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가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거리 곳곳에서 푸른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고, 전기차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한민국의 전기차 보급 대수는 3만1154대로, 2017년 대비 110%나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 보급사업이 본격 시작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보급된 물량인 2만5593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주변에 전기차가 부쩍 많이 보이는 게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증가한 보급량과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현실성 있는 국산 전기차 보급으로 현실화된 EV 라이프
쏘울 부스터 EV 같은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국산 전기차 덕분에 전기차 보급률이 크게 늘어났다
전기차가 부쩍 늘어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현실적인 전기차 1충전 주행거리의 증가다. 과거에는 배터리 1회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아 장거리 운행 시 불안감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300~400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전기차가 많이 늘었다.
둘째,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첨단 편의시설이 탑재되어 편의성이 좋아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니로 EV, 쏘울 부스터 EV 등 실용성이 높고 가격은 수입차 대비 낮은 국산 전기차가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인프라의 확충이다. 2018년 기준 급속충전기의 수는 1866기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설치된 933기보다 200%나 증가했다. 아울러 올해 5월 2일 기준, 전국적으로 설치된 급속과 완속충전기 수는 1만8426개에 이르고 있다. 이런 이유 덕분에 전기차는 우리의 일상으로 깊숙이, 그리고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플러그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건, 전기차가 가진 여러 기능과 특징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기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전기차가 기름과 내연기관 대신 전력과 전기모터를 사용한다는 건 이제 대부분의 국민이 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전기차만의 특징과 기술은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전기차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전기차의 숨은 편의 기술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간다면 보다 스마트한 EV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한 드라이빙의 비밀,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과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는 스티어링 휠 뒤쪽 왼쪽 패들을 당기면 ‘원페달 드라이빙’을 쓸 수 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하며 속도를 줄이거나 제동을 할 때는 운전자가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또한, 엔진 브레이크를 쓸 때도 운전자가 변속기를 하향 변속해야만 제대로 된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는 결국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고스란히 엔진 마찰로 인한 열손실로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이 전기차에서는 달라진다. 운전자가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을 한다는 점은 같다. 다만 전기차는 가속 페달의 조작만으로 가속과 감속, 완전 정지까지 가능하다. 쉽게 말해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가속이 이뤄지고, 발을 떼면 마치 내연 기관의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처럼 속도가 줄어든다. 이게 바로 최신 전기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변속기를 하향 변속할 때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다른 방식으로 거둘 수 있다. 회생제동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최신 전기차는 스티어링 휠 뒤에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시프트패들을 설치해 운전자가 회생제동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쪽 패들을 이용해 회생제동량을 운전자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는 스티어링 휠 뒷편의 패들 2개를 이용해 회생제동량을 0~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왼쪽 패들을 당기면 회생제동량이 1단계씩 상승해 감속도가 커지고, 우측을 당기면 감속도가 줄어든다. 특히 왼쪽 패들을 0.5초 이상 당기면 회생제동량이 증가하고, 계속 당기고 있으면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이 작동해 완전 정차도 가능하다.
전기차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회생제동이 이뤄져 배터리를 충전한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회생제동이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 말이다. 회생제동은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퀴를 돌리던 전기모터가 거꾸로 바퀴에 의해 강제로 돌아가면서 발전이 일어나 배터리를 충전하는 식이다. 이렇게 모터가 전기에너지를 발생할 때 생기는 힘(토크)을 이용해 차를 감속시켜 일종의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거둔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밟다가 떼면 모터에 역 토크가 걸려 속도가 줄게 되고, 운전자가 패들을 이용해 회생제동량을 강하게 설정하면 보다 강하게 제동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전기차는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계기판에 AUTO가 뜬 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AUTO가 파란색으로 바뀌며 스마트 회생제동이 시작된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차 니로 EV는 여기서 몇 발짝 더 나아갔다. 바로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서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는 이 회생제동량을 자동차가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 제어한다. 구체적으로 레이더를 활용해 도로 경사 및 전방 차량과의 속도, 거리 차이를 분석해 회생제동량의 단계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제어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사용하면, 불필요한 브레이크 조작이 약 80% 이상 줄어 운전자의 피로도가 크게 낮아진다. 또한, 쓸데 없는 가감속을 피하기에 실제 연비를 약 1.7% 개선할 수 있다.
스마트 회생제동을 쓰기 위해서는 우측 패들을 1초 이상 당기면 된다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은 차의 속도가 10km/h 이상일 때 우측 패들을 1초 이상 당기면 활성화된다. 계기판에 AUTO라는 흰색 문구가 뜨고, 문구의 색이 파란색으로 바뀌면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도로 경사가 변할 때, 전방 차량과의 차간거리가 감소하거나 증가 할 때, 전방 차량의 속도가 감소하거나 증가할 때만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고, 그 외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내 맘대로 쓴다, 유틸리티 모드
구동용 배터리의 전력을 사용하는 유틸리티 모드는 단어 그대로 전기차의 다목적성을 극대화 한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에 적용된 유틸리티 모드는 구동용 메인 배터리를 사용해 차량의 여러 부가기능(냉/난방, 멀티미디어 시스템), 12V 아울렛을 통해 외부 전기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세계 최초 기능이다.
12V의 보조배터리를 쓰지 않고, 구동에 사용되는 64kWh 고전압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전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시동이 걸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차가 움직일 염려 없이 안전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약 1kWh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틸리티 모드를 잘 활용하면 캠핑 등의 야외활동을 할 때 이론상으로는 이틀 이상 고전압 배터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계기판에서 ‘사용자 설정 → 유틸리티 모드’를 찾아 선택하면 기능을 쓸 수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우선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의 시동을 ‘ON’ 시킨다. 이 때, 계기판에 ‘주행가능’ 표시등이 켜지고 변속기는 ‘P’에 놓여져 있어야 한다. 그 후, 계기판의 ‘사용자 설정 → 유틸리티 모드’에서 기능을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계기판의 주행가능 표시등이 꺼지고 ‘유틸리티 모드’ 표시등이 켜진다. 또한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틸리티 모드’ 기능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가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유틸리티 모드가 활성화 되면, 차량 구동을 제외한 그 외 모든 기능을 평상시처럼 쓸 수 있다. 날이 더울 때는 에어컨을 켜놓은 상태에서 음악을 틀어 실내를 시원한 미니 콘서트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캠핑을 갔을 때 각종 캠핑기기의 전원을 전기차에 연결해 보다 쾌적한 캠핑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내연기관 차와 달리 매연이나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는 점 등 유틸리티 모드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빅데이터 기반의 주행 가능 범위 표시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있어,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는 운전자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을 끼친다. 이런 불편함이 전기차에서는 불안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기 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주유소에 비하면 아직까지 그 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 정보가 부정확하면 충전소까지 향하는 도중에 배터리가 방전되는 불상사를 경험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 제공 덕분에 운행 가능한 범위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된 ‘빅데이터 기반 주행가능거리 정보 표시’ 시스템이다. 기존의 전기차는 배터리 잔량과 운전자의 운전 패턴만을 분석해 실시간 주행가능거리를 제공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차량 제어 정보 외에 운전자의 운행, 주변 환경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현재 위치에서 주행 가능한 지역들을 지도상에 표시해 준다. 덕분에 운전자는 직관적으로 운행 가능한 범위를 알 수 있고, 생각하고 있는 목적지를 갈 수 있는지 또는 충전이 필요한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미래의 도로를 가득 채우게 될 전기차 덕분에 우리의 생활은 좀 더 스마트해질 게 분명하다
흔히들 전기차는 자동차가 아닌 전자기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자동차 내부에 화석연료가 한방울도 흐르지 않고, 전력으로만 움직인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은 것은 아니다. 작동 방법, 탑재된 기능, 스마트기기와의 무궁무진한 확장성 때문에 전기차를 또 하나의 전자기기로 부르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나올 전기차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첨단 기능이 탑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연기관 자동차였다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스마트한 전기차라면 가능할 것 같은 그런 기능들 말이다. 이미 몇몇 기술은 현실이 되었고, 그 중엔 우리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술이 많다. 앞으로 나올 전기차에는 또 어떤 기발한 기술이 탑재되어 우리의 EV 라이프를 윤택하게 해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