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더 큰 것이나 더 작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 4공화국이나 5공화국은 그냥 악일 뿐입니다.
그 5공화국의 탄생은 지켜보았으나
뿌리가 5·16이라는 것은 몰랐습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군사정변은
우리 시대의 정치상황을 암흑으로 몰아넣었고
거기 정의와 자유, 진실과 인권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짓밟힐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현대사,
그 한복판을 살아오면서 내 안에 자라난 것은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에 내 삶을 쏟아 부어야겠다는 의지 하나,
그렇게 어둠의 시대라는 이름의 언덕을 넘어보려고 했지만
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답답함이
가슴 한쪽 구석에 있었는데
혹시 그 어둠의 역사를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오히려 부아를 돋우고 속을 시끄럽게 했을 뿐
역사적 진실을 말하기는커녕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어둠위에 어지러움을 보태는
너절한 언어의 잔치였다는 것 말고는 남은 게 없습니다.
결코 소설 축에 넣을 수도 없는 천박한 글 나부랭이
단지 하나 남은 것이 있다면
가야 할 길이 그리 멀지는 않지만
내 길을 뚜벅뚜벅 가야겠다는 다짐 하나,
스스로에게 묻는 ‘정의와 진실과 인권과 자유’라는 가치를 오롯이 담은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남은 길을 가는 이들과 어깨동무하고
춤추듯 또 남은 길을 가야겠다고 중얼거리며
무릎 펴고 일어설 의지에 힘 하나를 보탠 시간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소설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것,
긴 날숨 하나 내쉬고 나니
비로소 펴 지는 얼굴,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