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는 인터넷선이 우리 집 안으로 연결되어 밤이나 낮이나 시간이 있을 때마다
컴퓨터를 열어 인터넷이 되는지를 점검해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했다.
지금까지는 수사님들 집으로 가서 그 정원에 앉아 인터넷을 할 수 있었는데, 때로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때가 많아 허탕을 치고 올 때가 많았다.
미라클 직업학교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아침 시간에는 전혀 안되고 늦은 오후부터
저녁시간에는 인터넷이 되긴 하지만 5시30분이면 해가 지기 때문에 금방 어두워진다.
어두움을 좋아하는 모기들이 활동하기 시작하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님을 만날까봐
집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많은 사진들을 올리다보면 어둠속에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이제 그 모든 어려움들이 끝나고 집안에서 다른 일들을 하면서도 사진들을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곳 솨미나드의 행복한 삶이 거의 완전해 보인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은 해결이 되었는데 이틀 전부터 물이 안 나온다. 이곳에서 한 달 이상을
살아오면서 물이 안 나와 고생하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물이
안 나온 적이 있었지만, 물탱크가 있어서 그물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물탱크의 물도 고갈되기 마련인데, 너무 맘 놓고 물을 쓴 것이 아닌가
반성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는 잠시 묵상해보았다.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의 탱크가 바닥이 나도록 쓰고 나면 영혼이 메말라지는데,
그때 우리는 어디에서 그 은총을 다시 채워 넣을 수가 있을까?
은총의 탱크는 기도임을 알게 해주신다. 기도 없는 활동은 곧 은총의 탱크를 바닥이나도록 쓰는 것이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하느님과 은밀히 만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함을 깨닫게 해주신다.
탱크의 물을 마지막 한 방울 까지 다 쓰고 나니 비키 아줌마가 어디선가 물을 길어
왔다. 아프리카 여인들을 정말 힘이 좋다. 우리가 들 수도 없는 무게들을 손쉽게
들어서 머리위에 얹어놓고 몇 시간이라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무겁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면 아프리카 남자들은 그게 뭐 무겁냐고
오히려 나무라는 표정들이다. 내가 아직도 젊다고 생각해서일까?
내 나이를 물어오는 사람은 결코 없다. 여기서는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그냥 살다가 늙으면 죽는 것이니까... 40살이 평균수명이니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장례식이 있고 장례식이 있으면 모든 일을 정지하고 장례식으로 달려간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장례식이 있으니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어느 누구로
부터 왕따 당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아직도 부족사회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무리 속에서 그들은 안정과 행복을 찾는다.
장례식에 다녀온 한 사람에게 내가 물었다“ 그분은 몇 살에 돌아가셨나요?”
“아주,아주 늙은 사람이었어요. 60살이 넘었으니....”나는 속으로 얼마나 웃었던지....
아마도 그 사람이 나의 나이를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으리라.
내가 정년퇴임하고 온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정년이라는 것이 없는 이 나라에서
만 65세가 넘은 여자가 혼자 이 땅으로 와서 살며 일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이렇게 나이를 묻지 않는 나라에 오니 나 역시 나의 나이를 더욱 의식 하지 않게 되어
좋다. 나도 그냥 살다가 죽으면 될 테니까.... 내가 죽은 다음에 내가 몇 살이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되면 이렇게 말하겠지 “그 여자는 성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오래,오래
살았데요, 70살이 넘게 살았으니....“ ” 오, 주여 당신 손에 제 생명을 맡겨드리나이다“
“오늘은 물이 어떻게 해결 되겠지” 하면서 컴퓨터를 켜니 이제는 전기가 끊어졌다.
전기가 없으면 인터넷도 물론 안 된다.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 순간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밧데리의 힘으로 글을 쓸 수는 있다.
완전한 행복은 결코 없다. 하나가 채워지면 또 하나가 부족하다.
부족한 상태를 받아들이면 마음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컴퓨터에 밧데리가 다 하면 그때는
글도 쓸 수가 없게될 것이다. 아직은 빛이 있어 활동할 수 있으니 저녁일은 저녁에 맡겨본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떠올리며 나도 자족하는 법을 배우고 있음을 알고 기뻐한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 4,11-13)
첫댓글 * 샬롬^*^ 아녜스님..!! 이 방에 들어 오면 님^^ 에게서 사도바 오로의 열정을 봅니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찬양 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
[ 에페1,3 ]라신 사도의 찬미를 저도 드립니다. 로사리오 꽃 길을 거닐며....!! ^*^
루시아 자매님, 감사해요. 저는 자매님의 열정을 이곳까지 느끼고 있답니다. 우리 카페에서 그 어떤 젊은이들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시는 성경말씀도 한구절, 한구절 힘이 되고 있구요. 내년4월에 만나면
엄청 반가울것 같네요. 오늘도 주님 사랑 안에서 기도로 만나요.
주어진 환경에서 그 어려움 속에서 언제나 주님 함께 하는 그대....순간 순간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그분의 뜻으로 받아 드리는 그 모습이 바로 하느님의 모습 그분을 닮은 사랑받는 자녀임을 가슴으로 느낍니다
노랑나비님, 항상 사랑으로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지구 저편에 있는 친구들과 글을 통해서 날마다 친교할 수 있으니 문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요! 그대도 아직 많은 봉사활동하느라 많이 바쁘군요. 주위분들께도 인사 전해주세요. 사랑해요!
하루하루 하느님께 의지하지 않고는 살수없는삶.
그분께서 항상 돌봐주고 계시기에 저, 선생님, 우리모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