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에워싸고
시/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시(詩) 해설, 나태주 시인
중학교 2학년 겨울의 일이다. 돈 대신 쌀 몇 말을 하숙비로 주고 몇 달 동안 서천 읍내에서 하숙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다. 춥고 배 고프고 가난하기만 하던 때, 찐빵 하나가 먹고 싶어 빵집 앞을 서성이던 때. 그 시절 함께 하숙 하던 친구가 읽어준 시가 바로 박목월 시인의 ‘산이 날 에워싸고’ 바로 이 시였다. 왜 나의 마음이 여기 와있을까. 생각했다. 다만 가슴이 콱 막혔다. 그것은 답답함이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그 뒤범벅이 된 어떤 기쁨 같은 것이었다. 환희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시인이란 사람이 되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 는 나를 시인으로 이끈 시다.
*(해설자 약력)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1(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50년간 끊임없는 창작 활동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 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국민 시인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등 100여권 공주 문화원장, 소월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유심 작품상 등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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