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대중 작가 중의 한분이 아사다 지로(淺田次郞, 1951년생)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철도원』등으로 알려진 작가로, 특히 이 『철도원』은 1997년 일본의 2대 문학상의 하나인 나오키상(直木賞)을 수상했고 1999년에는 영화화되어 크게 히트했으며 한국의 극장에서도 얼마 전에 상영되었다.
『철도원』은 한문으로는 鉄道員이라고 쓰지만 읽는 법을표기한 후리가나(フリガナ)에는 ぽっぽや(뽓뽀야)라고 적혀있다. 뽓뽀라 함은 증기기관차의 칙칙폭폭과 함께 내 뱉는 기차의 기적소리를 표현한의성어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철도쟁이(?)쯤일까? 아니면 철로꾼 이라고 해야하나? 우리가 어려서 부르던 씨름꾼, 지게꾼, 장사꾼, 춤꾼... 했던 것처럼 일본에서는 그 직업의 전문가를 애정어린 표현으로 ○○야 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 철도원이란 단편집에는 같은 제목의 『철도원』을 비롯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들 모두 고단한 인생 속에서도 잃지 않고 있는 영혼의 순수성과 사람의 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일어나는 다정한 기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그대로 읽는 이로 하 여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단편집『철도원』에 담긴 단편소설뿐 아니라 아사다 지로의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굴절 된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예를 들어 그 단편중 하나인 『철도원』의 주인공 오토마츠(乙松=おとまつ)는 아내와 딸을 저 세상 으로 떠나 보낸 역장이며, 또다른 단편『러브레터』에서는 위장 결혼한 중국인 아내를 잃은 남성이, 역시 또다른 단편 『츠노하즈(角筈)에서』(츠노하즈(角筈)는 현 미나미신주쿠의 옛 지명)는 좌천된 샐러리맨이, 그리고『메리크리스마스, 산타』에서는 기소 유예로 막 풀려난 청년이 각각 이야기의 중심을 담당 하고 있다.
사실 등장 인물들처럼 작가 본인 역시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꾸려 왔다. 스스로 “소설가 가 되기 위해 소설 같은 인생을 걸어 온 불쌍한 사나이”라고 자처하는 아사다 지로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홉 살 때 평화롭던 가정이 돌연 무너져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쓰라린 경험을 했 습니다. ……그리고 부초 같은 유전을 거듭하다 열다섯 살 때부터 자신의 힘으로 살기 시작 했죠. 불량한 짓을 하던 끝에 자위대로 도망쳤고…… 마음을 고쳐 먹은 줄 알았더니 근육이 붙은 만큼 더욱 나쁜 녀석이 되어 사회로 돌아왔습니다.”
그후 다단계 판매로 거액의 돈을 수중에 넣어 고급 의상실의 경영주가 되는 등 실로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처음 소설가를 지망했을 때는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보며 폭력배 세계를 그 린 피카레스크 소설을 발표했으나, 그후 순수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이는 굉장히 우직하고 한결같은 사람이에 요. ‘소설가가 되고 싶다.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만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요.”
아사다 지로의 부인이 한 말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살던 낡은 집을 떠날 즈음 남편이 하루 에 열 시간이 넘게 앉아 소설을 쓰던 서재의 다다미를 청소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한다. 하도 긴 시간 책상다리를 하고 한곳에만 앉는 바람에 그가 앉았던 자리가 움푹 패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두 곳이 아니라 서재 여기저기에 그런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나도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아내는 가슴이 아프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 는 모양인지 다다미의 엉덩이 자국을 어루만지면서 하염없이 울더군요.”
아사다 지로는 1995년에는『지하철을 타고』로 제16회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문학신 인상을, 1997년에는 『철도원』으로 제117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또한 작품집 『철도원』 은 출간한 지 1년 만에 28쇄 103만 부나 발행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
일본의 문학계는 툭하면 허무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 그동안 눈물을 잊고 있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감동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 바로 이 『철도원』이다. 『철도원』은 곧 폐선될 처 지의 외진 시골역을 지키며 평생을 보내고 정년 퇴직을 앞둔 역장과 그를 찾아오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낯선 초등학생과 여고생. 온통 눈에 둘러싸여 불빛조차 아련한 풍경 속에 나타 난 그 자매는 이미 죽은 역장의 딸이었다.
“유키코…… 어제 저녁부터 차례차례 자라 가는 모습을 이 아비에게 보여 준 게로구나. 저녁 참에는 책가방을 메고 아비 눈앞에 차렷 해보였지. 그리고 한밤중에는 좀더 자란모습을, 그리고 이번에는 미요리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17년 간 성큼성큼 자라는 모습을 아비에게 보여 준 게로구나…….”
소녀의 목소리는 내려 쌓이는 눈발처럼 조용했다.
“왜냐면요, 아버지는 변변히 기쁜 일 한번 없으셨잖아요. 저까지 자식 노릇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죽어 버렸고요. 그래서…….”
―’철도원’에서
소박한 표현과 거침 없는 어조는 머리를 거칠 사이 없이 가슴속에 울려 퍼져, 설령 번역을 거쳤다 하더라도 그 감동은 퇴색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아사다 지로는 독자를 울리려고만 들지는 않는다. 눈물샘을 자극하면서도 감정이 솟구치는 부분과 억제하는 부분이 기적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어 내면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눈물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철도원』에는 딸이 아플 때조차 깃발을 흔들며 역장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있다.
17년 전 눈 내리던 날 아침, 아내의 팔에 안긴 유키코를 저 홈에서 보냈다. 평소 하던 그대 로 수신호를 하여 기차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밤 기차로 유키코는 싸여 갔던 모포에 말려 차디찬 몸이 되어 돌아왔다.
“당신, 죽은 아이까지 깃발을 흔들며 맞이해야 되겠어요?”
아내는 눈 쌓인 홈에 쪼그리고 앉아 죽은 유키코를 꼭 끌어안고 그렇게 말했다.
그때 뭐라고 대답했던가.
“그래도 내 일이 철도원인데 어쩌겠어. 내가 홈에서 깃발을 흔들지 않으면 이렇게 눈이 쏟 아지는데 누가 기하를 유도하겠어? 전철기(轉轍機)도 돌려야 하고, 학교가 파한 아이들도 다 들 돌아올텐데.”
―’철도원’에서
「鉄道員(ぽっぽや)」의撮影에使用되었던 기하(キハ)40764
피붙이의 죽음보다 책임을 우선하는 주인공 오토마쓰를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못하다.
그가 어지간해서는 미요리 읍내에 나가지 않는 건 한창 나이의 여자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더 허망해지곤 했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꼭 죽은 유키코 또래의 아이들만 눈에 띄어 견딜 수가 없었다. 빨간 책가방을 집었다 놓은 일도 있었다. 한번은 점퍼에 머플러까지 정말 사들었다가 그대로 들고 돌아올 수도 없어 지나가던 아이에게 줘버린 일도 있었다.
―'철도원'에서
억누를 길 없는 감정을 직업이라는 얼굴로 감추는 모습은 참고 견뎌 내야 할 일이 많은 중년의 샐러리맨들로부터 압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가장 괴로웠던 일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오토마츠는 딸의 죽음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사토 오토마츠로서 가장 괴로웠던 일은 물론 딸의 죽음이고, 두 번째로는 아내의 죽음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철도원으로서 오토마츠가 가장 슬픔에 잠겼던 건 매년 집단 취업(지방의 중학교 졸업생들이 집단으로 상경하여 노동 조건이 열악한 곳에 취업하는 것)으로 떠나가는 아이들을 플랫폼에서 배웅하는 일이었다.
“……너보다 두세 살 어린 아이들이 울면서 마을을 떠나갔지. 그걸 보고 차마 나까지 울 수 없었어. 모두 정신 차리고 똑바로 잘들 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 어깨를 두드려 가며 웃 어야 했던 게 제일 괴로웠지. 저쪽 홈 끝에 서서 기차가 안 보일 때까지, 기적 소리가 사라 질 때까지 경례를 하고 있었던가……. 아니구나. 그땐 차에 타고 있었어.”
―'철도원'에서
이런 감정의 자제는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며, 이것이야말로 일본인의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원래 서양 사람이나 중국 사람에 비해 일본인은 말과 행동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며, 정이 많은 한국 사람에 비해 감정의 기복이 적다는 말들을 한다.
또 굳이 직업과 사사로운 정을 구별하는 모습은 한국 사람의 눈에는 혼네와 다테마에가 다 른 것으로 의아하게 비칠 것이다[역주:혼네(本音)란 본심·속뜻을 뜻하며, 다테마에(建前) 란 표면상의 방침·원칙을 뜻한다. 일본인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이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500여 년에 걸친 무사 시대에 상하 관계의 질서를 지탱해 주던 충(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이상적인 태도로 간주되어 온 시대적 배경이 있다.
영혼에 말 걸기
일본 문학에서는 아무리 사소설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때에는 마지막까지 이성의 제어를 잃지 않는 것이 원칙처럼 고수되고 있다.
이런 ‘감정의 검열’을 깨뜨린 것이 아사다 지로류(流)라고 부를 수 있는 문체이다. 특히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에서 때로는 연극의 독백처럼 대화 표현의 틀조차 무시하고 등 장 인물들의 말 걸기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철도원』에 수록된 『러브레터』라는 단편소설은 변변한 야쿠자도 되지 못하 는 어정쩡한 사내가 예전에 자신과 위장 결혼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중국인 아내가 죽었 다는 소식을 듣는 이야기이다. 그녀가 죽은 후 받은 편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내가 죽으면 고로 씨 만나러 와줍니까. 만약 만나면 부탁 한 가지만.
나를 고로 씨 묘에 넣어 주겠습니까. 고로 씨의 아내인 채로 죽어도 좋습니까.
…… 바다 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옵니다. 아주 캄캄합니다. 누운 채, 손 한 쪽으로만, 서투 른 글씨 미안합니다.
고로 씨가 정말 좋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누구보다 고로 씨가 좋습니다.
아픈 거, 괴로운 거, 무서운 거가 아니라 고로 씨를 생각해서 울고 있습니다. …… 슬픈 거 괴로운 거가 아니 고 고맙다고 눈물이 나옵니다.
― 단편집『철도원』의 『러브레터』에서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사랑의 말과 함께 남자의 이름을 아홉 번이나 부르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까지 솔직한 감정의 토로는 일본 문학을 적잖이 당황케 했다. 하지만 완벽한 구성과 색다른 설정, 막힘 없는 대화, 인간미 있는 인물 등이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사다 지로의 거짓 없는 세계에 그대로 몸을 맡겨 버리게 만든다.
아사다 지로 작품의 신선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장치로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생사의 존재이다. 죽은 딸이 이야기를 풀어 내는 『철도원』만이 아니라 그 밖의 작품에서 도 영적인 존재가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나아가 등장 인물 사이에 죽음이라는 경계가 끼여듦으로써 일상적인 인간 관계 속에서는 부끄러워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대화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이다.
『츠노하즈(角筈)에서』는 브라질로 좌천된 자식이 없는 샐러리맨 앞에, 소년 시절 자신을 버리고 실종된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십수 년 만에 나타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손이 교이치의 어깨를 가만히 짚었다.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교이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리광을 부렸다. “아버지, 나 이렇게 어엿한 샐러리맨이 됐어. 아버지가 말한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제일 좋 은 대학에 갔고, 아버지가 되고 싶던 샐러리맨도 됐어.”
……
“……나는 버려진 애니까 아무한테도 질 수가 없어. 만약 뒤떨어지면 버려진 애라서 그렇 다고,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애라서 그렇다고 다들 손가락질할 거 아냐? 그건, 아버지 어머니 한테 죄 짓는 일이니까 절대 그럴 수는 없었어. 둘째도 안 돼. 둘째 앞에는 첫째가 있잖아. 그애한테도 그런 소리 들을 거 아냐? 단 한 사람에게도 질 수가 없었다고.”
교이치의 말을 들으며 아버지는 솟구치는 감정을 견디려는 듯 입을 꽉 다물고, 파나마 모자 의 차양을 올려 가로등을 올려다보았다.
사실은 그보다 더 괴로운 일이 있었다. 훌륭한 샐러리맨이 되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되지는 못했다고 말하려다 교이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 단편집『철도원』의 『츠노하즈(角筈)에서』에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
아사다 지로 작품 속에는 세상을 떠난 사람만이 아니라 결국에는 떠나가는 것, 사라져 버리 는 것, 스러져 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다.
『철도원』의 역장은 정년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고 기차 노선은 폐선 직전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츠노하즈』의 츠노하즈(角筈)는 지금은 불리지 않는, 도쿄 제일의 번화가 신주쿠의 한 구역(현 역이름은 南신쥬쿠)의 옛 이름이다. 이렇듯 노스탤지어의 향기가 듬뿍 감돌고 있다. 또한 『오리온좌에서 온 초대장』은 각자 사연을 간직한 채 별거중인 부부가 고향의 오래된 극장이 문을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갖는 상영회에 참석하는 이야기이다.
“…… 1950년 4월 주인 어른께서 이 영화관을 개관한 이래, 무슨 일이 있어도 니시진 영화관의 불을 끌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습니다. 에, 그렇지만 이제 나이 들고 보니 영사 기사로는 가장 중요한 눈도 말을 안 듣게 되었습니다. 필름을 돌리다 죽고 싶은 마음이야 정말 간절했지만 의사 선생도 이제 더는 안 된다고 하시고, 집사람도 이제 그만…….”
……
“……어줍잖은 잔소리를 길게 늘어놓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마지막 필름, 정성을 담아 상영 해 드릴까 하오니, 부디 즐겁게 관람해 주십시오. 필름은 저와 제 집사람이 함께 되고 나서 처음으로 오리온좌에 걸었던 추억이 깃들인 영화올시다. 집사람은 아직도 그걸 기억하 고…….”
―『철도원』의 『오리온좌에서 온 초대장』에서
영화를 몹시 사랑하는 영화관 주인인 노부인은 공교롭게도 마지막 상영회날 아침 세상을 떠난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몽환적인 벚꽃으로 채색되어 있다.
한국의 국화 무궁화는 뜨거운 하늘 아래에서 여름 내내 끈질기게 꽃을 피워 한민족의 끈기 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편 일본 민족의 마음의 국화(일본의 국화는 국화(菊花)이다)인 벚꽃은 꽃잎 하나하나는 나약하고 보잘것없지만 무리를 이루면 장관을 이루며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벚꽃의 전성기는 고작 1주일 정도이며 그 덧없음 때문에 아름다움이 한층 돋보인 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서 미를 발견하는 것이 일본인의 감성일지도 모른다.
일본은 산과 물의 나라이며 계곡에서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드는 물의 흐름은, 일본 열도의 혈류로서 대지뿐 아니라 일본인의 마음도 적셔 왔다.
사계절 계절마다 빼어난 경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문학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어 왔으며, 그것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감성을 길러 주는 토양이자 주제의 대상이 되어 오기도 했다. 일 본 고유의 정형시인 하이쿠(俳句, 역주:5·7·5의 3구 17음으로 되는 단형시)에서는 계절을 표현하는 단어를 넣는 것이 규칙으로 되어 있다.
유럽의 건축은 부동불변의 석조로, 아시아의 건축은 자연과 공존하는 목조로 표현할 수 있 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사원은 풍화할수록 가치를 지닌다. 감히 덧칠을 입히지 않는다. 이런 일본적인 감성, 즉 변해 가는 것, 바뀌어 가는 것에서 정서를 느끼는 점을 이해하고 일본 문 학을 읽으면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 문학은 과도기를 맞고 있다.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져 장르를 구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으며 젊은이들은 활자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또한 소설이 베 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으며, 종이라는 매체는 인터넷의 등장에 의해 그 위치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아사다 지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철도원』은 현재 소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다소라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낸 책 으로, 한 사람이라도 많은 독자가 읽었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단편소설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출판계의 정설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바꾸어 놓고 싶다 고 생각했죠. 현재 활자를 멀리 하고 소설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을 몰고 온 원인 가운데 하 나는 단편소설이 읽히지 않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설 읽기를 시작할 때 갑자기 『전쟁과 평화』부터 읽는 사람은 없죠. O. 헨리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단편소 설부터 시작해 소설에 친숙해져 가는 게 보통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나 O. 헨리의 작 품 같은 훌륭한 단편소설이 많이 출판되고 그 작품들이 팔렸던 시대는 문학에 있어 행복한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사다 지로는 피카레스크 소설로 출발하여 대중문학, 중국 역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 품을 섭렵하고 있으나, 나 개인적으로는 향기가 가득한 『철도원』이나 『은빛비』 등의 단편집은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사다 지로는 소설을 집필할 때면 마치 천사가 춤추며 내려오는 듯한 영감을 받는다고 한 다.
작품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몽땅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걷고 있어도 ‘천사가 내 려오기’ 때문에 곧장 가까운 호텔로 뛰어 들어가 묵으면서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 상시에 대비하여 그의 가방 속에는 항상 만년필과 원고지가 준비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작가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움을 놓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아저씨는 말이야,
우리 아버지 말씀을 믿고 살아왔어.
끊임없이 이어진 레일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는 기차처럼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아저씨는 기관사가 된거야.
그리고 철도원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려고 해.
후회는 없다."
히로스에 료오코
류이치 사카모토 - Railroad man
첫댓글 아사다 지로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습니다! 철도원 저도 감명깊게 본 영화였어요~! 물론 책으로 만나기 이전 영화로 먼저 만났죠~! 원래 소설을 쓰려면 소설가 자신이 사전 수전 공중전을 산 사람만이 쓸 수 있다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수 있었다는걸 다시 한번 확인 합니다!
일본 國화가 벚꽃인줄 알았었는데 국화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