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面이야기 56 초등학생 사십 명 정도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교정을 가로질러 간다.
앞 그룹 인솔자는 원어민 남선생이고 다른 그룹 인솔자는 원어민 여선생이다. 가면서
선생과 학생들이 대화를 하는데 전부 영어다. 무슨 말인가 싶어 귀를 쫑긋대 보지만
학생들 걸음이 빠르고 말은 더 빠르다. 걸음도 말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이 도착한 곳은 영어 체험학습동.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의사소통 중심 체험
교육을 받는 곳이다. 체험학습동은 모두 4층. 1층부터 4층까지 공항, 호텔, 병원, 은행
등 가상 체험공간이다. 1층 식당은 가상 패스트푸드점. 매장 진열대엔 모조 돈가스,
스파게티 따위가 보이고 실내에선 초등학생이 도화지엔 뭔가를 그리며 선생과 대화
한다. 역시 영어다.
원어민 남녀 선생이 인솔한 학생들이 도착한 곳은 학습동 4층. 4층은 한국,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문화원과 강의실. 문화원은 우리나라를 비롯 각국 문화를 체험해
보는 공간이다. 한국문화원에선 영어로 투호놀이가 진행 중이다. 투호놀이는 몇 발짝
떨어진 항아리에 화살을 던져서 집어넣는 전통 민속놀이다.
투호놀이는 영어로 어떻게 번역될까. 제기차기나 윷놀이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른인 나는 단어조차도 모르는데 아무렇지 않게 영어를 써가며 노는 아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부럽기까지 하다. 강의실에선 유치원생 같기도 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생 같기도
한 아이들이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원어민 선생 말씀을 듣고 있다. 여기도 모두 영어다.
영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곳은 부산 글로벌빌리지(<A "http://www.bgv.co.kr">
www.bgv.co.kr</A>, 051-980-8500). 2009년 7월 문을 연 부산 최초 통학형 영어 체험
마을이라고 홈페이지는 소개한다. 부산시와 교육청이 공동출자해 서면의 옛 개성중학교
자리에 있다. 유학 가지 않고도 원어민 못지않은 영어 구사능력이 목표다. 외국적인
환경이 조성된 체험학습동에서 참여중심 학습을 펼친다. 대화는 영어로만 한다.
글로벌빌리지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교육은 △학생과정△특별과정△온라인과정
△일반인과정으로 나뉘고 각 과정은 다시 세분화된다. 영어로 발레를 배우고 영어로
축구를 하는 프로그램은 이채롭다. 주 대상은 초등학생에서 중학교 2학년. 주 대상은
그렇고 엄마 손을 잡고 다녀야 하는 영유아와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직장인과
주부,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체험마을 취지 하나는 사교육비 절감. 예를 들면 원어민 선생과 함께하는 미국 교과서
과정이 그런 취지를 십분 살린 프로그램이다. 미국 교과서를 학습교재로 사용하며 생생한
영어로 미국 문화, 사회, 과학 등 여러 영역을 체험해 보는 게 돋보인다. 미국에 유학 가지
않고도 유학 간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월 23만원 수강료가 부담은 되지만 유학비용에
견주면 거저나 다름없다. 초·중등생이 대상이다.
글로벌 빌리지 건물은 두 개 동. 학습체험동과 행정동이다. 체험동은 앞서 언급했듯 4층
규모로 각층은 가상 체험공간이다. 건축가 정태복이 설계해 부산시 공개건축설계경기에
당선된 건물로 반듯한 외형이 인상적이다. 신고전주의풍 건물이라고 한다. 행정동엔 업무
용 시설과 홍보전시실, 상담실, 강의실, 도서관, 영사실 등이 있다.
체험동과 행정동 사이에 레인보우 스푼이란 카페가 있다. 여기서도 영어만 쓴다. 무지개
처럼 다양다색 다문화가정을 배려하려고 만든 카페다. 동남아 출신 주부들 손맛이 들어간
베트남 볶음쌀국수 `퍼싸오'가 일품. 영어에 주눅들 것 없이 손짓, 눈짓으로도 주문은 가능
하다. 카페 부근 교정엔 휘어져 뻗은 우리 소나무 자태가 운치 있다. 소나무 곡선과 체험동
건물 반듯한 직선이 한데 어울리는 멋이랄지 울림이 깊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며 동양과
서양의 화합이다.
첫댓글 영어가 술술되는 사람들이 많이 늘겠네요.
동길산 선생님의 부드러운 소개속에 글로벌
빌리지가 영어 교육의 산실이 될것으로
확신합니다.
공부도 할겸 사진도 찍고 올릴겸 한번 가 봐야 겠네요.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는데.... 레인보우스푼도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