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문도 신부님

[엠마오]

라이문도 신부님

옆 집 가르멜 수도회 소속 박종인 라이문도 신부님 선종 소식, 가르멜 수도원을 바로 우리 옆집이다. 가르멜 수도회, 가르멜 전교수녀회, 노틀담 수녀회 세 수도회가 있어 우리는 인천의 바티칸 시국이라고도 한다. 우리 수도회가 성장하면서 큰 집이 필요할 때, 계양산 자락에 먼저 터를 잡으신 가르멜의 정대식 신부님이 장소를 소개해주셔서 우리 수녀회도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거리상 가까우니 그야말로 이웃사촌이다. 매일의 성찬 전례인 미사를 집전해주시고 큰 행사도 서로 참석하고 응원하면서.

내가 청원소에 입소하니 그 옆 집에(수도회) 라이문도 신부님이 계셨다. 서로 젊은 시절, 함께 계양산에 오르면 산 꼭대기 정상 바위를 밟고, 진지한 자세로 가곡을 부르시던 모습이 회상된다. 넘 진지해서 좀 우스꽝스럽기도 했는데, 그 진지함은 평생 한결같으셨다. 이리저리 사도직 활동을 하다가, 다시 뵈온 신부님은 많이 연로해 있었다. 세월이 흘렀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면 모습은 신앙과 영성으로 더 건강해 보이셨다.

간암 선고를 받으시고 최근 악화되어 병원에 모시고 가니 신부님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께 가고 싶은데 왜 병원에 데리고 왔느냐, 다음에는 이렇게 하시지 말라.”

입터넷으로 소문을 들은 이웃사촌들은 좀 충격이었다. 하느님 백성으로 살았다면 그리스도인인라면 사실은 당연한 수순의 신앙고백이어야 하는데..., 또 사실은 이즈음 꽤 드문 현실이라서 그랬다. 또 며칠이 지나 오늘 선종 소식을 들었다.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고 담당 의사가 마지막 의사 타진을 하며 인공호흡기 사용을 물으셨지만, 신부님은 먼젓 번처럼 확고하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하느님을 뵈오려 떠나셨다. 오늘 오전에.

지상에서의 마지막 임종 전 시간,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가장 엄중한 시간일 것이다. 마지막이기에. 그런 마지막이 평소와 같다면 그 영혼과 신앙은 참으로 진실했던 것이다. 친구인 듯 형인 듯 그리고 주님으로 신부님은 주님께 믿음과 신앙에 그렇게 진실했다. 이런 친구를 만나는 주님의 마음 또한 한량없이 반갑고 기쁘시리라.

부활 8부 축제 끝 날, 주님을 만나러 가신 신부님이 그 길, 소풍 길처럼 설레고 충만하기를. 아멘.

그 집 대문 안

[엠마오]

"제 옆 방에 사셨던 라이문도 신부님은 '수도자중의 수도자'였습니다."
후배 수사님의 회고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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