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드시고 만수무강(萬壽無疆) 하소서...
-현진 올림-
초복(初伏)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 냉국을 해 먹습니다/ 입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 소리에/ 나는 어느새 눈을 감고/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이해인, 여름 일기 중에서)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계절이다. 오늘(14일)이 초복이니 무더위와 씨름해야 한다.
삼복(三伏)은 일 년 중에서 더위가 가장 심한 혹서(酷暑)의 속절(俗節).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며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이라 한다.
복(伏)자는 사람(人)과 개(犬)가 합친 회의문자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중국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성안에서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하였다’는 내용이 전한다.
중국 한서에 따르면 복(伏)이라고 하는 것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상승하지 못하고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으로 복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음양오행설로 여름엔 불인 화(火)가 쇠(金)의 기를 누른다고 한다. 쇠까지 굴복시키는 더운 계절이다 보니 사람들이 지치고 무기력하며, 허약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복날에 견공들의 희생이 많았다.
실제 더위가 한창인 삼복기간에는 식욕이 떨어지고 심신이 지친다.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혈액이 많이 몰리면서 위장과 근육의 혈액순환에 지장을 받는다고 한다.
전통 농업사회였던 예전에는 먹는 것이 부족했다. 농사일로 힘겨웠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복날 보신으로 각종의 영양을 섭취하며 허약해진 원기를 회복시켰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개장국, 삼계탕, 육개장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여름철 더위를 피해 음식과 술을 마련해 산이나 계곡을 찾아 피서하면서 즐겼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땀 흘려 농산물을 가꾸어 수확의 가을철을 대비한 것이다.
‘만국여재홍로중(萬國如在紅爐中)’이란 말이 있다. 만국이 화로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극심한 더위를 일컫는다. 조병화 시인은 ‘여름이야말로 우리 생명의 큰 에너지의 원천이다.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절, 그것이 여름’이라고 예찬했다.
경제난 속에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다. 가까운 이웃에게 수박 한 통을 전하고, 삼계탕을 나눠먹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더 나은 내일의 희망을 전했으면 한다. 사람은 그가 흘린 땀으로써 더 행복하게 될 수 있다.
대전일보 구재숙 취재1부장 news777@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