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화성종합경기타운서 열린 K3리그 개막전 화성FC-김포시민구단전. 1-1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7분 김포 등번호 6번 선수가 역전 헤딩골을 터트리자 23번 동료 선수가 가장 먼저 달려와 축하했다. 김포가 3-1로 승리하며 결승골 주인공이 된 장조원(27)과 자신이 골을 넣은 것처럼 크게 기뻐한 장조윤(28)은 한 살 터울의 친형제다. “사실 그라운드에선 팀 동료 11명 모두가 형제라고 생각해요. 친동생과 함께 뛴다고 해서 패스를 더 많이 한다든지 의식을 하면서 플레이 하는 경우는 없죠. 그런데 확실히 동생이 골을 넣으니까 다른 동료의 골보다 아주 살짝 기분이 더 좋더군요, 하하.” (장조윤) 형제가 모두 풀타임을 소화한 이날 화성전은 장조윤과 장조원이 14년 만에 동반 출격한 공식전이기도 했다. 1988년 1월생으로 1년 일찍 학교에 들어간 장조윤은 연풍초(파주)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공을 잘 차서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스카우트된 형을 보며 동생도 1년 뒤 파주초 창단멤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형제는 2002년 파주중 소속으로 한 그라운드에 섰다. 장조윤의 3학년 동기 틈 사이에서 1학년 장조원이 간간이 교체 멤버로 나서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때는 몰랐다. 둘이 다시 한 경기장에서 호흡을 맞추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릴 줄은. 장조윤은 보인고(당시 보인정산고)에서 U-17 대표를 지내며 활약했다. 졸업반 시절 동생과 1년을 함께 보낸 뒤 2007년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두 시즌 동안 2경기 출장에 그친 장조윤은 2009년 전북 시절 인연을 맺은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싱가포르리그 코리안슈퍼레즈에 둥지를 틀었다. 싱가포르에서 6년을 보내며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2013년 15골을 터트리며 득점 3위와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그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이가 당시 홈 유나이티드서 뛴 이관우(수원 삼성 U-12 코치)였다. 군 문제로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장조윤은 내셔널리그 용인시청에서 전반기를 보내다 여름에 충주 험멜로 이적하며 7년 만에 K리그로 복귀했다. 총 11경기를 뛰며 지난해 8월 26일 FC안양전(2-2 무)에선 감격의 데뷔골까지 넣었다.
형의 한국 프로 무대 데뷔골 소식을 동생은 군대에서 들었다. 장조원은 보인고를 거쳐 2011년 호남대 졸업 후 형이 있는 싱가포르를 찾았다. 그곳에서 한국인 지도자 김철수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필리핀리그 노로라메란코 팀을 지휘 중이었는데 싱가포르 국제대회에 참가 중 장조원을 만나 팀에 데려왔다. 장조원은 필리핀에서 두 시즌을 뛰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와 군에 입대, 2년 간 일반 현역병으로 복무했다. 군대에서 형의 K리그 재도전과 데뷔골 소식을 들은 동생은 전화로 축하를 보냈다. 장조원은 “그때 아버지께서 부대 간부에게 형의 골 영상을 보내서 나도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올해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앞둔 장조윤과 지난해 12월 전역 후 팀을 찾던 장조원이 올시즌 나란히 김포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 후 11년 만에 한솥밥을 먹는 둘은 화성과의 개막전에 이어 FA컵 2라운드 용인대전(2-3 패)에도 동반 선발 출격했다. 장조원이 용인대전에서 부상을 입어 최근 리그 2경기엔 장조윤만 출전했다. 회복 중인 장조원은 다음달 5일 양평FC전 복귀가 유력하다. 형제가 늘 가슴에 품어온 꿈, 둘의 합작골을 위해 다시 뛸 시간이 다가온다. 둘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만큼 가능성도 꽤 높다. 둘은 “어릴 적부터 연습경기 때 골을 합작한 적이 있지만 공식전 골은 없다. 형제의 찰떡호흡으로 많은 골을 만들어 김포의 첫 K3리그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는 K3리그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며 공동 2위에 올라있다. “형은 제게 정말 자랑스러운 존재죠. 싱가포르서 외국인 선수로 6년을 맹활약 했고 K리그에서도 골을 넣었으니까요. 제 목표가 K리그 선수가 돼서 컴퓨터게임에 제 캐릭터가 생기는 거예요(웃음). 그 꿈을 형은 벌써 이뤘으니 제겐 형이 롤모델입니다.” (장조원)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저보다 축구를 잘했어요. 중학교 때 득점왕 수상 경력도 있고 보인고 1학년 땐 서정진 김인성(이상 울산 현대) 주현재(안산 무궁화) 등 동기들을 제치고 에이스 등번호인 10번을 달기도 했죠. 그런데 유독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아 형으로서 안타까워요. 동생이 꼭 K리그서 날개를 펴길 바랍니다.” (장조윤)
막내동생도 축구인 “조기축구팀에서 삼형제 발 맞춰봐야죠.” 장조윤-장조원의 동생 장조웅(23)도 축구 선수 출신이다. 장조웅은 전주영생고(전북 현대 U-18) 졸업 후 싱가포르 곰박 유나이티드(2011~2012년)와 필리핀 노로라메란코(2013년)에서 뛰며 첫째 형, 둘째 형과 같은 팀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12월 일반 현역병으로 군 제대 후 선수 생활을 접고 현재 고양 ‘시도내 축구교실’서 지도자 경력을 쌓고 있다.
축구선수 삼형제의 아쉬움은 셋이 한 팀서 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 장조윤과 장조원은 “조웅이가 선수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지도자로 꼭 성공할 것”이라고 막내동생을 응원했다. 삼형제 동반 활약의 꿈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맏형 장조윤은 “조기축구회에서 꼭 3명이 다 같이 뛰면서 발을 맞춰볼 것”이라며 웃었다.
| |||||||||||||||||
<저작권자 ©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출처=축구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