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걸음의 길이를 통틀어 우리는 '수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어떤 이는 걸음이 빠르고 짧는가 하면, 어떤 이는 걸음이 느리고 길다.
최근엔 의학의 발달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 걸음의 혜택을 누리는 것 같다.
인간의 수명은 그래도 길어야 백년이 아닌가?
나무의 수명은 어떨까?
오래 전 소백산 주목 군락지를 둘러 본 적이 있다. 거기에 소개된 주목은 살아서 천 년, 죽어 고사목으로 천 년을 서 있다고 들었다. 가히 놀랄 만한 수명이고 긴 세월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대학시절 찾아본 조계산 천자암에 서 있는 쌍향수는 전설에 의하면 천 년을 넘어 상처투성이를 간직한 채 섰지만 아직도 푸른 잎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지인의 초청으로 대만의 제2 도시인 까오숭을 방문했다가 대만의 명승지인 '아리산'을 탐방하고 나무에 대해 새삼스레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리산은 옥산을 필두로 한 18개의 높은 봉우리가 모여 있는 산의 이름으로 그 중 가장 높은 옥산은 그 높이가 3997m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
일제가 식민지배하면서 이 산의 나무들을 잘라 내기 위해 철도를 만든 것이 지금은 산 능선까지 이르는 관광철도로 이용되고 있다.
아리산의 2300m 고지에 '개측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100년 이내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능선과 골짜기를 빼곡히 메우고 서 있다. 그 틈새로 비수같은 태양광선이 스며들어 명암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가슴을 짜릿하게 한다.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폐부 깊숙히 담아본다.
음이온, 피톤치드를 허파로, 피부로 느끼고 또 느껴 본다.
그러다가 문득 '紅檜 No.1'라 이름 붙여진 거목 앞에 섰다. 아름드리 개측백나무 군락지에서 여러 사람이 손을 잡고 에워싸야 간신히 둘레를 가늠할 수 있는 거목의 숲으로 들어서자 걸음마저 조심스럽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紅檜 No.1로 붙여진 나무 앞에 서니 나무의 나이가 800년으로 추정되는 팻말에 가슴이 찡했다. 조심스레 카메라의 셧터를 눌렀다. 이어지는 방부목으로 만든 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걷는 숲속길 정면, 좌우로 거목들이 2, 3, 4, ... 36번까지 서 있다. 처음 800년이 나중엔 천 오, 육백 년으로 드디어는 이천 년이 넘는 나무 앞에 서서 할 말을 잊었다.
드디어 신목(神木) 앞에 섰다.
삼천 년을 넘었다는 나무 앞에서 숨을 몰아 쉬었다. 삼천 년을 넘었다는 나무를 그들은 신목이라 부르며 경외하는 글귀도 남기고, 찬가도 지어 바쳤다.
아쉽게도 신목은 죽은 상태로 누워 있었다.
어떤 나무는 대를 이어오는 것도 있었다.
죽은 나무의 몸에 다시 새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죽으면 또 그 위에 새 나무가 뿌리를 내려 3대를 이어오는 특이한 형태의 나무도 있었다.
나무 앞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의 나이를 언급할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나무를 대하는 자세를 바꾸기로 했다.
첫댓글 휴대폰 셀카로 고산지대에서 계단을 오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순간 참으며 셔터를 눌러 폼이 이 지경입니다.
2천미터 넘는 산을 처음 올라보니 뭔가 많이 다르네요.
전나무는 키가 무척 크지만, 수명이 삼백년이라고 합니다. 해인사 학사대를 보면 300년 더 가는 것 같습니다.
長安은 참 대단한 사나이여. 세상을 자유롭게 즐기며 사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다. 대만은 제주도의 2배정도
되는 데, 무슨 그렇게 높은 산이 많은지 ? 그리고 찌끔한 섬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자존심을 지키며 잘 살아 가는지 ?
1500년을 사는 나무들, 3000년이 된 神木.....자연의 앞에 무력한 인간들.... 우리 모두들 아옹다옹 하지 말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다 가자. 고급스런 이야기, 잘 보고 감사드리는 바이네.
풍백님의 예리한 지적으로 본문에 전나무로 생각하고 실었던 것을 '개측백나무'로 정정합니다. 여기저기 중국어사전을 뒤져 '홍회(红檜)'를 찾았습니다. 참고로 전나무(枞树, 沙松, 冷杉l), 삼나무(杉, 杉树sh, 柳杉), 향나무(桧树, 檀香, 香木), 개측백나무(红檜)의 중국어 이름을 같이 싣습니다. 우리 사전에는 '회(檜)'를 측백나무과의 '전나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죄송.
나두 어딘가 좀 미심쩎어 다시 찾아 보았지요. 회나무는 아주 다양하게 적용되는 데, Cypress 는 삼나무인 듯 합니다. 측백, 삼나무, 메타세코이아 , 낙우송 등등이 비슷해서, 전에 열심히 구분 했는데, 이젠 기억이 흐릿합니다. 측백은 잎이 납짝납짝, 편백, 화백 등등이 같은과, 메타쎄코이야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변에 많음, 삼각형, 티하나 없이 깨끗한 수형이 자랑, 활엽수, 낙우송도 활엽수, 삼나무는 상록수, 삼각형으로 비슷하나, 침엽수이고 조금 지저분해 보임. 신목이 향나무가 아닌 모양입니다. 지송. 전나무도 아닌 모양.
나무는 인간 처럼 두발로 걷지 않기 때문에 인간 보다 오래 산다. 바위는 나무처럼 성장해야 하는 부담, 잎을 피고 씨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거의 영원에 존재한다. 공기는 바위 처럼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영원 영원히 존재한다. 우주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영원 영원 영원히 존재한다.신은 존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전지전능하다. 삼천년 나이먹었다는 나무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