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우리의 건축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높아졌다. 안타까움이 큰 것은 국보 1호라는 상징적 의미와 유구한 세월을 지나온 역사적 가치가 사라져서 이다. 또한 숭례문 같은 문화재는 두 번 다시 만들 수 없는 건축의 명품이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초기 전통 건축물인 봉정사, 부석사, 수덕사 등 몇 남지 않은 목조 건축들도 언제 실화를 입게 될지 모를 일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자리한 가람(伽藍)의 배치, 처마의 곡선, 배흘림기둥, 주심포·다포 등 목조 양식은 이 시대에는 다시 창조할 수 없는 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전통 유물이나 유산의 훼손에 대한 주의와 더불어 우리는 후일을 위한 빛나는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는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작품으로서의 건축물과 함께 소중한 공간이나 장소도 문화로서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괴테의 생가, 고흐의 그림 속의 집, 로렐라이 언덕까지 명소로 계승 발전시킨 외국의 사례들을 많이 보아 왔다. 르 코르뷰제가 설계한 파리의 사보아 주택은 도시계획도로를 우회시키면서까지 보존하여 지금은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는 건축 문화 순례의 장소가 되었다.
다행히 철거 위기에 처한 장욱진 화백의 한옥고택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전될 수 있었고, 한국의 선비정신이 담긴 최순우 선생의 주택도 '내셔널 트러스트'의 보호 아래 살아남아 문화 공간이 되었다. 최근에 나혜석이나 이응노 화백의 근대 미술 역사가 담긴 수덕여관이 복원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지역의 이상화 고택과 읍성의 복원 움직임도 바람직한 현상이라 본다.
리움(Leeuma)미술관은 세계 저명 건축가 3인에게 설계를 맡겨서 탄생되었다.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으로 화제가 된 바도 있지만 전시 작품과 더불어 미술관 건축물까지 명품화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우리는 옛것을 잘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 외에도 외국인들이 우리의 우수한 건축을 보기 위해 찾아오게 해야 할 것이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남겼듯이 지금의 건축물을 후손들이 잘 계승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최상대(대구건축가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