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62억개 팔린 ‘국민 간식’
[기획연재 맛의 역사] ② 삼립호빵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trend) 속에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이 출시되고 또 사라진다.
시대 및 세대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이 다르고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십
년간 사랑받는 ‘장수식품’으로 군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먹거리 제품이 있다. 지난 9월 27일자 ‘맛의 역사 ① 농심
새우깡’에 이어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들이 시공을 초월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비결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호빵은 SPC삼립이 빵의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개발했다.
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호빵은 여전히 '겨울철 대표 빵'으로 전 국민의 입맛과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SPC삼립 제공
“뜨거워서 호호~ 맛이 좋아 호호~”
1970~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광고 문구다. 겨울철 대표 간식 ‘삼립호빵’의 슬로건이다.
쌀쌀해지는 바람과 함께 동네 구멍가게나 문방구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빨간색 원형 찜통이 등장했다면,
그것은 바로 ‘겨울이 시작되었다!’ 는 신호탄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을 어느 겨울날, 호빵 찜통 안을 뱅글뱅글 돌려 조심스레 하나를 꺼내어 얇고 뜨거운 종이 받침을
벗겨내고 두 손으로 폭신하게 한입 베어 먹던 시절. 우리가 그 시절을 따뜻한 겨울로 기억하는 것은 ‘영혼의 겨울 간식’
호빵이 주는 추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호빵은 제과·제빵으로 시작한 국내 종합식품기업 SPC삼립(당시 삼립식품)이 빵의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선보인 계절상품이었다. 50여 년이 흘러 빵이 제2의 주식으로 사계절 내내 소비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호빵은 여전히
‘겨울철 대표 빵’으로 전 국민의 입맛과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1971년 출시 후 하루 출하 100만 개 돌파하며 베스트셀러로 등극
삼립호빵이 처음 출시된 1971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호빵은 출시 후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정 판매했지만, 당시 SPC삼립 연간 매출의 15%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화제였다. 이에 경쟁 업체에서
‘증기빵’을 출시해 도전했지만, 삼립호빵은 1971년 12월 31일 하루 출하 100만 개를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갔다.
호빵은 가정용으로 먼저 출시됐지만 1972년 1월 1일부터 판매처에서 직접 쪄서 팔 수 있도록 했다.
SPC삼립은 국내 최초로 제품 진열대를 배포했으며, 소비자가 거리에서도 따끈한 호빵 맛을 볼 수 있도록 문이 없는 알루미늄 재질의 원통형으로 찜기까지 설계·제작했다. 당시 SPC삼립의 판촉 장비 지원은 경쟁 업체에서 따라 할 엄두도 못 낸 독창적
발상이었다.
삼립호빵 CM과 CF도 성공적이었다. 호빵 CM은 1978년 2월 동아방송 대상과 문화방송 광고대상에서 특별상인 노래광고상
영광을 안았다. 1985년 11월 1일에는 호빵 CF가 한국방송공사 광고대상 식품TV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출시 후 50년
동안 호빵의 누적 판매량은 62억 개로, 연평균 1억2000만 개씩 팔려나갔다. 2021년 현재 인구 수(5000만 명) 기준으로 전
국민이 매해 호빵을 2.6개씩 먹어 온 셈이다. 과연 ‘겨울철 국가대표 간식’으로 손꼽힐 만하다.
◇반세기 넘도록 식지 않는 인기 비결은 ‘품질 고집과 끝없는 도전’
출시 51주년을 맞은 삼립호빵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삼립호빵 매출은 1200억원으로 매년 약 12%씩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호빵이 이제는 ‘장수제품’을 넘어 식품 트렌드까지 이끄는 ‘인싸템(주류가 선호하는 아이템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립호빵의 인기 비결은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는 R&D (research and development) 투자에 있다.
SPC삼립은 특허받은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한 발효미(米)종에 쌀 당화액(쌀과 누룩의 발효로
생성된 당)을 더한 ‘발효미(米)종 알파’를 올해 출시되는 호빵 전 제품에 적용했다. 쌀 특유의 감칠맛과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을 구현했다. 2016년에는 SPC그룹이 직접 개발한 ‘토종효모’를 적용해 전체적인 호빵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했다.
특허받은 포장 기술인 ‘호빵 스팀팩’도 독보적인 아이템이다. ‘호빵 스팀팩’은 포장지를 뜯지 않은 채 전자레인지로 제품을
가열하면 적절한 시점에 포장지가 알맞게 열리도록 개발된 기술로, 내부 습도가 유지되어 찜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촉촉하고 폭신한 호빵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 트렌드에 맞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1개입 호빵의 편의성도 강화했다.
더불어 전통의 스테디셀러인 단팥·야채·피자·고구마 호빵을 기본으로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다. 로제·민트초코·내슈빌 호빵 등 새로운 원료로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SPC삼립의 유통채널·플랫폼 별 맞춤형 마케팅도 호빵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SPC삼립은 2018년부터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창고형 매장 전용으로 ‘대용량 호빵’을 출시했다. 대용량 제품의 단점인 보관 문제를 낱개 포장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취식의 편리함까지 갖춰 인기다. 혼밥족이나 1인 가구를 겨냥해 편의점에서는 ‘한돈고기 호빵’ ‘고기가득 만빵’
‘찜갈비 호빵’ ‘김치제육 호빵’ 등으로 제품군도 다양화했다.
젊은 감성을 사로잡는 차별화 마케팅도 삼립호빵이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 비결이다.
SPC삼립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감성에 맞는 소셜미디어 마케팅과 다양한 이벤트로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유튜브에는 ‘스튜디오 삼립’ 채널을 열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삼립 미식썰’이라는 주제로 신제품과
스테디셀러 제품을 소개해 소비자 눈길부터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1971년 처음 출시했던 패키지 디자인으로 추억을 되살리고 ‘삼립호빵’ 전용 폰트도 개발해 시선을 모았다. 2019년부터 매년 삼립호빵 한정판 굿즈 ‘호빵가습기’와 ‘호찜이’(호빵찜기 모양의 미니 찜기)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호찜이’는 출시 한 시간 만에 1만5000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SPC삼립은 올해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선정하고, 굿즈 ‘호찌머그’를 출시하는 등 ‘따뜻함은 커진다’라는 콘셉트로 고객
가슴에 온기까지 전하고 있다.
첫댓글
지금도 호호 불며 먹는 호빵
요새는 안보이더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