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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9일(수)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센터 1층 대회의실에서
"권장도서목록을 다시 생각하다'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경기도대표도서관 주최로 파주북소리 행사 기간에 맞춰
'도서관의 날' 전문인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이 자리의 의미는 자료집 개요에 따르면
'권장도서'에 대한 기준 및 현황, 문제점, 도서관의 사명과 장서개발과의 연계,
권장목록의 활용 및 개선방안에 대한 전문가 주제발표.
도서관, 출판계, 관련 전문가들간 토론을 통한 대안 제시.
참 훌륭하고 거창합니다.
우리 어린이도서연구회 여을환 상임이사도 토론자로 참여하니,
오랫동안 어린이책 목록 제작과 도서관 운동을 고민해왔던 우리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들과 구체적인 방안과 연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원들도 아침 10시에 파주까지 서둘러 모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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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제 발표는 <권장목록을 생각하다> 로 작가이자 장서개발전문위원인 강창래 씨가 했습니다.
주로 인터뷰 형식의 책을 낸 분이라선지 발표문도 도서관 이용자와 사서의 대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글머리에서부터 세미나 발표를 위해 비교적 급하게 쓰여진 글이라 글로 잘 정리가 되지 않았고,
철저하게 자료를 확인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최대한 챙겨보지 못했으니 그런 부족함을 감안하고 봐 달라는 말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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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넓은 아시아출판문화센터 대회의실에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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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목록이 독서가를 키워내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지만 그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고
오히려 선정 된 책 외 다수의 책을 제외시키고 타율적인 독서로 이끈다.
'도서관의 천사'를 만날 즐거움을 빼앗는 권장도서목록, 권장도서목록은 독서교육에 필요악, 출판문화에도 도움이 안된다..."
대체로 이런 논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그런 문제를 가진 권장도서목록 대신에
'메타북'(책에 해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메타북은 아주 진지하게 쓰여진 수준 높은 권장도서목록서라고 할 수 있고,
지금의 권장도서목록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가두는 닫힌 세계라고 보면, 메타북은 열린 체계를 가지고 있"답니다.
'도서관의 천사'란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책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자기에게 필요한 책,
더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도서관에 사는 천사가 도움을 준 것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권장도서목록에 맞춰 그 책만을 고르고 돌아서버리면 다른 책들을 만날 기회를 잃게되고
천사는 사라져버린다는 겁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치 우리 독서문화의 문제가 권장도서목록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또 열악한 우리 독서환경의 본질과 독서운동단체와 도서관의 다양성과 상호 협력보다는
대립될 필요없는 측면을 견주며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단정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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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도서관에서 활동하거나 관련한 일을 하는 참석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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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수원영통도서관 박정순 관장의 <공공도서관에서의 권장도서목록> 주제 발표가 이어집니다.
현재 발행되는 다양한 권장도서목록 중에서 인용율이 높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대한출판물협회, 문화체육관광부, 어린이도서연구회, 책따세, 간행물윤리위원회
6개 기관의 권장도서목록 현황과 경기도 공공도서관 중심으로 목록의 활용 실태를 조사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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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31개 시.군 175개 공공도서관 중 10개 시, 12개 도서관을 임의 선정하여
권장도서 활용 및 2011년도 권장도서 대출현황과 각 도서관의 최고 대출기록을 살펴봤답니다.
경기도 전체 도서관 수에 비해 조사 대상 도서관의 비율이 낮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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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된 12개 도서관의 도서구입비와 구입 방법, 공공도서권 자체의 권장도서목록 발간 현황들도 알려주었습니다.
내부 선정위원을 두고 도서관 자체에서 장서개발과 분류를 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은 타 기관 목록을 활용하는 예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권장도서목록을 활용할 때 도서선택에 대한 주제, 연령별 분류나 키워드, 서평 등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하는데 현재 발간되는 권장도서목록은 미흡하답니다.
그런데 권장도서의 대출은 저조하답니다. 이용율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매스컴의 영향을 받은 무협지 판타지 드라마, 흥미 위주의 책들이 유행을 타고 대출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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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만큼 아는 상황이지만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권장도서 활용의 개선방안으로 독서교육이 가능한 공공도서관 운영, 권장도서의 교육현장 역할,
차별화된 권장도서목록 발간을 말씀하셨는데요.
권장도서목록 활용에 앞서 지역주민의 독서습관과 독서문화를 책임질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전문인력을 갖춘 공공도서관 운영이 우선되야하고,
권장도서목록 발간 기관에서 권장도서에 대한 평가 작업을 제대로 하면서
공공도서관에서 목록을 활용한 교육지도안과 독서교육을 실시한 후 독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피드백하여
다시 목록에 반영하는 상호협력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적 업무부담이 커서 장서연구와 독서교육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공공도서관 나름의 독서교실, 독서회, 독서치료 등의 활동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도서목록들이 있으니
이런 자료로 권장도서목록을 발간하면 좀더 현장의 목소리와 독자의 반응이 담긴 창의적인 권장도서들이 될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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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토론이 이어집니다. 먼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며 <학교도서관저널> 발행인인 한기호씨의
''권장(추천)도서가 때로는 아이를 망친다, 하지만!' 이라는 토론문 발표가 있었는데요.
이분은 최근 책따세 허병두씨와 추천도서를 놓고 논쟁을 벌인 바 있다며 그 경과와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하겠답니다.
그런데 발표문에 대한 적절한 지적, 보완으로 귀한 시간을 내서 모인 참가자들의 욕구를 채우고 한발 나가게 하기는커녕
다른 이의 글들을 인용하면서 자기 입장, 신세 한탄만 자꾸 하시니 참 난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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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여을환 어린이도서연구회 상임이사의
'출판, 독서, 도서관과 권장도서목록의 접점을 생각하며'라는 토론문 발표가 있었습니다.
권장도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한계를 알면서도 고민의 이유와 방향은 다릅니다.
발표문의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좋은 어린이책을 만들려는 출판계의 노력과 좋은 책을 알리고 독서환경을 개선하려는 저희의 노력이
선순환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선정기관이 늘었고 권장도서가 늘었지만, 좋은 책과 안 좋은 책의 경계가 사라지고,
팔리는 책과 안 팔리는 책의 경계가 출판유통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권장도서가 타율적 독서를 유도한다고 보셨는데, 독자의 선택권이 억압되는 것은
권장도서가 아니라 타율적인 독서교육이 유행하기 때문이고
어른들이 책을 읽히려는 목적을 성적과 대학진학에 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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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도서관의 도서구입예산이 늘고 수서주기도 단축되어,
지금의 권장도서목록들이 선정도구로 활용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장서는 출간도서에 대한 선별작업을 거치므로 도서관은 이미 선정기관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어린이장서를 전담하는 사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린이열람실 사서의 조언을 얻는다 해도
어린이장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인데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에서 어떤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서관마다 목록을 발행하고 다수 도서관에서 다른 기관이 발표한 권장도서목록을 발췌하여 목록을 만든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권장도서목록의 정보가 부족하여 활용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 저도 공감하는데,
발췌한 목록을 여러 도서관이 중복해서 내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 작업이 수서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행정 업무의 단순 증대에 그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권장도서목록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편이 낫지 않을는지요.
지금 당장 도서관의 어린이장서 관리 업무를 전담할 부서를 갖추기 어렵다면, 여러 도서관 인력이 협력하여
권장도서목록을 점검, 평가하고 오늘처럼 그 결과를 발표하신다면 다른 선정기관들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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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교과와 연계하여 권장도서목록을 개발하는 연구가 늘어났습니다.
발표자께서 권장도서목록을 활용한 교육지도안을 마련해 독서교육을 실시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피드백한다는 제안을 하셨는데 학교에 적용되는 방법과 유사해 보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이 학교와 같이 독서활동 현장이기는 한데, 도서관은 고정된 일부 이용자보다는
불특정한 이용자들의 유동적인 목적에 부응하여야 하므로 학교와는 달리 접근해야 하지 않겠는지요.
지금 우리 현실에서 어려운 줄은 알지만, 어린이의 자료 이용을 격려하기 위해서는 분류와 배가에 관심을 쏟기를 바랍니다.
보통 어린이자료실은 영아 도서/유아 도서/초등어린이 도서 정도를 구분 배가하고, 신간을 따로 배가하는 정도로 압니다.
문제는 종수가 많고 어린이의 이용도가 높은 문학류를 어린이들이 활용하기 좋도록 분류하고 배가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언어권별, 시리즈별 정도를 배가에 적용하는데
시리즈 정보로 책을 찾는 부모한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어린이 이용자의 책 선택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하위장르, 독서수준 들을 적용한 분류/배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 공공도서관에서 미스터리, 학교이야기, 동물이야기 같은 분류를 적용하고 별치하는 것은
어린이 이용자가 자신의 독서성향을 이해하고 책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자료의 분류체계 연구에서 먼저 풀어야 할 숙제고, 도서관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하겠지만,
주어진 조건에서나마 참고봉사업무를 적극적으로 개척하시기를 바랍니다.
외부강사를 활용한 독서프로그램 진행보다 직접 자료를 연구하고 이용자의 자료 이용을 돕는 활동을 늘려나가시기면 좋겠습니다.
제가 2007년에 어린이책 정보의 과제를 말하면서,
독서 현장에서 교사와 사서가 생산하는 책 정보가 늘어나서 저희 부담이 줄어들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급증한 출판종수에 대응하는 것이 어느 한 기관의 힘으로 안 되고, 선정도구가 다양하게 공존해야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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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은 송재술 경기도 사이버도서관 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토론자들의 이야기에 발표자들이 보충설명을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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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논의로 나가지 못하고 맴도는 동안 예정된 시간이 다 갔습니다.
참여한 사람들과 토론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 간단하게 몇 사람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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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중에도 머리가 복잡하고 맥이 빠졌는데
현장 보고를 하기 위해 사진 정리하고 글 올리는데도 몹시 지치네요.
이번 세미나는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운 시간이었지만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면한 문제들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도서관 활동가들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나온 한낮, 바깥 세상은 눈부시게 환했습니다.
우리는 태양 에너지와 맛난 음식으로 헛헛함을 채웠습니다.
우리 앞에는 멀고 험한 길이 여전히 놓여있고
그 길을 헤쳐나가려면 몸과 마음의 충전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