은커녕 더 씽씽한 나를 발견한다. 16일 밤에 함양의 처가댁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웬 악몽이람.....
결국 5시30분에 잠자리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 평시에도 먹지 않는 아침을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산행 준비를 했다. 그리고 07:45분에 집을 나서며 16일에 준비한 산행들머리에 대한 자료들을 봐가며 차를 움직여 갔다. 꼬불꼬불한 포장도로는 강원도의 도로와 다를 바 없었다. 한참을 오른 뒤 다시 내려가는 길...여기가 함양군 백전면이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아내 생일 다음날의 산행이라 참으로 묘한 일이로세. 아침은 아들 녀석과 함께 하고 점심은 사무실에서 케이크 자르며 분위기 잡다가 저녁에는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올랐다.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는 차량들이 평소에도 그리 많지 않아서 시원한 시야가 여행을 즐겁게 한다. 덕유산을 지나 함양까지의 소요시간은 4시간이다. 속도위반에 추월은 기본이다. 하지만 하행 길은 이래도 새벽 상행은 3시간10분 이면 인천에서 덕유산을 지나 함양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속도는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이고 산간오지라서 바람이 제법 차다. 차창 밖의 경치는 산악의 대명사 강원도를 뺨치고 또 때릴만하다. 녹색의 향연은 계속되고 어느새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처갓집에서 산행들머리인 신촌 마을까지는 30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이쪽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1월1일에도 황석산을 올랐었다.
대방마을삼거리 (백운다리) - 묵계암 - 상연대 - 끝봉- 중봉 - 전망대 - 돌무덤 - 정상 이 코스가 왕복5시간이 소요된다. 마을의 존재가 분명 있었다는 곳에 다다르니 감나무며 과실수들의 모습이 보이고... 여느 계곡과도 같은 소리지만 계곡의 폭은 크지 않다. 아기자기하며 청순한 모습일 뿐...
임도를 따라 오르며 숨이 차다 생각했더니 묵계암 이란 아주 소박한 산사가 우릴 반긴다. 어쩜 우리네의 옛날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참모습 그대로다. 옆엔 작은 계곡.... 깨끗하게 싸리비로 청소한 흔적하며, 나그네를 위한 작은 쉼터... 산사의 텃밭 등... 이내 마음은 그냥 아무 조건 없이 여기에 머물고 싶어졌다. 박에 물을 받아 목을 적셔본다 !
그리고 뒤돌아보니 이게 웬 떡이냐 싶다. 시야가 좋지는 않지만 멀리 지리산의 모습이 보인다. 참으로 좋은 풍광이다 싶다. 넉넉한 시골아낙의 인심만큼이나 넉넉해 보인다......음 가봐야지 암. ...좋다.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오르다보면 경남지역의 산악회에서 리본을 참 많이 달아 놨다. 둘만의 오붓한 이 이른 아침의 산행 시간 ! 무엇과 비유하리요.
임도는 상연대 (정통사찰 제85호)앞에서 막혀 있었다. 고운 최치원선생의 어머니 기도처로 건립되었다는 안내문을 보니 50년 6.25때 소실... 53년에 재건... 내 인생만큼이나 세월을 보내며 버팀목이 되어준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에서 새삼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어머니란 문구와 세월을 함께한 주위의 고목과 바위들... 돌계단을 지나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면 지리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쾌한 모습으로... 이곳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위험한 구간은 없다. 하지만 가파른 경사는 계속된다. 계단 없는 순수한 흙길의 산행이라 참으로 발이 폭신폭신하고 냄새가 좋다. 오르며 뒤를 보면 지리산을 보는 조망이 으뜸이고 , 오르며 앞을 보면 때 묻지 않은 산행 로가 백두대간의 백운산을 안내하고... 오르며 옆을 보면 순수한 모습인양 철쭉이 자태를 뽐낸다. 오르며 위를 보니 아하 ! 이래서 백운산이라 하는구나... 왠지 가슴이 커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하늘엔 하얀 큰 구름이 두둥실 떠간다...
오르는 작은 봉우리마다 무덤들이 많다. 민간신앙에서 비롯된 조상의 섬김과 자손의 번창을 기리기 위함이리라. “ 불효부모사후회 ” 라 했거늘...어찌 ...안타깝도다. 이름 모를 새에게 나도 한마디 전하니 바로 응답을 해준다. 아마 암컷 인가봐.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며 수놈을 찾는 건지도 모르지. 내가 필자이니 암놈을 찾는 것 보다는 수놈을 찾는 식으로 표현해본다. 암튼 처음 와 보는 산의 매력에 푹 빠져본다.
산사에도 산행 중에도 인적이 전혀 없다. 때론 등산로에 쳐진 거미줄을 스틱으로 치우며 지나야했다. 산에 오른 자 만이 아래를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했다. 오늘 또 한번 그 특권을 아내와 함께 아주 특별하게 즐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 오 ! 오월은 가정의 달이며 지갑을 잊어버리는 달이구나! 16일 어제는 아내생일... 오늘은 백운산 산행...23일은 장모님생신 ... 해서... 당겨서 가족간의 모임을 갖기로 했기에 16일 저녁에 출발 하여 자정무릎에 도착했고 17일 뜻하지 않은 악몽으로 새벽에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되었으며...
중봉을 막 지날 무렵 하얀 텐트모양이 보이 길래 우선 인사부터 건넸다. 가까이가보니 공수부대원 셋이 작전 중 이라했다. 웬 군인...멀리서 왔단다. (보안상) 아내가 배낭에서 종이를 꺼내 좌판을 깔더니 빵이며, 초코렛, 호두과자 , 사탕 등을 꺼내어 주면서 먹으라고 주문한다. 내년이면 내 아들도 군에 간다면서...
벌써 그런 세월을 맞이하는가 보다싶다.
아내는 요즘 부쩍 군인들만 보면 남의 일이 아닌 듯 늘 저런다......... 뭐 저런 공수부대원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착하고 선한 모습이 우러나온다. 산에서 며칠째 작전중인데 내일은 철수... 남는다며 비상식량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정상에 서니 저 멀리 지리산의 거대함에 우선 반하고, 북으로 연결되는 덕유산에 또 빠지고, 우측으로는 재작년 오른 금원, 기백, 그리고 1월1일에 오른 황석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를 가져왔다면 뷰파인더에 담아가지고 가서 또 보고 싶어진다. 정상의 표지석은 작은 것이 아마도 골짜기에서 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만큼 작았다. 표지판의 북쪽방향은 백두대간방향이라 쓰여 있고... 여기가 1279m 백운산이며... 나는 동서남북으로 돌아가며 조망에 연신 감탄할 뿐이었다. 지리와 덕유의 중간에 위치하며 백두대간을 연결 - 고리역할을 하는 백운산 ! 난 산세의 아주 소박함에 빠졌다. 위험요소도 없으며, 자만하지도 않은 것이 꼭 우리네 시골 동네 뒷산만큼이나 친근감을 주는 그런 산세에 난 반했다.
산을 내려오던 중 아내의 놀란 목소리에 되래 내가 놀래버렸다. 닭살이 돋고... 옆을 지나는 뱀을 보았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뛰어내려 오는 게 아닌가...원 젠장... 아무생각 없이 이름 없는 꽃이며, 새소리며, 철쭉꽃을 보면서 내려오던 내가 되게 놀랬다. 그리고 다시10여분 뒤 , 이번엔 내가먼저 뱀을 보았다. 상당히 큰놈이다. 아내에게 이리 와서 보라하니 사양하지만 난 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도록 하기위하여 일부러 꼭 보여주려 했고 결국엔 보여줬다. 뱀은 가만히 있어줬고 나는 카메라에 담았다. 예전엔 뱀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자신을 떠 올려봤다.
물에 발을 담그니 아직도 차가움은 그대로다. 그래도 시원하니 좋기만 하다. 5시간의 산행 ! 무탈함에 감사하며 산을 뒤로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구구콘 하나.......맛있네........................
2003/05/17산행 옆지기와 함께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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